현대차 투싼(왼쪽), 기아차 스포티지

[이뉴스투데이 이세정 기자] 국산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시장이 위축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SUV 시장의 대세로 부상한 소형 SUV와 시장에서 절대적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중형SUV 사이에 낀 애매한 포지션으로 '소비자 이탈'이 늘어난 탓이다.

20일 국산차 업계에 따르면 준중형 SUV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현대자동차 '투싼'과 기아자동차 '스포티지' 판매량이 줄고 있다. 올 들어 지난 5월까지 투싼의 내수 누적 판매량은 1만4638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판매한 1만7410대보다 무려 15.9% 감소한 수치다. 스포티지도 상황은 비슷하다. 스포티지의 1월부터 5월까지 총 판매량은 1만4781대로, 전년 동기(1만7406대) 대비 15.1% 줄어들었다.

소형 SUV 시장이 확대되기 전인 2016년과 비교하면, 두 차종의 하락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 2016년 1~5월 누적 기준 투싼의 판매량은 2만5192대, 스포티지는 2만2767대다. 올해와 비교할 때 각각 41.9%, 35.1%씩 실적이 줄었다.

준중형 SUV 시장이 위축되는 이유로는 소형·중형 SUV 시장에 신차가 적극 투입되는 반면, 준중형 SUV는 애매한 포지션으로 이렇다 할 만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현대차 코나, 기아차 스토닉, 쌍용차 티볼리 아머, 한국지엠 2018 트랙스, 르노삼성 뉴 QM3(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소형 SUV는 가성비와 개성있는 디자인, SUV 특유의 넉넉한 실내 공간 등을 강점으로 내세우며 준중형 SUV 고객을 흡수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소형 SUV 시장은 쌍용자동차 티볼리의 독주 아래 한국지엠주식회사 트랙스, 르노삼성자동차 QM3가 포진한 형국이었다. 하지만 현대차와 기아차가 각각 같은 해 6월, 7월에 코나와 스토닉을 새롭게 투입시키면서 상황은 바뀌기 시작했다. 기존에 시장을 선점한 쌍용차는 상품성을 강화하고 디자인에 변화를 준 '티볼리 아머'를 내놓았다. 르노삼성도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인 '뉴 QM3'를 선보이며 소형 SUV 시장은 춘추전국시대를 맞았다.

지난해 1~5월 소형 SUV 차종(티볼리, 트랙스, QM3)의 총 판매량은 3만6094대로 집계됐다. 올해(코나, 스토닉, 티볼리, 트랙스, QM3) 총 판매량은 4만9500대로, 전년보다 37.1% 늘었다.

현대차 싼타페(왼쪽), 기아차 쏘렌토

중형 SUV 시장에 거물급 신차 2종이 투입된 점도 준중형 SUV 시장 위축으로 이어졌다. 두터운 수요층을 확보하고 있는 중형 SUV는 전통적으로 SUV 시장 내에서 가장 볼륨이 크다. 큰 차체와 높은 공간활용도, 다양한 사양의 기본 적용 등으로 패밀리카 니즈와 잘 부합한다.

현대차는 올 초 6년 만에 풀체인지 된 4세대 싼타페를 선보였다. 신형 싼타페는 출시 이후 3개월 연속 월 1만대 판매라는 기염을 토하며 '그랜저'를 물리치고 국산 베스트셀링카 자리에 올랐다. 기아차는 지난해 7월 주행 성능과 디자인, 편의·안전사양을 대폭 강화한 페이스리프트 모델 '더 뉴 쏘렌토'를 출시했다. 쏘렌토는 올 들어 5월까지 월평균 5900대씩 팔리며 기복 없는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이와 함께 르노삼성 'QM6'와 쌍용차 '코란도 C', 한국지엠 '캡티바 3종'도 국산 중형 SUV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올해 1~5월까지 중형 SUV(싼타페, 쏘렌토, QM6, 코란도 C, 캡티바) 판매 대수는 11만4447대로, 전년 동기(6만7095대)보다 41.4% 확대됐다.

이와는 달리 준중형 SUV 시장 침체는 최근 들어 더욱 가속화되는 모습이다. 오는 3분기 투싼과 스포티지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각각 출시가 예정돼 있어, 준중형 SUV 신차를 구매하려는 대기수요가 늘고 있다..

국산차 업계 한 관계자는 "국산 준중형 SUV 시장은 사실상 현대·기아차가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현대·기아차가 소형·중형 SUV 차급에 신차를 투입하면서 결국 집안간 판매 간섭 효과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반기에 투싼과 스포티지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새로 출시되지만, 이미 소형·중형 SUV 사이에 껴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해 시장 위축을 방어할 수 있을 지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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