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가운데)이 지난 2016년 3월 울산 조선소에서 열린 선박명명식에서 조지 리바노스 선엔터프라이즈 회장,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과 함께하고 있다.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현대중공업지주 수장의 자리를 노리고 있는 정기선 부사장의 경영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최근 고정비 부담 증가와 원화 강세, 강재 가격 인상 등으로 올해 1분기 영업손실 1238억원을 기록, 시장 전망치를 대폭 하회하는 '어닝쇼크'를 맞은 상황이다.

매출은 1년 전과 비교해 29.4% 감소한 3조425억원으로 줄었으며, 이 역시 전년도 공사손실충당금 1616억원이 반영된 수치여서 업계에서는 향후 회사를 정상 궤도에 올리는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중공업 내에서 조선업 매출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실적 개선이 무엇보다 시급한 상황이지만 정 부사장이 영업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며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사우스 프로젝트 등 대형 플랜트공사가 완료된 상황이어서 일감 부족은 더욱 심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특히 해양플랜트 부문은 2015년 이래 수주 실적이 전무해 이로 인한 유휴 인력은 약 3600여명 발생할 전망이다. 또 지속된 구조조정 여파로 같은 기간 직원 수 역시 3만7739명에서 3만4622명으로 3117명(8.3%) 가량 감소했다.

정 부사장은 지난해 현대중공업그룹이 지주사 이름을 현대중공업지주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지분 매입을 통해 단일주주로 올라선 바 있다. 2015년 전무로 승진한 지 2년 만에 초고속 승진한 케이스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그는 2대 주주의 위치에서 지분을 꾸준히 매입하는 동시에 경영 능력을 인정받아 승계를 성공적으로 이끌겠다는 포석이었지만 현대글로벌서비스를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들은 악전고투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정 부사장이 공동대표로 있는 현대글로벌서비스는 현대중공업그룹 지주사인 현대로보틱스의 100% 자회사로 조선기자재 애프터서비스(A/S) 전문 회사다.

주력사업은 선박 수리와 개조, 정비, 폐선 등 선박 생애주기 관리로 지난해 25%를 웃도는 영업이익률을 거뒀다.

2020년부터 시행되는 국제해사규제(IMO) 탈황규제로 선박 운행 시 발생하는 유해물질을 걸러내는 '스크러버'가 시장에서 각광을 받고 있어 올해도 3600만달러 수주를 확보하는 등 수익은 지속적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같은 실적 가운데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 그룹 내 조선소들이 생산해 인도한 선박 유지와 보수가 적지 않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글로벌서비스가 국내 및 해외 계열사 거래를 통해 올린 매출은 총 942억원으로 이 가운데 국내 계열사를 상대로 하는 매출은 21.7% 가량이다.

이런 중에 지난해 인적분할로 탄생한 현대로보틱스 현대건설기계 현대일렉트릭스 등 4개사의 상황이 녹록지 않아 일감몰아주기로 흑자를 보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또 군산조선소를 비롯해 11개 도크 가운데 3개가 가동 중단되고 10년 이상 근무한 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희망퇴직으로 인한 노조의 갈등 등 회사의 굵직한 현안을 해결하는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정 부사장이 풀어야할 숙제다.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은 "스스로 역량을 키우고 임직원들에게 인정받아야 가능할 것"이라며 "회사를 이끌 능력과, 믿음, 그리고 종업원들의 지지가 있으면 지분 1~2%만 있어도 오너 역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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