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상품의 주력 판매채널이 된 지 오래지만, 계속되는 불완전판매 등 문제로 소비자 피해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한 고객이 가입한 보험증서를 보고 있다.

[이뉴스투데이 유제원 기자]# 중소기업에 다니는 A(33)씨는 몇 달 전 회사에 찾아온 보험설계사의 회유에 B보험사 연금저축 보험을 가입했다.설계사 B씨는 “5년 이상 보험료를 내고 10년 이상만 유지하면 비과세와 복리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얼마 후 A씨는 아는 지인을 통해 상품을 중도 해지하면 원금을 손해 본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보험사에 “제대로 된 설명을 못 들었다”며 따졌다. 하지만 보험사는 “상품을 판 건 독립법인대리점(GA) 소속 설계사이니 우리는 책임이 없다”고 말했고 대리점 측은 “담당자가 회사를 그만뒀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특정 보험사에 소속되지 않고 여러 회사의 상품을 파는 GA가 국내 보험설계사의 절반 이상을 끌어 모으며 날로 몸집을 불리고 있다. 이미 보험상품의 주력 판매채널이 된 지 오래지만, 계속되는 불완전판매 등 문제로 소비자 피해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GA는 고객이 다양한 보험사 상품을 고를 수 있게 하자는 취지에서 지난 2001년 도입됐다. 지난 17년간 GA는 눈부신 성장을 거듭해 이제는 보험사를 넘어설 만큼 성장한 상태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소속 설계사가 500명 이상으로 웬만한 중소 보험사 못지 않은 영향력을 지닌 대형 GA는 2007년 16개에서 2013년 37개, 지난해에는 53개까지 급증했다. 소속 설계사 수(2017년 기준 20만8000명)도 전체 보험설계사 57만명의 삼분의 일이 넘는다.

이중 철새(먹튀) 설계사가 10만명 정도로 추산될 만큼 광범위하게 영업현장에 펴져있다. 이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작게는 수천만원에서 크게는 수십억원의 피해를 입혀 지점은 물론이고 나아가 회사의 영업조직 전체를 재기불능 상태에 빠뜨릴 수도 있는 우려가 크다.

이렇듯 GA시장이 커지는 규모만큼 각종 잡음도 끊이지 않고 있다. GA가 몸집을 불리는 과정에서 과도한 스카우트 경쟁을 벌이면서 수시로 소속을 바꾸는 ‘철새 보험설계사’를 양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GA는 높은 모집수수료(수당)를 미끼로 설계사들을 빨아들이고 있다. 통상 보험사는 설계사의 계약 유치 시 선지급 수수료를 월납보험료의 600% 수준이지만 일부 대형GA에서는 이를 1000%까지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철새 설계사는 이동 과정에서 전 소속사에서 맺은 계약자 관리를 방치해 ‘고아 계약’을 양산, 회사를 옮긴 뒤 초반 실적을 늘리기 위해 고객에게 상품의 위험이나 손실 가능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불완전판매’를 일삼아 피해를 키운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존 보험회사 전속 설계사의 불완전판매율은 0.35%였지만 GA 소속 설계사는 0.78%로 2배 이상 높았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GA로 옮긴 설계사가 기존 고객에게 새 계약을 권유하며 이전 보험 해약 방법을 알려주고 해지 손실비용까지 주는 경우도 부지기수다”고 말했다.

이는 GA가 설계사 재교육보다 계약률 높은 설계사 영입에만 혈안을 올리고 있는데다, 문제가 발생해도 책임지지 않는 관행이 만연했기 때문이란 지적이 높다. 현행법상 GA가 불완전판매를 해도 부실 판매의 1차적 배상책임은 상품을 만든 보험사가 진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추후 GA에 구상권을 행사할 수는 있지만 상품 판매에서 GA 의존도가 높은 보험사 입장엔 ‘갑’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소비자 보호를 위해서는 설계사의 불완전판매 이력 의무공개 등 실효성 있는 제재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창호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은 “보험업법 개정을 통해 대형 GA에 직접적인 배상책임을 부여하고, 일정규모 이상의 GA에 대해서는 불완전판매 설계사에 대한 교육체계 마련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석경영 리더스금융판매 수석부장도 지난 10일 열린 GA 준법감시인 세미나에서“철새 설계사는 수수료 선지급제도를 역이용해 고의적이고 악의적으로 수수료를 편취하는 인위적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있다. 이는 형법상 사기죄에 해당된다”면서 보험업계가 먹튀 설계사 추방에 좀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했다.

석 부장은 "먹튀 설계사들은 적게는 3명에서 많게는 20명 정도로 조직적으로 활동하면서 사전 답사를 통해 먹튀 대상 GA나 지점을 물색하는 경향이 있다" 며 "시행까지 3개월 정도의 기간을 두고 사전에 철저한 계획과 예행연습을 갖는 등 단계적으로 도모한다"고 전했다.

최근 먹튀 설계사가 발생할 경우 대부분의 GA는 민사소송으로 해결하고 있는 실정이다.

먹튀 설계사의 신계약에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가공계약의 계약자는 대부분 무직이지만 직업란에는 허위로 표기하고 관심계약에 대해 심사를 하면 “조직을 못 믿고 어떻게 지점을 운영하느냐”며 오히려 강력히 항의하고, 타 GA로 전원 이동하겠다며 압력을 넣기 일쑤다.

먹튀 설계사들은 초기 수수료 편취를 목적으로 수수료 지급률이 높은 GA를 목표물로 잡고 의도적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따라서 검증되지 않은 인맥을 과시하거나 자신을 과대 포장하면서 거액의 스카우트 비용을 요구하거나 조직확충을 위해 자금이 필요하다면서 영업지원금 선지원을 요구할 경우 일단 의심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 GA업계 관계자는 “보험영업시장에는 ‘걸리지 않으면 된다’는 식의 도덕적 해이 현상이 널리 펴져 있다”면서 “형법상 사기죄 등으로 강력 대응할 경우 먹튀 설계사를 크게 줄일 수 있다. 관계당국이 더욱 적극적으로 대처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GA가 철새 설계사로부터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채권의 철저한 확보, 부실계약 유의관리, 유지율 관리를 체계적으로 할 수 있는 자체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 또한 철새 설계사를 양산하고 있는 선지급수당제도, 과도한 스카우트 풍토, 정보공유 부재 등은 표면적인 문제”라면서 “GA나 관리자의 경우 성과에 조급하면 철새 설계사에 대한 주의를 소홀히 하기 쉽기 때문에 정도영업을 꾸준히 실천하고 이에 대한 관리자들의 철저한 마인드 정립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한편 금융감독원도 올해 보험민원 줄이기 일환으로 민원현장 감시 강화에 나섰다. 특히, 먹튀 설계사에 의한 경유계약 및 가공계약 등이 불완전판매로 이어지고 있다고 보고 이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본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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