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이 해외에서 인정 받는 반면 국내에서는 제대로 된 공공공사비 처우를 받지 못해 위기에 직면했다. 사진은 현대건설이 진행하는 싱가포르의 다운타운 마리나 베이 지역 3.5 헥타르 규모의 사우스 비치 개발 프로젝트. <사진출처=현대건설 홈페이지>

[이뉴스투데이 유준상 기자] 국내 건설업이 공공공사에 제대로 된 처우를 받지 못해 ‘공사를 할수록 손해를 보는’ 총체적 위기에 직면했다는 진단이 나온다.

2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한건설협회 등 국내 주요 건설업 22개 단체 및 소속 2만8411개 업체는 최근 정부와 국회에 공공공사비 정상화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적격심사낙찰제 및 종합심사낙찰제 낙찰률 10%p 상향 △중소건설업체 보호를 위한 300억원 미만 공사 표준시장단가 적용배제 △탄력적 근로시간제 활성화 △정부 발주 공사에 근로자 법정 제 수당 반영 등을 요구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주택경기 악화 등 외부적 요인이 아닌 건설사가 ‘공사를 할수록 손해를 보는’ 불합리한 공사비 산정구조가 국내 건설업계를 위기에 몰아넣고 있다는 것이 건설업계의 주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대한건축사협회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세계 최고층 빌딩과 초고난이도 공사를 완공하고, 누적수주액 7000억 달러를 달성하는 등 건설강국으로서 위상이 제고되고 있다”면서도 “국내에서는 공사비 부족에 따른 지속적인 수익성 악화를 비롯해 건설현장 안전·고용여건 악화까지 겹치며 산업기반 붕괴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고 진단했다.

건설업의 '수익성 위기'는 삭감 위주의 공사비 산정 방식과 저가 투찰을 유도하는 불합리한 입찰제도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공사발주 시 설계가격 기준으로 예정가격을 산정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설계가격을 약 13.5% 삭감해 예정가격이 결정되는 공사비 산정 구조가 대표적인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또 낙찰제도가 경직적으로 운영되면서 최대 23% 추가 삭감되는 점도 문제로 거론된다. 300억원 이상 종합심사낙찰제는 저가입찰을 유도하는 다양한 심사기준 때문에 종심제 평균낙찰률이 77.6%로 '최저가제 덤핑'수준까지 하락했다. 중소건설업체가 주로 수주하는 300억원 미만의 적격심사제 낙찰하한율도 공사규모별 예정가격의 최저 80%로 17년간 고정돼있다.

건설업계 주력인 주택시장이 침체되는 상황에서 SOC 공사비 등 공공공사비 지급마저 열악한 수준에 빠진 것은 대한민국의 건설산업 태동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그만큼 적자 공사로 인한 건설업계의 출혈이 위험수위에 도달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지난 10년간 건설업 영업이익률이 10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한 것은 이 같은 실태를 드러내는 지표가 된다. 본지가 대한건설협회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의하면 건설업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2005년 5.9%에서 2015년 0.6%로 1/10수준으로 급락했다.   

공공공사 매출 비중별 영업이익률 추이. <자료제공=대한건설협회>

공공공사를 주로 수주하는 건설업체들은 매년 40% 가까이 적자를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종합건설업체의 공공공사는 일반관리비와 이윤은 고사하고 재료비, 노무비, 경비에도 미달하는 적자공사가 37.2%에 달한다. 

공사비 부족으로 건설업계 수익성 악화가 지속되면 공공 시설물의 품질 저하와 안전사고 위험이 증가하면서 실사용자인 국민의 생활안전이 위협받게 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적절한 공사비 책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고스란히 하도급 협력사와 자재·장비업체의 동반부실화를 초래한다”며 “나아가 건설현장 근로자의 질 저하는 물론 전후방 연관산업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악영향을 미쳐 궁극적으로 서민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이는 기술개발과 인적자원 등에 대한 투자 위축으로 건설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해지고 국가경제 전반의 커다란 손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아가 수익성 결여가 일자리의 감소로 이어지면서 현 정부의 최우선 정책과제인 일자리 창출에도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설업체에게 적정공사비와 이윤이 보장되지 않으면 정부가 2022년까지 만들려는 11만개의 일자리 중 가장 비중이 높은 ‘국토·교통부문 일자리 9만6000개’ 실현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조준현 대한건설협회 정책본부장은 “해방이후 도로, 철도, 공항, 발전소에 이르는 국가 기반시설 건설로 경제성장의 토대를 마련해온 건설업계가 산업 전반에 위기감이 팽배해있다”며 “정부는 건설업계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건설업계가 처한 실태에 대해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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