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광주전남취재본부 신영삼 기자]운동회 연습을 하던 초등학생이 담임교사에게 머리채를 잡히고, 뺨을 얻어맞는 등 폭행을 당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학교 운동장 한 가운데서 같은 반 아이들이 모두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벌어진 일이지만, 학교 측은 1주일이 다 되도록 사건을 방치했다가 학부모 항의에 뒤늦게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사실 확인과 피해학생 보호, 관련자 처벌 등에는 미온적 입장을 나타내며 여전히 감추기에만 급급해 교육 주체로서의 역할과 자질이 크게 부족하다는 비판이다.

지난 3일 오전 10시경 해남읍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는 이 학교 2학년 남자 어린이가 담임교사인 정 모(61)씨에게 머리채를 잡히고 뺨을 맞았다. 9일 학교 운동회에서 할 단체게임 연습 중 공을 다른 곳으로 찼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교사로부터 폭행을 당한 아이는 곧바로 도망쳐 집으로 갔고, 다음날부터 운동회가 열린 9일까지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정 씨는 사건 발생 다음날인 4일, 아이가 학교에 나오지 않자 아침조회가 끝난 오전 9시경 류 모 교감에게 사건에 대해 보고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도 차원에서 등을 한두 대 때린 게 전부’라고 축소 보고했고, 학교 측은 아이가 학교에 나오지 않는 엄중한 상황임에도 사실관계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

아이의 계속된 등교 거부로 답답해진 학부모는 8일 오후 2시경 학교를 찾아가 교감을 만나 담임교체를 요구했다가 거부당했다. 지도 차원에서 등을 한두 대 때린 것으로는 담임교체를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1주일여가 지났지만 사실관계조차 조사하지 않은 것이다.

이렇게 학교 측이 방치하고 있는 동안 피해 어린이는 당시의 충격으로 교실에 들어가는 것을 거부하고 있으며, 친구들과도 제대로 어울리지 못하는 등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해 심리 상담을 받고 있다. 해남교육지원청은 피해 학생은 물론 함께 현장에 있었던 학생들의 충격을 치유하기 위한 집단상담 프로그램 운영도 준비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 측은 책임회피에만 급급해 하고 있다. 교감은 ‘학부모가 방문한 8일 오후 2시경까지 아무런 보고를 받지 못해 사건 내용에 대해 알지 못했다’며, 담임인 정 씨와 다른 주장을 하고 늑장대처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학교 측은 학부모 방문 이후에도 해남교육지원청이 조사를 요구할 때까지 교육청에 보고를 하지 않은 채 숨기는 등 매뉴얼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확인 됐다.

아동학대 상황이 발생할 경우 인지 즉시 해당 교육지원청에 유선으로 보고하고, 24시간 이내에 서면 보고해야 하며, 전문 기관과 경찰서 등에 통보해야 하지만,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몰랐다’는 교감의 주장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같은 반 아이들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학교 운동장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과, 피해 학생이 장기간 결석을 했던 점 등으로 볼 때 학교 측이 이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은 관리의 무능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학교 측은 취재가 시작되자 “8월 정년을 앞두고 있는 교장선생님이 몸이 안 좋아 이런 내용이 보도가 되면 쓰러질지도 모른다”거나 “교장선생님도, 담임교사도 모두 정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를 들며 보도를 막기에 급급했다. 피해 아이를 중심에 둔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다.

교사로부터 폭행당하고, 학교로부터 보호받지 못한 아이는 여전히 교실에 들어가는 것이 두려워 심리치료를 받고 있지만, 든든한 울타리가 돼야할 학교는 변함없이 책임회피에만 급급해 아이와 부모의 가슴에 더 깊은 상처를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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