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생명이 방카슈랑스 위주의 영업 형태에서 설계사, CM채널 등으로 사업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김민석 기자] NH농협생명이 방카 25%룰에서 예외적으로 제외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감소하자 새로운 채널을 개발하는 등 미래 먹거리 개발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방카슈랑스 25%룰은 특정 은행에서 한 보험사 상품 매출이 25%를 넘을 수 없다는 규제를 담은 법안이다.

농협생명과 농협손해보험은 2012년 농협이 신용사업과 경제 사업을 분리하면서, 막대한 분담금이 생겨 수익 악화가 예상돼 방카 25%룰에서 예외적으로 제외됐다.

이에 농협생명은 방카 채널 비중이 96.8%에 달하는 등 일원화된 채널로 업계 4위에 해당하는 실적을 올릴 수 있었지만, 두 가지 이유로 방카 중심 운영이 타격을 입게 됐다.

첫째는 2021년부터 적용되는 새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전 보험사가 지급여력비율(RBC)을 높이기 위해 ‘보장성보험’의 판매를 늘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IFRS17이 도입되면 저축성보험은 '부채'로 인식된다. 생보사들은 해당 부채만큼의 자본을 더 쌓아야 한다. 이에 전 생보사들은 보장성보험 위주로 체질개선에 나섰다.

보장성보험은 주로 설계사, 사이버마케팅(CM) 등의 채널로 판매된다. 방카 채널에서 저축성보험을 주로 팔아왔던 농협생명은 당연히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농협생명의 방카슈랑스 초회보험료는 하락했다. 농협생명은 2013년 39%의 방카 점유율을 기록했고, 2014년 41%로 상승시켰다. 하지만 △2015년 37% △2016년 28% △2017년 24%까지 떨어지며 방카 판매 채널이 약화되고 말았다.

농협생명은 방카슈랑스 매출 감소도 막을 수 없었다. 2015년 3조3520억원의 방카 채널 매출을 올린 농협생명은 2016년 2조3437억원, 2017년 1조2856억원의 줄어든 성적표를 받았다.

또 2016년 10월 기준 2조997억원에 달했던 보험료 수입도 2017년 10월에는 1조194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전체적인 수익에 타격을 입은 셈이다.

농협생명의 사업 변화에 대한 부담도 한 몫 한다. 저축성보험 판매 비중이 높았던 농협생보의 RBC비율은 △2014년 270% △2015년 207.4% △2016년 201.4%로 우하향 곡선을 그렸다. 자본 확충이 더 필요해진 것이다.

이에 농협생명은 판매할수록 부채로 인식되는 저축성보험이 아닌 보장성보험 위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변화하려고 시도하지만, 높은 방카 채널 때문에 어려운 상황이다.

두 번째는 방카 25%룰에서 제외되는 지점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농협생명은 2016년 12월 방카 25%룰 적용을 5년간 더 연장했다.

동시에 농협생보·손보사는  이때 자산총액이 2조원이 넘는 지점은 예외적으로 방카 25%룰을 적용한다는 골자의 보험업법시행령 40조6항에도 적용을 받게 됐다.

농협은행의 지속적인 성장세로 '자산 2조원'을 넘긴 지점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서울축산농협 △수원농협 △남인천농협 △제주시농협 등 4곳이 2조원 클럽에 가입하며 방카 25%룰의 적용을 받았다.

올해에는 △관악농협 △송파농협 △영등포농협 △대구축산농협 등이 2조원 클럽에 새로 이름을 올리면서 방카 25%룰 규제의 주인공이 됐다. 향후 2조원 돌파 지점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또 지역농협의 반발도 있다. 지역 농협들은 조합이 사업다각화를 포기하고 보험특례로 방카 25%룰 제외 규정을 유지하면서 농협보험만 팔아야 하는 현실에 불만을 품고 있다.

농협생명은 이 두 가지 문제에 대한 해답으로 채널의 다각화를 제시했다.

농협생명은 2016년 2091명에 불과했던 설계사를 19.6% 증가시키고, CM채널을 강화해 새로운 판매 통로 마련에 나섰다.

특히 온라인 마케팅 대행사를 선정할 만큼 농협생명은 CM채널에 사활을 건 모양새다.

농협생명은 2억5000만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온라인 보험 대외 홍보 강화와 광고 전략을 통해 고객 유입을 증대하고, 가망고객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하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농협생명 관계자는 "전국의 약 1100개 농협 지점 중 8개는 적은 수이지만, 현재 성장세를 고려하면 2조원을 넘어서는 지점이 앞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것은 사실이다"라며 "다만 농협생명은 방카룰 미적용 때문만이 아니라 IFRS17 등 외부적 요인으로 설계사 및 CM채널 등 다각화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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