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민철 부장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정착 의제로 27일 역사적 담판을 벌인다. 지난 2007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11년 만에 마주하게 된 두 정상의 만남은 만남 자체로써가 아니라 한반도 나아가 세계 공동 번영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담고 있다.

24년 전의 일이다. 북한은 처음으로 남한을 향해 ‘서울 불바다’를 꺼내 들었다. 1994년 3월 남북실무접촉 회담에서 박영수 북측 대표가 “여기서 서울이 멀지 않다. 전쟁이 나면 서울이 불바다가 된다”고 경고한 당시의 기억이 생생하다. 공개석상에서 북한측 인사의 이 같은 발언에 국민은 충격에 휩싸였고, ‘전쟁 공포감’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서울 불바다론’의 시작이었다. 그 후로 북한은 여전히 ‘불바다론’으로 남한을 위협했고, 연이은 핵실험과 천안함 사태, 연평도 포격 등 물리적 공격마저도 서슴지 않았다. 게다가 북한은 미국으로 핵협박 전선을 넓혀, 전 세계를 핵공포로 몰아넣기도 했다.

지난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6·15남북공동선언’과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10·4 정상선언’이란 역사적 순간 속에서 ‘한반도의 평화’가 곧 도래할 것이란 장밋빛 관측이 덧없음을 국민은 체험해야 했다. 3번째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우려도 이러한 과거의 경험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핵 위기로 동북아의 긴장이 최고조에 이른 시점에서 성사된 남북정상회담은 환영할 일이다. 무엇보다 남북과 북미 정상이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해 ‘비핵화’, ‘종전선언’ 등 실질적 목적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는 ‘실험적 평화’가 아닌 ‘실질적 평화’을 이끌어내야 한다. 열쇠는 북한의 ‘비핵화’에 있다. 기나긴 대결과 반목, 전쟁의 위기를 끝내기 위해서는 남북이 협상 테이블에서 ‘비핵화’를 위한 실효성이 담보된 조치를 내놔야 한다. 물론 ‘비핵화 대장정’의 첫 발을 떼는 것인 만큼 한 번의 만남으로 단숨에 모든 것을 해결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게다가 실질적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미국과 북한 정상 간 회담이 남아있어, 다시 한 번 마음을 졸여야 한다. 그렇더라도 남과 북, 미국이 ‘비핵화’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어 기대감이 큰 것도 사실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4일 북미 정상회담 준비상황에 대해 “우리는 매우 좋은 논의를 하고 있다”면서 김 위원장에 대해 “정말로 매우 많이 열려있고, 우리가 보는 모든 점에서 매우 훌륭하다”고 평가했다. 그간 북한에 강경한 태도를 보였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둔 정치적 발언으로 치부될 수 있지만 북미회담을 성공시키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강한 의지로 해석 가능하다. 

또한 북한의 비핵화의 키(Key)를 쥐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서로 긍정적 제스처를 보이고 있어 비핵화 협상 물꼬가 트이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김 위원장이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미사일 시험발사 중단,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선언하면서 기대치를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계도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남북경협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맞이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당장 북한이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는 점에서 청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환율 변동, 유가, 저성장 등 국내외 경제의 불확실성에 국내 기업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안정적인 남북경협까지 다소 시일이 필요하지만 남북 경협이 본격화할 경우 인프라·건설을 시작으로 유통·소비재, 자동차, 관광 등 전(全)산업계의 제2부흥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

지금 시점에서 북한, 김 위원장이 변화했다고 믿지는 않는다. 갈등과 위기가 반복된 과거를 돌이켜 보면 북한은 언제든 핵위협을 가해 올 수 있다. 그렇게 믿고 싶지 않을 뿐이다. 그러나 남북 정상은 70년의 분단의 아픔을 극복하고, 평화와 번영의 길로 들어서겠다는 역사적 책임감을 갖고 회담에 임해야 한다.

이번 남북정상회담 테이블이 2018mm로 제작됐다고 한다. 한반도 평화 정착 실현을 위한 역사적 ‘2018년 남북정상회담’을 상징하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11년 만에 만나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남북 정상이 마음의 거리를 이보다 더 좁혀, 실질적이고 담대한 결과물을 도출하기를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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