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른자’로 손꼽히며 업계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청담삼익 재건축사업이 ‘내우외환’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있다고 한다. 갈등의 중심에는 시공자 롯데건설의 횡포가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사진은 청담삼익아파트. <사진=유준상 기자>

[이뉴스투데이 유준상 기자] 대한민국 '부촌1번지' 강남구 청담동 삼익아파트(이하 청담삼익) 재건축사업이 내홍을 겪고 있다. 특히 시공자가 이권 개입을 위해 특정 조합장 후보와의 ‘커넥션’ 의혹까지 제기돼 재건축 조합 내부 갈등의 불씨는 쉽사리 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청담삼익 재건축 조합은 지난 19일 저녁 7시 조합원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단독 상정된 조합장 및 조합 임원 선출 투표에서 정모 후보가 전체 690표 중 341표를 얻었지만 조합원 전체의 과반을 넘지 못했다. 조합 정관에 따르면 조합장으로 선출되려면 참여자의 과반수를 충족해야 하며 넘지 못할 경우 현장에서 재투표를 진행해야 한다.

투표에 참여한 한 조합원은 “1차 투표가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진행됐음을 지켜본 다수의 조합원들이 재투표를 요청했고, 결선투표를 진행, 결국 기호 2번 조모 후보가 조합장으로 다시 선출됐다”고 말했다. 해당 조합원들은 청담삼익 재건축사업이 중단된 상태이기 때문에 “어떠한 사업 추진 행위도 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조합원들은 상가 소유주와 함께 강남구청을 상대로 ‘조합설립인가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제출했고, 그해 11월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2003년 설립된 청담삼익 재건축 조합은 법적 효력을 상실한 상태며, 조합의 모든 활동 또한 무효화가 된 상황이다. 현재 조합을 유지해야 한다는 조합의 반대 진영은 이에 불복,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조합원간 법적 다툼은 시공자인 롯데건설이 당초 이행하기로 한 사업 조건을 변경하면서다.

지역 재건축업계에 따르면 2001년 청담삼익 재건축 수주 과정에서 롯데건설은 조합원들에게 ‘평당 공사비 363만원 확정지분제’와 ‘280% 책임용적률’ 보장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이에 조합원들은 이같은 사업 조건을 공약으로 내건 롯데건설에게 시공자 지위를 부여했다.

2001년 시공자 선정 당시 ‘평당 공사비 363만원 확정지분제’, ‘280% 책임용적률’ 보장이라는 파격적인 롯데건설의 사업 조건을 담은 조합 소식지. <사진제공=청담삼익 조합원>

하지만 본계약 체결 시점이 다가오면서 롯데건설은 돌연히 사업 방식을 시공자에게 유리한 도급제로 변경했다. 도급제는 사업을 조합이 주관하고 시공자는 단순히 공사만 해주면 되지만 지분제는 시공자가 모든 사업을 책임지고 시공하는 사업 방식이라 수익은 물론 리스크까지 모두 떠안아야 한다. 지역 재건축업계는 롯데건설의 사업 방식 변경을 지난해부터 대내외적 요인으로 부동산경기가 악화되면서 밀려오는 ‘부담’을 지지 않으려는 조치로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조합원 A씨는 “지난해 우리는 롯데건설이 갑작스레 변경한 도급제가 당초 제시한 확정지분제 사업 조건과 천양지차인 점을 발견했다”며 “통상 설계변경에서 공사비가 10~20% 늘어나는 점을 고려하면 추가 비용은 고스란히 조합원 부담으로 떠안기게 되는 것”이라고 롯데건설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조합 관계자는 “사업비가 증가한 것처럼 보이지만 물가 상승분을 감안한 전체 사업비 자체가 증가한 것으로 일반분양분 수입이 늘어나면서 조합원 분담금은 오히려 줄었다”며 “조합은 빠른 사업 추진으로 명품 아파트 건설에 전념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당초 확정지분제에서 도급제로 변경하며 조합원들에게 알리기 위한 롯데건설의 광고지. <사진제공=청담삼익 조합원>

주민들 사이에서 롯데건설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 선출된 정 조합장이 조합과 주민의 요구사항인 ‘확정지분제’가 아닌 롯데건설의 ‘도급제’를 두둔하며 당선됐다는 점에서 ‘조합장-롯데건설’ 연루 의혹까지 제기된 상태다. 롯데건설이 유리한 조건으로 삼익 재건축 수주를 위해 자신들이 원하는 조합장을 지원해 당선시켰다는 게 일부 조합측의 주장이다.

조합원 B씨는 “롯데건설이 ‘조합무효소송 책임’, ‘추가 이주비 20% 책임’, ‘이주 개시 등 사업 일정 최대한 단축해 강남 최고 랜드마크 만들 것’ 등을 ‘3대 약속’으로 내세웠었다”며 “정 후보가 내건 ‘4대 약속’에도 판결 완료를 통한 재건축 가속화, 이주비 안심 및 부담금 부담 최소화 등 롯데건설의 조건과 중첩된 조건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당초 총회에 롯데건설이 조건으로 내세운 '이주 개시 여부의 건'이 안건으로 계획돼 있었다는 점도 논지를 강화시켜준다. 롯데건설의 ‘도급제’를 반대하는 대다수 주민들이 사업성을 되찾을 때까지 사업 재개를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도급제 방식으로 이주 개시 후 사업을 빨리 마무리 짓기 원하는 롯데건설의 의지에 동조한 것이기 때문이다. 해당 안건은 조합원들의 총회개최금지 가처분 신청이 일부 인용돼 상정되지 않았다.

조합원 C는 “당초 조합원의 이익을 위해 일하겠다는 롯데건설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은 상황에서 사업 추진에 반대하는 조합원들이 점차적으로 증가하자 롯데건설이 일방적으로 우호적인 인물을 포섭해 사업을 마무리 지으려는 움직임”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롯데건설 관계자는 “롯데건설은 의혹이 증폭되는 것을 막기 위해 총회장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았다”면서 “조합장 후보는 물론 당초 조합원들에게도 롯데의 사업 조건을 제시했었고, 빠른 사업 추진을 위해 이주 진행 여부를 묻자는 것에 불과했다”고 해명했다.

총회가 적법한 절차에 의해 진행되지 않은 점도 의구심을 높인다. 조합원 A씨는 “총회가 일반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진행됐다. 사회자가 조합원의 의견 개진이나 질문까지 원천 봉쇄하고 기존 조합에 반대 의견을 가진 후보를 비난하는 등 일반 회의 원칙에 어긋났다”고 설명했다.

청담삼익 조합 정관 제15조는 조합장 선거는 반드시 총회 현장 결선 투표로 진행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일부 조합원에 따르면 총회를 운영한 조합 측 임원과 선거관리위원들은 검표도 없이 결과를 발표하고 결선 투표를 진행하지 않은 채 다득표 기준으로 조합장이 선임됐다고 발표했다.

조합 임원 선출을 위한 안건 통과 정족수도 미달된 것으로 나타났다. 조합 정관에는 조합장 선출을 위해선 과반수를 얻어야 한다. 하지만 정 조합장은 690표를 얻어 과반을 충족하지 못했다. 청담삼익의 한 조합원은 “조합 측은 검표도 없이 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득표율이 미달됐음에도 조합 측은 총회 종결을 시도, 다수의 경비 용역들이 투표용지와 우편접수봉투가 들어 있는 투표함을 탈취해 달아났다”고 당시 현장 상황을 설명했다.

본지는 정 조합장 후보 측과 수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아 이와 관련된 설명을 들을 수 없었다.

청담삼익은 강남구 청담동 인프라 수혜와 한강조망권을 갖춰 부동산과 재건축업계로부터 최고의 입지로 평가받고 있다. 해당 사업장이 겪는 내홍에 직접적으로 연루된 롯데건설에 청담삼익 조합원들은 물론 재건축업계의 따가운 시선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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