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투자증권이 한 임원의 해임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이뉴스투데이DB>

[이뉴스투데이 김민석 기자] 하이투자증권이 매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임원을 두고 회사 내부에서 분열음이 흘러나오고 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하이투자증권 지부는 18일 서울 여의도 본사 앞에 '주익수 사장은 책임경영을 실시하고 최정호 전무를 즉각 해임하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노조 측은 법인영업본부장인 최 전무가 리테일영업본부장을 겸임해 해당 부서에 폐해가 발생했다며 해임을 주장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은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다.

현대중공업이 금융계열사 매각을 추진하자, DGB금융지주는 지난해 11월 하이투자의 최대주주인 현대미포조선과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하고 3월 안으로 자회사 편입을 완료할 입장이었다.

이에 하이투자 경영진은 매각이 성사될 것을 고려해 지난해 말 정식 인사를 발령 내지 않았고, 대표이사를 비롯한 전 임원이 임기를 3월 30일에 맞춰 끝내기로 구두합의 했다.

매각이 3월 안으로 마무리되면 전 임원을 새로 선임해야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체력 소모를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박인규 전 DGB금융 회장이 채용비리·비자금 조성 등의 비리 의혹에 휩싸이자, 금융감독원은 DGB금융의 하이투자증권 자회사 편입 인가 신청의 보완을 요구했다. 사실상 인가 심사를 보류한 셈이다.

이에 하이투자증권 경영진은 전략을 바꿔 3월 29일 주익수 사장의 1년 연임을 결정했다.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비워두는 것이 좋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연임에 성공한 주 사장은 여전히 미궁 속에 빠져있던 매각 상황에서 회사를 이끌어갈 임원 인사를 단행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 측은 지속적으로 리테일 영업부문에서 자질문제가 불거졌던 최 전무의 퇴임을 요구했다.

노조 관계자는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법인영업과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리테일영업은 서로 성격이 다른 만큼 리테일 업무 경험이 없는 최 전무는 애초에 리테일에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며 "거기다 직원 사이에서 최 전무가 조직을 사유화했다는 논란이 불거지고 있고, 리테일 조직이 황폐화 됐다는 얘기까지 들리고 있어 사장에게 최 전무의 해임을 요구했고, 사장도 고민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 사장은 최 전무를 연임시켜 리테일 본부장을 지속케 했다.

하이투자증권 노조는 주익수 사장에게 최정호 전무의 해임을 요구하며 현수막을 내걸었다. <이뉴스투데이DB>

이에 노조 측은 사장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직위 해제가 불가능하면 리테일본부장이라도 교체해달라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실권행사를 주장하며 현수막과 피켓시위를 시작했다.

리테일 사업은 '만년 적자' 꼬리표를 단 하이투자증권의 아킬레스건이다.

하이투자증권은 2016년 세전이익 기준으로 리테일 부문에서 250억원에 이르는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지난해 리테일 수익 정상화를 목적으로 근속연수 만 10년 이상 또는 과장급 이상 정규직 직원 51명에 대해 희망퇴직을 진행하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등 심혈을 기울였다.

이에 지난해 적자폭이 150억원으로 개선됐지만, 적자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다.

더욱이 DGB금융의 하이투자증권 인수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질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DGB금융은 SK증권과는 다르게 산업자본이 아닌 지주 자본이라 금감원에서 대주주 적격성 문제를 논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금감원은 비리 의혹이 있는 DGB금융 쪽에 인가를 내줬다가 문제가 생기면 국정감사에서 시달릴 것으로 예상해 인가를 최대한 늦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또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금감원 내 팀원이 바뀌어서 5월 말은 돼야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노조 관계자는 "만약 매각 상황이 해결되지 않고 장기화 된다면 최 전무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여는 등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측도 노조 측의 입장을 인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이투자증권 관계자는 "특정한 사건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내부적으로 관리 스타일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어 상충되는 부분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노조 측의 이야기를 들어볼 생각이고, 요구사항을 제대로 파악한 후 대응할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DGB금융의 하이투자증권에 대한 매각의지는 분명한 것으로 미뤄 매각 절차가 연기되겠지만, 아주 길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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