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부터 가동 중단에 들어간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전경.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KDB산업은행이 생산인력 감축을 전면 배제한 STX조선해양의 구조조정안을 수용하면서, 대형 조선소에서도 긴장이 감돌고 있다.

1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선박 수주는 조금씩 살아나고 있지만, 지난 5년간 이어져온 불황의 여파로 2~3년간의 수익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중소조선사로부터 촉발된 인적 구조조정 반대 움직임이 갈 길이 먼 국내 대형3사(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의 발목을 잡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크다. 

정부가 앞서 발표한 '조선산업 발전전략'은 조선시황이 2022년까지 회복되는 것을 전제로 5조7000억원 규모 국내발주 확대 등을 지원하고, 연평균 3000여명의 신규 채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백운규 산업부 장관도 원가·기술·시스템 분야의 3대 혁신을 강조하며 양적 확대에서 질적 성장으로 성격을 전환하겠다는 의지와 함께 이를 위한 적절한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즉 이번 기회를 놓치면 추격하는 중국 등 후발국에 밀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인력 감축을 포함해 세계에서 조선업 구조조정이 가장 활발한 곳이 중국이다. 중국 정부는 기술력 있는 조선소 50개를 추려낸 화이트리스트(White List)를 중점 지원하는 강력한 구조조정을 진행해왔다. 결과 2010년 기준 3000여개에 달하던 중국 군소 조선소는 현재 300여 업체로 급감했다.

이에 현대중공업은 오는 16일부터 추가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로 했으며, 삼성중공업도 올해 최대 2100여명의 감축을 계획하고 있다. 대우조선도 희망퇴직으로 인력 규모를 계속 줄이고 있다.

특히 총 11개 도크 가운데 3개가 가동 중단된 현대중공업의 경우 현재 1000여명에 달하믄 유휴인력이 오는 8월이면 2000여명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또 이후 자발적 퇴직이 발생하더라도 유휴인력은 1700명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하지만 노조측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지난 10일 오후 현대중공업 앞에서 고용안정 쟁취를 위한 결의대회를 열고 "재벌만 살리고 노동자와 지역경제는 죽이려 한다"며 회사측을 압박했다.

이에 강환구 사장은 "50년 가까이 피땀 흘려 일궈온 현대중공업을 지키기 위한 희망퇴직은 생존을 위해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고 호소했지만, 지방선거를 앞둔 울산 정치권도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있어 사업재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이례적으로 발표한 적자 전망치는 수년 동안 혹독한 수주 절벽을 겪어온 조선산업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를 경영 정상화에 못미친 한 해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올해 영업손실이 2400억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1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추진 중이며 여기엔 전계열사가 참여하고 있다. 

현대중공업도 지난해 매출 15조4688억원과 가까스로 영업이익 146억원을 기록했지만 올해 매출은 9조원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회사 한 관계자는 "다만 현재의 수주가 살아나고 있는 만큼 2~3년의 구조조정기를 거치게되면 회사가 정상화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조선소 직원들이 구조조정으로 회사를 떠나더라도 경영정상화 이후 다시 돌아올 수도 있다는 것으로 대표적인 사례가 쌍용자동차다.

2009년 법정관리 당시 정리해고와 함께 2646명의 쌍용차 근로자들이 회사를 떠났지만 2015년 '티볼리'가 인기를 끌며 1600여명이 복직할 수 있었다. 물론 이 가운데 974명은 구조조정을 거부하며 공장 문을 걸어 잠근 채 이른바 '옥쇄 파업'에 돌입했다. 공권력이 투입돼 진화됐지만 공장은 만신창이가 됐다.

노동경제학 권위자인 박동운 단국대 명예교수는 "쌍용차 사태는 고용 유연성을 보장하는 쉬운 해고가 보약이며 노조에 대한 과잉 보호는 모두가 망하는 길임을 입증하는 사례"라며 "조선업 구조조정이 긴박한 상황인만큼 정부가 인적 구조조정 원칙을 확고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희망퇴직으로 인해 가장 먼저 빠져나가는 것은 우수한 기술인력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형조선소 한 고위 임원은 "대우조선이 단행한 희망퇴직으로 가장 먼저 빠져 나간 것이 LNG 관련 핵심 기술자"라며 "양대노총에 소속된 인원들만 남고 고급인력과 일반 근로자만 빠져나가는 희망퇴직의 역설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STX조선 노사가 합의한 구조조정안은 5년 동안 기본급을 5% 삭감하고, 상여금도 600%에서 300%로 절반만 받는 것이다. 또 이 기간 매년 6개월씩 무급휴직을 한다. 이와 관련해서 그는 "이번 건이 사상 초유의 실험인 만큼 사실상 해고에 준하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아까운 것은 경쟁력 확보를 위한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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