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대상이 된 서울시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전경.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재건축초과이익환수는 지금도 위헌이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가 상황을 바꾸려고 헌법을 통째로 갈아치우려고 한다."

28일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발의한 개헌안이 '강남 때리기 도구'에 불과하다는 지적과 함께 강남을 비롯한 경기·부산 지역 재건축 추진 아파트단지 8곳이 재건축초과이익환수 위헌소송과 함께 집단 반발에 나섰다. 

헌법 전문가들은 국회에 제출된 문 대통령의 개헌안이 통치구조는 큰 변화가 없지만 '경제민주화' 조항이 강화되고 '토지공개념'을 명문화시켜 국민의 행복추구권과 재산권을 옥죄는데 방점이 맞춰진 것으로 보고 있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는 재건축과정에서 1인당 평균 3000만원이 넘는 이익을 얻게 되면 초과금액의 최대 50%까지 부담금을 납부하는 제도다.

이번 개헌안의 핵심 쟁점은 '경제민주화'와 함께 '토지공개념'으로 먼저 청와대 개헌안 제10장 128조 2항에 "국가는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특별한 제한을 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또 제119조 2항에 있던 경제민주화 조항은 125조 2항으로 옮겨 "경제 주체 간의 상생과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실현하기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로 변경했다. 기존에 없던 '상생'이라는 용어를 포함시켜 정부의 임의·강제적 소득분배를 명문화시켰다.

'토지공개념’이든 '경제민주화'든 정부가 공공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재산을 제한한다는 개념은 동일하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개인의 토지에 '특별한 제한'을 둘 수 있다는 문구를 삽입해 초법적 권한을 스스로 부여했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정치권에선 헌법을 전부 바꾸는 것처럼 말하지만, 내용을 깊이 들어다 보면 실질적으로 변화된 것은 경제관련안으로 소득분배를 강제적 성격으로 바꾼 점과 토지공개념을 삽입시킨 것이 대표적"고 평가했다.

현행 헌법은 119조 1항에서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며 자유시장 경제질서 체제를 존중할 것을 명령하고 있어, 지금까지 이들 개념은 보충적 성격에 머물렀다. 

예를 들면,  현행 헌법이 제122조에서 "국가는 국민 모두의 생산 및 생활의 기반이 되는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 있는 이용·개발과 보전을 위해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그에 관한 필요한 제한과 의무를 과할 수 있다"고 규정하지만, 규제도 자유시장 경제질서를 무너뜨리지 않을 정도여야 된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1998년 헌법재판소도 토지초과이득세와 관련 '미실현이득에 대한 과세 자체는 위헌이 아니다'는 판례에도 불구하고 '지나친 세금 부과는 헌법에 위반된다'는 판단과 함께 관련법을 폐지한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법이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규제정책과 맞물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에 관한 법률'로 2008년 부활했다.

하지만 주택 가격이 크게 떨어지며 2011년까지 실제적으로 적용된 곳은 중랑구 정풍, 우성 연립재건축단지, 송파구 풍납동의 이화연립 등 3건에 불과했으며, 정치 권력의 성향에 따라 주거권·재산권을 침해할 소지가 큰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이후 주거권·재산권 침해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이 커지면서 2012년말부터 유예됐지만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과 함께 부활해 지난 1월부터 적용되고 있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유명무실한 제도의 당위성을 부과하기 위해 정부가  '토지공개념'을 명시적 조항으로 삽입했다고 설명했다.

재건축 조합들이 이번에 제기한 위헌 소송도 이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소송을 대리한 법무법인 인본은 "재건축 부담금이 실질적으로 조세의  성격을 갖고 있음에도 부담금이라는 명목을 내세워 헌법이 정한 조세법률주의를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 소송을 맡은 김종규 변호사는 "지금까지 헌법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소송 전문 변호사가 사건을 맡아 결과를 못봤는데 이번엔 객관성·공익성에 맞춰진 헌법소송"이라고 설명했다. 

즉  법 조항 자체만으로 항시 침해되고 있는 행복추구권, 기본권에 방점을 맞춘 공익소송으로 헌법재판소의 '각하' 시도를 사전에 차단한다는 전략이다. 헌재는 지난 2008년 당시 위헌 소송을 '직접성'이 결여됐다며 각하시킨 바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이번 재건축초과이익환수 위헌 소송은 과거와 달리 '정부의 기본권 옥죄기' 논란과 함께 6·13 지방선거에서 서울시 등의 부동산 정책전으로 확산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도입한 ‘35층 제한룰’이 집값 초양극화를 부추겼다는 비판이 대표적이다. 

이는 2011년 제도 도입 당시에도 부작용이 예고됐다. 당시 주영길 서울시의원은 행정사무감사에서 "주택공급원천인 재개발·재건축사업의 중단과 급격한 축소를 낳는 정책이 주택수급불균형으로 이어져 집값 폭등과 극심한 주택난의 원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강남구청장 자유한국당 예비후보로 등록한 그는 "토지 공개념 등 부동산 규제 정책이 그 자체로는 가치 중립적일 수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국가가 어떤 토지의 용도도 제한할 수 있다는 철권통치의 수단으로 남용될 위험도 높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정부의 8·2 대책 이후에도 주택공급이 예년에 비해 충분하다고 판단, 국토교통부와 재건축 규제·감독을 공조키로 하고 국토부 제1차관, 서울시 행정2부시장을 단장으로하는 태스크포스(TF)를 지난 2월 발족시켰다.

김승욱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급을 늘려 주택가격을 충분히 안정시킬수 있음에도 모든 개발이익을 환수하겠다는 조치는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만 조장하게 되므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보다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세금 징수가 아니라 국민들의 주거 복지와 안전 문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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