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마련한 개헌안에 포함된 '동일노동 동일임금'에 대해 실효성 논란 등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유영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발표한 개헌안에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명시된 것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대부분 국내 기업이 호봉제를 채택하고 있어 임금체계가 급격히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획일적인 동일노동가치 평가가 창의성을 저해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헌법 개정안 제33조 3항에는 ‘국가는 동일한 가치의 노동에 대해서는 동일한 수준의 임금이 지급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라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못 박혀있다. 정규직 노동자와 똑같은 일을 해도 임금과 노동조건 등에서 차별 대우를 받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개입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작년 6~8월 기준 비정규직 노동자 월평균 임금은 156만원으로 정규직 임금 306만원의 51%에 그쳤다.

그러나 이 같은 명분에도 불구하고 개헌안 내용이 공개되자마자 의문의 목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먼저 노동의 가치 문제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능력에 따른 보상 대신 노동에 따른 보상을 추구함으로써 임금 격차를 줄인다는 원칙을 전제로 한다. 동일한 노동에 동일한 가치를 부여한다는 얘긴데, 같은 일을 하더라도 업무 숙련도에 따라 결과물에 차이가 나는 상황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아무리 단순한 노동도 사람마다 처리 능력이 다른데 무조건 같은 임금을 지급한다면 더 열심히 일하겠다는 의지가 사라질 것”이라며 “효율성 차이를 고려하지 않는 것은 비정규직 차별과 같은 또 다른 불평등 문제”라고 지적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시대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세계는 성과주의와 창의성 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임금 정책 방향을 잡고 있는 상황"이라며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바라보는 현시점에서 낡은 개념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호봉제’와 대치되는 문제도 함께 거론되는 걸림돌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차별은 막을 수 있을지 몰라도 정규직 간 호봉 차이 등을 전부 부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 생산직 70%가 호봉제인 상황에서 ‘동일노동 동일임금’ 대신 근속연수 등으로 임금이 차등 적용되고 있다”며 “사회적으로 아직 합의되지 않아 역효과가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정착을 위해서는 ‘호봉제’ 대신 ‘직무급제’를 도입하는 방안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직무급제’는 업무 성격과 난이도 등 직무가치에 상응해 임금이 결정되는 제도로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사용한다. 서로 다른 직무에만 임금 차별을 둘 뿐 같은 직무엔 같은 임금을 지불하기 때문에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도 부합한다.

한국경제연구원 관계자는 “미국은 영업 5년 차는 얼마, 마케팅 15년 차는 얼마처럼 업종·연차별로 급여 수준이 정리돼 있어 직무급이 노동시장 표준가격처럼 작동한다”며 “같은 직급의 인력을 고용하면 비용 부담이 갑자기 늘거나 줄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직무급 체계로 빨리 옮겨가야 노동시장 불균형 문제와 고용 안정성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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