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민철 기자]용인 에버랜드 공시지가가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이용됐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이를 보도한 SBS와 삼성물산이 사실여부를 놓고 반박과 추가보도, 재반박에 나서면서 진실공방으로 치닫고 있는 양상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이 직접 “철저히 감사해달라”고 지시함에 따라 조사 과정에서 또다른 거대한 적폐가 드러날지 아니면 언론의 과잉보도로 결론 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삼성그룹 경영 승계 과정에서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돕기 위해 용인 에버랜드 부지의 공시지가가 임의로 조종됐다는 게 SBS 보도의 주요 내용이다. 삼성을 비롯해 국토부, 용인시, 감정평가사 등 조직적인 동원 의혹도 제기했다.

최근 SBS 보도에 따르면 지난 1994년 9만8000원 이었던 에버랜드 공시지가가 이듬해인 1995년 3만6000원으로 이례적으로 급락했다. 1996년 에버랜드 ‘헐값’ 전환사체 발행을 위한 임의적 조정이었다는 것이 SBS의 주장이다. 전환사채를 저가로 발행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등 총수 일가에 배정했으며, 특히 이를 통해 이 부회장의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발판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SBS는 이 부회장이 에버랜드 최대주주가 된 이후 공시지가가 점차 상승했고, 삼성물상과 제일모직간 합병을 앞둔 2015년 에버랜드 공시지가가 급격하게 상승하게 된 점에서도 의혹을 제기했다. 에버랜드 공시지가 등 재산 가치를 높여 합병과정에서 이 부회장을 비롯해 총수 일가의 지분을 확대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2014년 11월 국토교통부의 담당 공무원이 에버랜드를 직접 방문해 표준지 공시지가를 올릴 계획을 미리 통보하는 등 삼성 경영권 승계에 정부가 개입해 삼성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 준 것 아니냐는 의혹도 덧붙였다. 또 급격한 공시지가 인상에 삼성측은 이의제기도 하지 않았으며 이를 수용했다고 보도했다.

삼성물산은 이례적으로 20일과 21일에 걸쳐 에버랜드가 있는 용인토지 공시지가 결정 과정에 회사가 개입해 제일모직과 합병비율 산정을 왜곡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명백한 오보"라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삼성물산은 21일 해명자료를 통해 “1994년 여러 개의 표준지 중 공시지가가 높았던 9만8000원짜리 표준지와 1995년 3만6000원으로 변경된 특정 표준지만을 비교해 마치 전체 토지 가치 및 회사가치가 하락하여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싸게 발행하고 싶었던 삼성의 이해관계와 맞아 떨어진 것처럼 보도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삼성은 “1995년 당시 중앙개발(에버랜드)이 보유한 토지 중 전년대비 공시지가가 하락한 필지는 전체의 6%에 불과했다”며 “이를 제외한 다른 필지는 모두 가격이 크게 증가해, 전체 토지 가격은 오히려 80% 가까이 상승했고, 따라서 회사가치도 오히려 상승했다”고 반박했다.

삼성은 “SBS는 2015년 표준지가 1개에서 7개로 변경되면서 공시지가가 이례적으로 폭등해 전체 토지 가격이 대폭 상승했으나, 회사는 합병과 관련하여 주주들을 설득하는데 활용할 의도로 이의제기도 하지 않고 이를 수용한 것처럼 보도했다”며 “2015년의 경우 최초 잠정 표준지가 상승률이 60%에 달해 회사는 국토부와 용인시에 공시지가 인하를 요청하는 내용의 의견제출서와 이의신청서를 3회에 걸쳐 제출하는 등 적극적으로 그 부당함을 호소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표준지 공시지가 상승률은 22%로 감액 조정됐고, 최종 개별공시지가 상승률은 19%로 감액됐다고 삼성은 주장했다.

삼성은 에버랜드 공시지가를 임의적으로 하락시켰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에버랜드 기업가치의 등락은 전체 토지 가격의 변동에 연동되는 것이지, 전체 필지의 6%에 불과한 일부 필지의 가격 하락과는 무관한 것임에도, SBS는 위와 같이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만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삼성은 공시지가 상승으로 2015년 3차례에 걸쳐 국토부와 용인시에 이의신청에 나섰다고 반박했다. 삼성은 “최초 회사 토지지가의 추정 상승률이 60%에 달해, 2015년 1월 국토부에 표준지 공시지가 인하 요청 의견제출서를 제출했고 그 결과 상승률이 22%로 인하됐다”며 “2015년 4월과 6월에 걸쳐 용인시에 개별공시지가 관련 공시지가 인하를 요청하는 의견제출서 및 이의신청서를 제출하였고, 최종적으로 인상률은 19%로 인하됐다”고 설명했다.

삼성은 “회사의 실무자는 이러한 전후 사정을 사전에 SBS에 충분히 설명하였고, 윗선의 지시로 이의신청 자체를 하지 못했다고 설명한 적이 없다”면서 “SBS는 마치 윗선의 지시에 의해 회사가 공시지가 인상에 대해 이의제기 조차도 하지 못한 것처럼(보도했다)”며 “공시지가 인상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을 위한 주주설득 목적으로 회사에 의해 추진된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아울러 삼성은 “회사는 성실히 답변서를 작성, 3월 19일 오후 2시 30분경 답변을 회신함과 동시에 취재진에 미팅을 요청하고 목동 SBS 사옥을 찾아가 추가 설명까지 진행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3월 19일 SBS 뉴스는 회사가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은 것처럼 사실과 다른 내용을 보도했다”고 해명했다.

SBS보도와 관련해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는 한 라디오에 출연해 “(SBS가 거론한 에버랜드 토지가)6000억,7000억에서 한 2,3000억 오른 9000억원으로 제일모직 가치산정에서 대단한 영향을 주는 건 아니다”라면서 “SBS에서 약간 과장 보도하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에버랜드 공시지가가 전체적으로 30% 가량 오른 것이 합병에 유리하게 작용할 정도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편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22일 용인 에버랜드 공시지가 관련 의혹제기에 대해 즉시 감사에 착수해 철저히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국토부는 “문제점이 드러날 경우 징계는 물론, 감사과정에서도 의혹 해소를 위해 필요할 경우 수사의뢰 등의 조치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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