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그룹의 주요 계열사가 매출 호조를 이어가는 가운데 애경산업이 22일 코스피 상장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가습기 살균제·단일 품목 집중 등 넘어야 할 리스크도 남아있다. 8월 사옥 이전을 앞두고 건설 중인 애경그룹 통합사옥(왼쪽)과 애경산업이 판매를 담당했던 유해성 논란의 가습기 살균제 '가습기 메이트'.

[이뉴스투데이 유영준 기자] 애경그룹 지주사 AK홀딩스의 주력 계열사인 애경산업이 22일 코스피 상장을 앞두고 있다. 최근 매출 호조를 이어가며 애경그룹의 탄탄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코스피 상장 주력 계열사 ‘제주항공’과 ‘애경유화’의 뒤를 잇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 여파로 잠재돼 있는 ‘가습기 살균제 리스크’를 순탄히 넘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화장품 사업으로의 전환 시도 역시 관련 수익이 단일 품목에 집중돼 있어, 의구심이 끊이질 않는 상황이다.

애경그룹은 최근 ‘8월 사옥 이전’ 발표와 함께 ‘홍대 시대’를 선포했다. 현재 홍대입구역 역사(驛舍)에는 애경그룹 통합사옥이 건축 중이다. 그룹 지주회사 AK홀딩스를 비롯해 애경산업, AK켐텍, AM플러스자산개발, AK아이에스, 마포애경타운 등의 계열사가 입주를 기다리고 있다. 애경그룹 한 관계자는 “앞으로 각 사간 활발한 소통이 이뤄지고 협업 체계가 구축돼 시너지를 낼 것”이라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최근 애경그룹 핵심 계열사들의 행보는 거침이 없다. 그중에서도 제주항공은 올해 저가항공사 중 최초로 연 매출 1조원과 영업이익 1000억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애경그룹이 운영하는 화학, 백화점, 부동산, 항공 등 4가지 사업 부문 중 화학, 백화점, 부동산의 연간 성장률은 업종의 특성상 5% 내외로 움직인다. 반면 제주항공은 연간 20% 이상 고성장을 기록하고 있어 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발돋움했다.

그룹 매출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애경유화 역시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PA(무수프탈산)와 가소제의 원재료 가격이 하락하면서 사상 최대 수준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관심이 집중된 곳은 위 두 계열사에 이어 코스피 상장을 예약한 애경산업이다. 애경산업은 애경그룹이 지난 1985년 생활용품 사업 부문을 독립해 설립한 회사다. 주방 세제 '트리오'와 치약 브랜드 '2080', 샴푸 브랜드 '케라시스' 등 내로라하는 생활용품 브랜드를 탄생시켜 왔다. 생활용품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20.7%에 이른다. 2017년 3분기 기준 누적 매출액 4405억원, 순이익 329억원을 기록한 애경산업은 최근 수익성 높은 화장품 사업의 비중이 늘면서 전년 동기 대비 순이익이 21% 가까이 증가했다.

하지만 제주항공과 애경유화의 뒤를 무난히 따를 것으로 보이는 애경산업에도 리스크는 존재한다. 대표적인 것이 가습기 살균제 논란이다. 애경산업은 가습기 살균제 ‘가습기 메이트’를 판매하면서 인체 유해 정보를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며 SK케미칼과 함께 지난달 공정위로부터 검찰에 고발됐다. 공정위는 가습기 살균제가 최소 2013년 말까지 판매됐다는 매출 기록을 근거로 시정명령과 함께 양사에 총 1억34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애경산업의 상장 준비 작업은 계획보다 다소 미뤄졌다. 애경산업은 증권신고서에 ‘가습기 살균제 사건 관련 우발채무 발생 가능성’을 핵심 투자위험으로 제시했다. 가습기 살균제의 주성분인 CMIT·MIT의 위해성이 확인되면 관련 소송에서 패소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도 향후 소송으로 인한 재무적 손해나 매출 악화 등의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애경산업은 공모가 희망범위 2만9100~3만4100원 중 가장 낮은 수준인 2만9100원에 공모가를 확정했다고 공시했다. 시장 기대감이 그만큼 낮다는 방증이다. 공모가 기준 총 공모금액은 1978억원, 예상 시가총액은 7602억원이다. 시가총액 1조원 달성까지 예상했던 시장의 예측에 비해 한참 못 미치는 규모다.

애경산업 한 관계자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경우 2011년부터 진행된 오래된 사안”이라며 “최근에는 거래소에서 기업의 윤리 문제를 많이 따지는 상황인데도 거래소 승인을 통과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자사가) 문제가 됐었던 제품인 ‘가습기메이트’의 제조가 아닌 판매를 담당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유해성이 증명돼서 소송 문제로 확장이 된다고 해도 ‘제조물 책임법’에 따라 제조사인 SK케미칼 측에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는 만큼 재무적 리스크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스피 상장 후 애경산업 측은 화장품 사업부문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화장품 사업 수익성 급증을 적극 활용함과 동시에 가습기 살균제 논란에서 세간의 시선을 돌리는 효과까지 노리겠다는 심산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애경산업의 화장품 매출 비중은 2014년 6.4%에 불과했지만 2015년 14.3%, 2016년 25.9%, 2017년 36%(3분기 기준)까지 증가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도 리스크는 있다. 애경산업의 화장품 부문 매출 급상승은 일명 ‘견미리 팩트’로 불리는 ‘에센스 팩트’ 단일 품목의 인기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에센스 팩트가 화장품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90%에 달한다.

과거 마스크팩 단일 품목으로 상장했던 화장품 제조기업 ‘제닉’은 새로운 히트작을 내놓지 못하며 매출이 꾸준히 감소해 주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현재 공모가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달팽이크림’으로 상장했던 화장품 브랜드숍 ‘잇츠스킨’ 역시 이후 히트작 부재로 주가 폭락에 직면해야 했다.

애경산업은 올 상반기에 신규 화장품 브랜드 2개를 론칭해 신제품을 선보이겠다는 입장이지만 히트 상품으로 포장될지는 미지수다. 애경산업 한 관계자는 “최근 (자사의) 화장품 사업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60여년간 생활용품을 기반으로 한 탄탄한 역사를 가진 기업인만큼 ‘제닉’이나 ‘잇츠스킨’과 같은 기업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생활용품 매출’이라는 든든한 버팀목을 강조했다.

그는 “매출이 한 브랜드(에센스 팩트)에 치중돼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상장을 통해 마련된 자금으로 새로운 브랜드와 히트 상품을 만들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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