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 화물터미널 부지에 마련된 '디에이치 자이 개포' 견본주택에 4만3000여명의 방문객이 몰려들었다.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8·2 부동산 규제 정책의 최후 방어선으로 알려진 분양가 상한제와 중도금 대출규제가 무용지물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별 청약 결과 현금부자와 대출을 받지 못한 입찰자의 운명이 엇갈리며 초양극화를 정부가 부추긴 셈이 됐다.

20일 국토교통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주말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강남 개포주공8단지를 재건축하는 '디에이치자이 개포' 견본주택에 4만3000여명의 방문객이 몰려들었다. 정부는 9억원 이상인 아파트에 중도금 대출제한 정책을 적용해 청약률이 낮아질 것을 기대했지만 현금 자산이 많은 부자들은 이와는 정반대의 결정을 내렸다.

대출 규제로 서민들은 내집을 구하기 어려워진 반면 현금 자산이 많은 부자들은 10억원의 부담 정도는 아무렇지 않은 투자라고 여겼다. 또 부족하더라도 단기 자금 변제만 가능하면 일단은 주위에서 돈을 빌려서라도 투자키로 했다.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지난 19일 이뤄진 458가구 특별공급 모집에 최종 990명이 접수했다고 밝혔다. '디에이치자이 개포' 특별공급 가구수는 기관추천 119가구, 다자녀 168가구, 신혼부부 119가구, 노부모 52가구다. 

특별청약 결과는 2.16대 1의 비교적 낮은 경쟁률을 보였으나 자금 마련 문제로 청약을 중도 포기한 신청자가 300여명 발생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대출규제를 획일적으로 시행하다 보니 돈 있는 사람만 돈을 벌 수 있는 양극화가 일어난다"며 "강남에는 9억 이하의 아파트가 없어 100% 중도금 대출 규제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행 40%로 제한되고 있는 신DTI(총부채상환비율)도 60%까지는 늘려주는 것이 서민들의 내집 마련 기회를 넓혀 주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중도포기 결정을 내린 한 서울시민은 "대출이 막혀 지인들로부터 1~2억원을 빌리려고 했지만 쉽지가 않았다"며 "강남 입성을 꿈꾸며 특별공급에 참여했으나 현금 부자들과의 소득격차가 더 벌어진 듯한 느낌이다"며 낙담했다. 

또 부동산 전문가들은 분양가 상한제로 시세와의 차이가 더욱 벌어진 상황이기 때문에 상식이 있는 투자자라면 당연히 청약에 참가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당장의 시세차익이 6억원 이상이니 무조건 남는 장사라는 것.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책정한 '디에이치자이 개포' 분양가는 전용 63㎡ 4001만원, 전용 76㎡ 4127만원, 전용 84㎡ 4323만원인데 분양가 상한 적용으로 인근단지보다 평균 6억의 차익을 볼 수 있다.

8·2 부동산 대책 후속 조치로 국토부는 인기 지역 부동산이 높은 가격을 형성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을 '시장 불안정'으로 규정하고 이를 용납하지 않겠다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이번 디에이치자이 개포 청약과정에도 입김을 행사한 국토부는 청약 가점을 이유로 위장전입을 하는 당첨자를 가려내기 위해 실거주 여부에 대한 실태조사를 예고했다.

개포동 모델하우스 곳곳에도 위장전입 직권조사 실시와 관련한 안내문이 붙었다. 하지만 주민들은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대부분이 실수요자이기 때문이다.

이와 비슷한 해프닝은 지난해 9월에도 있었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 부담을 소유기간 별로 차별화 한다는 주장이 일자 국토부는 강남권 장기주택 보유자 비율을 조사했다. 

하지만 10년 이상 장기거주자 비율이 절반 이상인 것으로 드러나자, 정책 책임자인 주택토지실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당시 자료를 요청받은 재건축 조합에 따르면 10년 이상 거주자 비율은 50~60% 가량이었다. 

한편 디에이치자이 개포는 지난 19일 특별공급을 시작으로 오는 21일 1순위 청약을 받는다. 당첨자 발표는 29일이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강남구청을 동원해 23일부터 특별공급 당첨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들어가고, 국세청도 세무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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