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 조사를 마친 이명박 전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김봉연 기자] 110억원대 뇌물수수와 다스 300억원대 비자금 조성 등 혐의를 받는 이명박(77) 전 대통령이 21시간에 걸친 검찰 밤샘 조사를 받고 15일 새벽 귀가했다. 전직 대통령 소환 조사는 전두환·노태우·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다섯 번째다.

그는 대통령을 퇴임한 후 1844일 만에 피의자 신분으로 국민 앞에 섰지만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검찰은 진술 내용과 그동안의 수사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조만간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전날 오전 9시 22분께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9시 45분부터 본격적인 조사를 받기 시작한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6시 25분께 검찰청사를 나와 준비된 차를 타고 논현동 자택으로 돌아갔다. 조사 시간은 검찰청 총 체류 시간을 기준으로 21시간에 달했다. 지난해 3월 21일 같은 곳에서 조사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도 14시간 동안 조사를 받고 7시간 넘게 조서를 열람한 뒤 이튿날 새벽 귀가했다.

검찰 조사를 마친 이명박 전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 전 대통령은 검찰청사를 나서며 뇌물수수 및 다스 실소유 의혹을 부인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차에 올라탔다. 장시간 조사로 피곤한 모습의 이 전 대통령은 '다스는 본인 것이 이니란 입장은 변함 없나', '뇌물 혐의 또한 전면 부인하나' 등의 취재진 질문에 별다른 답변 없이 "수고하셨다"라고 짧게 말한 뒤 미리 준비한 차량에 몸을 실고 청사를 빠져나갔다. 이 전 대통령은 오전 6시 33분께 논현동 자택에 도착해서도 차량에 탄 채 집안으로 이동, 대기하던 취재진에 아무런 메시지를 남기지 않았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을 상대로 전날 오전부터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 송경호(48·사법연수원 29기) 부장과 이복현(45·32기) 부부장, 신봉수(48·29기) 첨단범죄수사1부장 등을 투입해 뇌물수수와 다스 관련 각종 의혹에 대한 전반을 조사했다.  장시간 이어진 검찰 피의자 신문 절차는 자정 무렵에 마무리됐다.

이후 그는 자신의 진술 내용이 담긴 조서를 면밀히 검토하는 데 6시간 넘게 시간을 들였다. 조사에 14시간 40분가량, 조서 열람에 6시간 반가량이 쓰였다. 이 전 대통령은 조사에 입회한 강훈 변호사 등 변호인 4명의 도움을 받으면서 조서에 적힌 답변 내용을 꼼꼼히 확인하고 일부 내용은 진술 취지와 다르다면서 수정을 요구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통령은 뇌물수수와 횡령·배임, 조세포탈, 직권남용, 공직선거법 및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 의혹과 관련해 20여개 안팎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뇌물수수·횡령·조세포탈 등 혐의를 받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22분께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도착한 후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미리 준비한 입장문을 꺼내 읽었다. 그는 "민생 경제가 어렵고 한반도 안보 환경이 매우 엄중할 때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대단히 죄송하다"고 했다.

이어 "전직 대통령으로서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지만 말을 아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한다"면서 "바라건대 역사에서 이번 일로 마지막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검찰 수사에 대한 불만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검찰 수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 죽음에 대한 정치 보복"이라는 성명을 발표했었다.

검찰 조사는 크게 다스 조사와 뇌물 조사로 나눠 진행됐다. 오전부터 오후 5시까지는 다스의 실소유주 의혹과 다스 비자금 조성 혐의 등에 대해 조사했고, 오후 5시20분부터 조사가 끝날 때까지는 국정원 특활비 불법수수 등 뇌물수수 의혹에 조사가 집중됐다.

검찰 측은 “박 전 대통령 때보다는 계획한대로 조사가 진행됐다”며 “그러나 혐의가 많고 조사 내용이 방대해 조서 열람을 마치는 시간은 가늠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은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액 60억원(500만 달러), 국가정보원 상납 특별활동비 17억5000만원 등에 관한 뇌물 혐의와 관련해 자신은 전혀 관여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자동차 부품사 다스와 관련한 비자금 조성, 다스 소송 공무원 동원, 대통령 기록물 다스 창고 유출 등 의혹과 관련해서도 "전혀 모르는 일이고 설령 그런 일 있었더라도 실무선에서 이뤄진 일"이라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외에도 그는 국정원 특활비나 불법 전용한 청와대 예산으로 불법 여론조사를 했다는 혐의 등 다른 의혹 전반에 관해서도 부인하는 취지로 일관했다.

서울중앙지검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소환조사를 하루 앞둔 13일 조사실 배치도를 공개했다. <사진제공=서울중앙지검>

검찰은 이번 조사에 대해 “이 전 대통령이 갖고 있는 입장을 듣는 게 목적”이라고 했다. 사건 관련자들과의 대질신문도 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시간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돼 당초부터 대질신문은 검토하지 않았다"고 했다.

검찰은 그러나 그간 수사로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등 다수의 핵심 인물들의 진술을 확보했고, 다스 '비밀창고'에 보관된 서류 등 다수의 결정적 물증들을 확보해 혐의 입증에 어려움이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이르면 금주 중 이 전 대통령의 진술 내용 등을 포함한 수사 결과를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보고하고 구속영장 청구 여부 및 기소 시점 등 향후 수사 계획에 관한 재가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 내부에서는 뇌물수수 혐의액만 100억원을 넘어 사안이 중대하고, 이 전 대통령이 객관적 물증에 반하는 진술로 일관하며 혐의를 부인해 증거인멸 우려가 크다는 등의 이유로 원칙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일각에서는 전직 대통령이 수사 상대라는 특수성, 박 전 대통령이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점,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공방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점 등까지 고려한다면 검찰이 이 전 대통령 신병처리 결정 과정에 신중을 기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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