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직증축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강남구 대치2단지. 현재 건축심의를 준비 중이다.

[이뉴스투데이 유준상 기자] 정부가 재건축 과열을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전방위적인 압박에 나선 가운데 안전진단 강화라는 초강수를 뒀다. 이에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리모델링에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구조 안전진단 강화에 숨통 막히는 재건축

20일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재건축사업이 구조안전성 비중 50% 상향조정을 골자로 한 안전진단 기준 개선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안전진단 종합판정을 위한 평가항목별 가중치가 조정된다. 현재는 구조적 안전보다는 주거의 편리성과 쾌적성에 중점을 둔 주거환경중심평가(구조안전성 20%, 주거환경 40%, 시설노후도 30%, 비용분석 10%)를 통해 재건축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하지만 국토부는 구조안전성 확보라는 재건축사업의 본래 취지대로 제도가 운영될 수 있도록 구조안전성 비중을 50%까지 상향조정(주거환경 15%, 시설노후도 25%, 비용분석 10%) 했다.

이에 안전진단을 앞두고 있는 서울 시내 다수 재건축 단지들의 반발이 심해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특히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 조합원 지위 양도 규제 등 각종 규제가 난무한 상황에서 이번 안전진단 강화 조치는 사업에 불확실성을 높일뿐더러 재건축 추진 단지들의 사업 의지를 꺾고 있다.

특히 재건축 갓 연한을 채웠거나 연한이 임박한 단지들이 최대 피해지로 예상된다. 부동산리서치 기관에 따르면 현재 재건축에 뛰어들었지만 안전진단 전 단계에 머무른 사업지는 서울에만 10만3822가구에 달한다. 특히 양천구 14개 단지 2만6000여 가구로 구성된 신시가지아파트와 송파구 잠실 올림픽훼밀리타운, 아시아선수촌아파트 등 8263가구, 올해로 3만여 가구가 재건축 연한을 충족하는 노원구 등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다.

한 재건축 전문가는 “시장의 관심사는 재건축 투자 수요가 어디로 흘러갈지다. 사실 재건축 안전진단 구조안전-주거환경 비중은 2015년 5월 40:40으로 조정된 지 불과 3년도 안된 채 다시 번복된 것이다. 이 같은 널뛰기식으로 춤을 추는 재건축 정책은 사업지들에게 혼란을 주고 재건축 투자 수요를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꼬집었다.

◇“불안한 재건축 대신 안정된 리모델링으로 간다”

이렇게 혼란에 빠진 재건축의 대안이 될 수 있는 사업이 증축형 리모델링이다.

관련 법제 개정 빈도가 높아 혼선을 초래할 수 있는 재건축에 비해 리모델링은 2014년 4월 ‘수직’ 및 ‘수평’ 등 증축형 리모델링 활성화를 골자로 한 ‘주택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이 시행된 이래 단 한 차례도 뼈대를 흔드는 개정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러한 점은 보다 안정된 사업 추진을 이끌어낼 수 있다.

이러한 안정적인 기반에 힘입어 리모델링시장은 나름대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추진되고 있다.

본지가 한국리모델링협회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의하면 현재 서울시 리모델링 공식 추진 단지는 개포대청, 개포우성9차, 대치선경3차, 대치현대1차, 양재우성LBS, 잠원한신로얄, 송파성지, 이촌현대, 오금아남, 옥수극동, 신정쌍용, 등촌부영, 둔촌현대1차, 둔촌프라자가 있다. 성남시는 분당 느티마을3단지, 느티마을4단지, 매화1단지, 무지개4단지, 한솔마을5단지, 평촌 목련2차, 목련3차 등이 있다. 

재건축에 비해 안전진단이 까다롭지 않은 점도 리모델링의 장점이다.

리모델링은 A~E등급 중 수평증축은 C등급 이상, 수직증축은 B등급 이상이면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 특히 1980년대 중후반에 준공돼 재건축 연한을 갓 채운 단지들은 이번에 강화된 안전진단의 벽을 넘을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리모델링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업계 한편에서 대두되고 있다. 1986~1988년도에 준공한 목동신시가지1~14단지(2만4358가구)가 대표적으로, 단지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리모델링 추진에 대한 논의가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재건축에 비해 연한이 짧고 사업 단계가 간소한데 비해 증축을 통해 재건축의 장점인 사업성을 살릴 수 있는 점은 리모델링이 최대 장점이다.

현 정부의 규제 일변도의 정책에 따라 현재 30년인 재건축 연한은 40년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비해 리모델링의 연한은 15년이다. 여기에 사업 진행 절차도 ‘기본계획 수립→추진위원회 구성→조합 설립→안전진단→건축심의→행위허가→이주→착공→입주’로 재건축보다 간소하다.

또 리모델링은 ‘전면 철거 후 건축’이 아닌 ‘수선ㆍ증축’ 방식이다 보니 용적률이 높아 재건축에 불리한 중층 단지들의 흡인 요인이 되고 있다. ‘주택법’에 따르면 용적률 제한 없이 수직ㆍ수평 등 증축형 리모델링을 통해 용적률 최대 40%, 전체 세대수 15% 확보, 최대 3개층 증축을 할 수 있다. 게다가 기부채납 부담도 전무하다.

앞서 언급한 서울 3개 구를 비롯해 분당, 평촌, 일산 등 1990년대 초반에 공급된 수도권 신도시, 용산구 동부이촌동 일대 1990년 후반~2000년대 후반에 지어진 단지들이 리모델링 추진 시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단지들은 이미 기본 용적률을 다 채운 상태로 건축됐기 때문에 사업성에 있어서 재건축보다 리모델링이 유리하다는 평가다.

이동훈 한국리모델링협회 건축사는 “정부의 일관성 없는 재건축 정책이 시장에 혼선을 안겼다. 하지만 고무줄식 정책은 또다시 언제 바뀔지 모르기 때문에 당분간은 관망세가 지속될 것이다. 하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 변동된 안전진단 법제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이 되고 분위기가 무르익고 나면 리모델링 선회 추세는 걷잡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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