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는 21일 6년 만에 완전변경된 4세대 싼타페를 공식 출시했다. 신형 싼타페는 사전계약 8영업일 만에 1만4000여대가 넘는 계약을 달성하며 흥행몰이에 나섰다. <사진제공=현대차>

[이뉴스투데이 이세정 기자] 현대자동차가 4세대 싼타페를 출시하면서 국산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절대강자인 기아자동차 쏘렌토와의 집안싸움이 당연하게 예고되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와 기아차는 두 차종의 주력 트림과 포지셔닝 등에서 전략적인 차이를 두고 오히려 협공 작전에 나서는 모양새다.

22일 현대차에 따르면 신형 싼타페는 사전계약에 돌입한 지 8일(영업일 기준) 만에 1만4243대의 예약고를 기록하며 초반 흥행몰이를 이어가고 있다. 신형 싼타페는 지난 2012년 3세대 이후 6년 만에 완전변경(풀체인지)을 거쳐 21일 공식 출시됐다.

현재 국산 중형 SUV 시장에는 싼타페를 비롯해 쏘렌토, QM6(르노삼성), 캡티바(한국지엠), 코란도 C(쌍용차) 등 5개 차종이 포진해 있다. 지난해 내수에서 판매된 국산 중형 SUV는 총 16만8000여대다. 월평균 1만3900여대씩 판매된 점을 고려할 때, 싼타페는 중형 SUV 5종의 한 달 평균 판매량을 일주일 만에 뛰어넘은 셈이다.

싼타페의 폭발적인 인기는 쏘렌토의 입지를 위협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쏘렌토는 내수 시장에서 7만8458대를 판매하며 2016년에 이어 2년 연속 중형 SUV 왕좌에 올랐다. 지난해 7월에는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된 '더 뉴 쏘렌토'를 선보이며 SUV 차종으로는 유일하게 월판매 1만대 돌파라는 위업을 달성한 바 있다. 하지만 신형 싼타페의 등장이 판매 감소로 연결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그동안 싼타페와 쏘렌토는 판매 간섭 효과(카니발리제이션, 신제품이 기존 제품의 시장을 잠식하는 현상)가 유독 심각했다. 중형 SUV라는 동급 세그먼트에 포진해 차체 크기에 큰 차이가 없고, 엔진 라인업과 가격대가 비슷해 자연스럽게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기아차가 2009년 2세대 쏘렌토를 내놓자 싼타페의 판매량은 절반 가까이 줄었다. 쏘렌토는 2012년 3세대 싼타페 출시 직후 부진에 빠졌고, 2014년 3세대를 출시하면서 가까스로 판매 기조를 회복한 전례가 있다. 때문에 업계 안팎에서는 신형 싼타페의 등장으로 판매간섭효과가 재현될 수 있다는 전망을 조심스레 내놓는다.

현대차 싼타페

하지만 현대차와 기아차는 판매 간섭을 최소로 줄이기 위해 고객을 분산시키는 전략을 세웠다.

신형 싼타페의 차체 크기를 살펴보면 전장과 전폭, 전고는 각각 4770mm, 1890mm, 1680mm이다. 축거(휠베이스)는 2765mm다. 이전 세대보다 전장은 70mm 길어졌고 전폭은 10mm 늘었다. 축거는 65mm 가량 확대되는 등 전체적인 사이즈가 커졌지만, 여전히 쏘렌토보다 작은 차체를 갖는다. 쏘렌토는 전장 4800mm, 전폭 1890mm, 전고 1685mm, 축거 2780mm로, 중형인 싼타페보다 크지만 대형 SUV인 맥스크루즈와 모하비보다 작은 '준대형급'에 포지셔닝 됐다.

싼타페와 쏘렌토는 동일한 엔진 라인업으로 운영되지만, 엔진별 상품성 차별화로 주력 모델이 겹치지 않도록 했다. 신형 싼타페는 디젤 2.0 모델이 주력이다. 사전계약을 분석한 결과 67%의 고객이 디젤 2.0을 선택했다. 반면 쏘렌토는 디젤 2.2 모델이 주력으로, 구매 고객의 57%가 몰렸다.

싼타페 디젤 2.0의 경우 엔트리 트림은 8단 자동변속기, 랙 구동형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R-MDPS), 통합주행모드(스마트·컴포트·에코·스포츠), 지능형 주행안전 기술(ADAS) 등을 기본 적용했다. 가격은 2895만원으로 책정했다.

쏘렌토 디젤 2.0의 엔트리 트림(럭셔리)은 2785만원으로, 싼타페보다 100만원 가량 저렴하다. 6단 자동변속기가 기본으로 적용되고 8단 변속기는 선택할 수 없다. 랙 구동형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은 기본 탑재됐지만, 첨단 안전 기술과 주행모드통합제어시스템(스마트 드라이브 모드) 등은 옵션 선택이 불가능해 싼타페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

기아차 쏘렌토

하지만 기아차는 디젤 2.0 럭셔리 트림에 75만원을 추가하면 주력인 디젤 2.2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로 사양을 업그레이드해 준다. 주행모드통합제어시스템 역시 장착된다.

또 기존 쏘렌토 고객들의 최선호 트림인 프레스티지에 디젤 2.2 엔진, 8단 자동변속기를 기본 탑재하고, 가장 인기있는 선택 품목인 스마트 내비게이션과 스타일UP 패키지를 기본 적용한 '넘버원 에디션'을 새롭게 출시하며 판매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개별 옵션으로 선택하는 경우보다 60만원 저렴한 3180만원이다.

싼타페 2.2 디젤의 하위 트림인 익스클루시브는 3410만원으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전방 차량 출발 알림, 고속도로 주행 보조 등 첨단 안전 사양이 기본 탑재했다. 고사양으로 이뤄진 만큼, 가격대가 높게 형성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싼타페와 쏘렌토는 플랫폼과 엔진을 공유하는 형제차라는 인식이 강해 신차가 출시될 때마다 판매간섭이 컸다"며 "하지만 최근 싼타페는 첨단 안전·편의 사양으로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강조한 반면, 쏘렌토는 사양 대비 합리적인 가격으로 가성비를 내세우며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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