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정통부 전성배 국장이 22일, 서울 정보통신진흥협회에서 개최한 미디어 브리핑을 통해 보편요금제 법제화 등 현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뉴스투데이 서정근 기자] 보편요금제 법제화를 두고 정부와 이동통신 3사 간 전운(戰雲)이 감돈다. 100일간 운영된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를 통해 도입 여부를 논의했으나 양측이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고, 공이 국회로 넘어가게 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통3사가 고가요금제 가입을 유도하고 이로 인해 가계통신비가 적정 수준을 넘어서는 '시장 실패'에 이르렀다고 전제하고 있으나 이통3사는 가계통신비가 '적정' 수준이며, 선택약정할인율 상향과 기초연금수급자 요금할인으로 '할 도리'를 다했다는 입장이다.

이통3사가 "보편요금제 법제화가 아닌 다른 방식의 통신비 인하 방안을 찾겠다"고 제안하고 정부가 "보편요금제 도입에 준하는 효과를 낼 만한 방안이라면 법제화를 철회할 수 있다"고 여지를 뒀으나 양자간 간극이 쉽게 좁혀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평이다.

과기정통부 전성배 국장은 22일 미디어 브리핑을 통해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를 100일간 운영하며 보편요금제 도입 관련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이통 3사가 오늘 마지막 회의를 통해 '다른 대안을 찾아보겠다'고 전향적인 입장을 내놓아, 추후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성배 국장은 "이통 3사에게 언제까지 시한을 줄 수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일단 법안 초안은 마련했고 이를 3월 중 국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힌 후 "법제화는 그대로 추진하면서 3사와 협의를 이어간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입법'이 중심이고 '협상'은 부차적이라는 것이다.

정부가 구상하는 보편요금제는 이통 3사가 월 2만원대의 요금에 200분 내외의 음성통화와 1GB 가량의 데이터를 제공하게 하는 것이다. 데이터 통신 수요가 급증하는 현 상황에서, 고가요금제에 가입할 여력이 없는 서민층이 가입해 정보격차를 해소하고 가계통신비 부담을 줄일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선한 취지' 이지만 이를 도입할 경우 수익 감소로 직격탄을 맞는 이통 3사의 반발 또한 자연스럽게 뒤따른다.

당초 기본료 폐지가 문재인 정부 가계통신비 인하 공약 1순위로 부각됐으나 보편요금제가 주요쟁점이 됐다. 전성배 국장은 "협의회에 참여한 시민단체들도 보편요금제만 도입되면 기본료 폐지는 필요치 않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통3사가 마련해올 '대안'이 어느 정도 수준일지 예단키 어려우나, 정부가 원하는 대로 보편요금제 도입에 준하는 수준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3사는 선택약정할인율을 25%로 상향한 데 이어 온라인 직영몰을 통해 가입하는 이용자에게 5~7% 가량 할인율을 추가로 상향하는 안을 준비 중이다. 이외에 각사가 개별적으로 요금제 개편을 추진할 전망인데, 3사 입장에서 크게 수익을 줄일 요금제를 내놓을 리 없기 때문이다.

이날 LG유플러스는 8만8000원에 이용할 수 있는 데이터 완전 무제한 요금제 출시 계획을 밝혔는데, 이는 최고 가격 구간 가입자들에게 혜택을 줘서 가입자 확대를 꾀하는 상품이다. LG유플러스 황현식 부사장은 이 요금제를 소개하며 "가계통신비 절감 차원의 접근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고 저가요금제 강화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그런 방향은 MVNO들이 주력해야할 문제"라고 답했다.

전성배 국장은 이날 "이통3사가 어느 정도 수준의 대안을 마련해야 법제화를 철회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여러가지 시도와 노력들이 있을 수 있는데, 그러한 것들의 총합이 보편요금제 도입 효과 이상이 되어야 한다"고 답했다. 또 "LG유플러스의 신규 요금제 처럼 (고가요금제 가입자가) 데이터를 나눠주는 것 정도로는 인정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통사의 한 관계자는 "보편요금제 만큼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 3사의 공통된 입장이며, 반(反) 시장적 요소가 다분한데 국회에서 통과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 관계자는 "법안을 통해 가계통신비 인하의 의의와 취지 등 원론적인 내용을 담을 수 있겠지만 구체적인 가격 수치 등을 규율 할 순 없다"며 "결국 3사의 자발적인 참여와 협조를 통해 도출된 구체적인 내용을 시행령에 담아야 하는데, 3사가 협조하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정부가 사회적 합의 기구인 가계통신비 정책 협의회를 통해 이 안건을 논의한 것도 결국 3사의 자발적 협조 없인 불가능한 사안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 측은 "3사 협조 없이도 법제화가 가능하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정창림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기획과장은 "법안이 반 시장적이라는 평가가 있다"는 지적에 "현 통신요금 시장이 시장 실패로 귀결됐고 이를 바탕으로 하는 법제화"라고 반박한 후 "본 법에 도입 취지와 (시장 규모와 요금제 인가 내역 등의 데이터를 근거로) 산출한 요금 산정 방식과 근거를 담고 보다 세부적인 수치는 시행령과 고시 등 하위 법령을 통해 충분히 담을 수 있다"고 밝혔다.

과기부 관계자들은 "보편요금제 도입 법제화가 끝끝내 실패할 경우 기본료 폐지를 다시 추진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명쾌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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