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유경아 기자]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국가대표 김보름(25·강원도청)을 후원하던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가 김보름과 재계약하지 않기로 했다. 네파는 이 같은 입장을 김보름의 ‘인터뷰 논란’ 직후 밝혔다.

네파와 김보름의 ‘후원 계약’ 종료 시점은 오는 28일까지였다. 이 시점을 8일가량 남겨두고 결정한 사안인데 당사자인 김보름 선수에게는 직접 전달되지도 않았다. 언론을 통해 공식 입장을 밝힌 셈이다.

네파 관계자는 “(후원 재계약을 하지 않는) 이유는 밝히기 곤란하다”면서 “애초에 평창올림픽이 끝나는 시점까지만 후원하기로 한 ‘단기계약’ 건이었다”고 설명했다. 네파는 지난해 9월 1일부터 김보름에게 자사 제품 등을 후원했다. 김보름은 네파 CF모델로도 활약했다.

네파에 따르면 김보름을 후원하게 된 이유는 그가 이번 평창올림픽서 스피드스케이팅 매스스타트 종목 ‘메달 후보’이기 때문이었다. 네파가 현재 후원 중인 선수는 김보름이 유일하다. 네파는 김보름이 경기 전 네파 제품을 착용하고 연습하는 모습 등을 미디어에 노출하고 이에 따른 간접광고(PPL) 효과를 기대했다.

여론은 네파에 대한 동정론이 우세하다. 네파가 김보름의 발언으로 더 큰 피해를 입기 전에 내린 ‘좋은 결정’이라는 얘기다. 오히려 김보름이 네파에 피해를 준 것이라면서 선수가 브랜드의 이미지를 생각해 더 조심했어야 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앞서 김보름은 19일 평창올림픽 여자 팀추월 준준결승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함께 출전한 노선영이 뒤쳐져 아쉬운 기록을 얻었다고 밝힌 바 있다. 경기 결과 자체를 모두 노선영에게 돌리는 듯한 태도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김보름의 발언은 '인성 논란'으로 이어졌다. 일부 네티즌들은 국가대표 선수단에서 퇴출시키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스포츠 선수들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때마다 후원사들은 선수들에 대한 후원을 끊을까. 매번 그런 것은 아니다.

나이키는 타이거 우즈의 연이은 ‘성추문’에도 의리를 지킨 바 있다. 골프계의 모차르트로 불리는 천재 골퍼 타이거 우즈는 나이키와 1996년부터 지난해까지 인연을 이어갔다. 나이키는 당시 타이거 우즈와 연간 500만 달러(약 54억원)을 맺은 바 있다. 선수 인생 최대 위기였던 2009년 불륜 스캔들 이후인 2013년에도 재계약해 지난해 나이키가 골프사업을 철수할 때까지 의리를 지켜왔다. 

‘평창올림픽’에서 아이언맨 헬맷을 쓰고 새로운 ‘스켈레톤 황제’로 올라선 윤성빈(24·강원도청)의 사례는 네파와는 대조적이다. 윤성빈은 지난 16일 평창올림픽 남자 스켈레톤 경기서 압도적 기록을 내며 금메달을 획득했다. 포스코대우로부터 지난 7년동안 후원을 받아왔다. 포스코대우는 지난 2011년부터 한국 봅슬레이, 스켈레톤 국가대표 선수단과 메인스폰서 후원을 맺고 연간 3억원 이상을 지원해 왔다.

고가의 장비 구입이 힘들어 해외에서 이를 대여해 참여할 정도로 열악했던 국내 동계스포츠를 활성화하기 위해 포스코대우는 우리 선수들에게 썰매를 구입해주고 기량 확대를 위한 해외 대회 출전을 적극 지원했다. 국민들이 이름도 잘 알지 못하던 선수들을 묵묵하게 후원해 온 그들의 '의리'가 이번 올림픽에서 빛을 발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김보름 선수가 이번 올림픽에서 ‘실언 논란’이 없었고, 메달을 땄으면 아마 계약이 연장됐을 가능성도 크다”면서 “김보름 선수를 마케팅에 활용하지 않을 이유가 뭐가 있겠냐”고 말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네파가 내린 결정은 다소 아쉽다. 한국 동계스포츠의 발전을 위한 후원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단발적’ 후원이기 때문이다. 재계약 불발이 김보름의 발언에 따른 논란 때문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다만 7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네파와 김보름 사이 ‘의리’는 여기까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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