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지난해 법정관리 위기까지 치달았던 대우조선해양이 1조원대의 영업이익을 달성한 호실적 발표를 앞두면서 고민이 깊어졌다.

20일 금융당국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이달 초 연간 실적 보고를 마무리했지만, 대우조선은 공시 기한 종료 10여일을 남기고 이렇다할 발표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조선업계 핵심 관계자는 대형3사 가운데 대우조선만 발표가 늦어지는 것과 관련, "대우조선이 지난해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자체 계산 결과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며 "지난해 경영 목표치에도 미달한 회사가 어떻게 타사보다 월등한 실적 보고를 할 수 있겠느냐는 딜레마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선산업에서 매출과 영업이익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향후 일감을 나타내는 지표인 수주 실적이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29억4000만달러의 수주를 기록했다. 이는 당초 55억달러에서 45억달러로 하향 조정한 목표치에 15억6000만달러 미달한 성적이다.

반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각각 75억달러와 65억달러였던 목표치를 일찌감치 달성했으면서도 실적 평가와 향후 전망에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대우조선과 가장 대비되는 회사는 지난해 이례적으로 올해 적자 전망치를 발표한 삼성중공업이다. 삼성중공업은 매출 7조9000억원, 영업손실 4900억원 발생을 발표하며 지난해를 경영 정상화에 못미친 한 해로 규정했다.

삼성중공업은 그러면서 예상 매출 5조1000억원, 영업손실 2400억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1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추진 중이다.

또 경영정상화를 위해 현대로보틱스를 지주회사로 한 분사를 추진해온 현대중공업도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5조4688억원, 영업이익 146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대우조선이 보고한 이익 9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대우조선은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 1조945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보고한 상태다. 또 같은 기간 매출은 8조6087억원, 이 역시 타사에 비해 앞서는 수치다. 이에 업계에서는 "2015년 수주 가뭄의 여파가 아직도 이어지는 가운데 한때 법정관리 위기까지 치달았던 회사의 대규모 흑자 기록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한국공인회계사협회 한 관계자는 "정상적인 영업의 결과로 얻게된 흑자라기 보다는 7조ㄷ원의 공적자금 투입과 8000억원대 대손충당금을 환입시킨 재무적인 요인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대우조선 측은 자산매각과 임직원 임금동결, 직원수를 4분의 1로 줄이는 인력 구조조정이 흑자 요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다른 조선소들 역시 같은 수준의 자구책을 진행해온 상황이라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크다.

정성립 사장 역시 임금을 반납하고 일선에서 뛰고 있지만 재무적 실적 개선만 눈에 띌 경우, 경영 목표 달성 실패가 부각될 가능성이 커 마음이 편치 않다.

한국은행 출신인 정 사장은 오는 5월 28일까지가 임기로 연임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지난해 초 55억달러를 수주 목표치로 내세운 정 사장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적을 놓고 어떻게 회사 정상화를 말할 수 있느냐는 비판이 일 것이기 때문.

또 일각에서는 부풀려진 이익이 갑작스레 발표되면 대우조선이 수년간 홍역을 치렀던 분식회계 논란이 재발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온다.

조선업계에서는 실제 발생 원가와 총 예정 원가의  비율로 공사 진행률을 따지는 '투입법'이라는 계산 방식을 쓴다.

대우조선은 2013년~2015년 여기서 분모가 되는 총 예정원가를 임의로 줄여 공사 진행률을 높게 산출하는 방식을 동원해 5조원대의 분식을 자행, 고재호 전 사장 등 전임 임직원이 대거 구속되기도 했다.

송덕진 극동미래연구소 소장은 "유상증자 등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타사와 매우 비교되는 성적"이라며 "급변하는 환경에서 앞으로 대우조선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금융논리만 내세우는 덩치 큰 공룡보다는 건강하고 강한 조직으로 거듭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