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을지로 소재 미래에셋센터원 빌딩 전경(왼쪽), 서울 명동소재 우리은행 본사 전경(오른쪽) <사진제공=미래에셋자산운용, 우리은행>

[이뉴스투데이 김민석 기자] 우리은행과 미래에셋이 지주사 전환을 놓고 동상이몽 하고 있다.

손태승 우리은행장은 올 초 신년사를 통해 "올해는 지주사 전환의 최적기"라며 "1등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기업 가치를 제고해야 하고 이를 위해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손 행장의 발언처럼 그간 우리은행은 금융지주사 전환에 공을 들여왔다.

우리은행은 2016년 민영화 성공과 동시에 지주사 전환을 단행했다. 하지만 이광구 전 행장의 채용비리 논란, 잔여 지분 매각 문제 등 우리은행 관련 이슈가 터졌다.

또 갑작스러운 정권교체, 가상화폐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연달아 터져 우리은행의 지주사 전환 문제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지난해 12월 지주사의 양도차익과세 대상에서 제외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지주사 전환에 속도를 냈다.

우리은행 입장에서는 과세 부담이 법안 개정으로 해결된 셈이었다.일각에서는 우리은행이 '선 지주사 전환, 후 잔여 지분 매각'의 방안을 택할 것이라는 방법론도 제시됐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1조50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하는 등 규모적으로 지주사로의 전환이 어색하지 않다.

우리은행의 이러한 지주사 전환 시도는 사업 확장 때문이다.우리은행은 수익 90%를 은행에서 얻는다. 그만큼 약한 비은행 부분은 우리은행의 아킬레스건이다.

또 국민·신한·하나 등 시중은행이 지주사 내 자회사로 편입돼 계열사와 협업으로 수익을 얻고 있다. 이는 경쟁력 부분에서도 문제가 제기된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지주사 전환에 준비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우리은행 측은 계열사 확보의 필요성이 커지는 지주사 전환에 대비해 우리종합금융에 증권 업무를 강화했다.이는 우리종금이 우리금융그룹의 증권사모체가 될 것이란 관측을 낳았다.

우리종금은 7일 "우리은행과의 시너지를 활용해 IB업무, NPL투자, 크라우드펀딩 등 신규업무를 추진하고 있다"며 "또 최근 세일즈 앤 트레이딩(Sales & Trading) 본부를 신설하는 등 증권 업무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 10월 우리종금은 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우리종금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21억1900만원이었다. 전년 동기에 기록한 112억500만원 대비 9억1400만원 증가했다.

즉, 우리종금은 실적 부진이나 자기자본 확충이 필요하지 않아 유상증자의 명분이 없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종금의 유상증자를 증권사 인가를 위한 준비로 해석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우리은행의 지주사 전환 목적은 다양한 계열사를 통한 수익 확보"라며 "현재 특별한 매입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지주사 전환과 동시에 매입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9월 전 지주사 전환을 마무리하면 자회사의 배당금에 부과되는 세금을 피할 수 있다는 이유도 있다.

보통 지주사 전환 시 이사회, 지주사 인가 신청, 금융위원회 인가 심의, 금융감독원 인가 심의, 주주총회 등 절차를 소화하는데 6개월이 소요된다.

우리은행의 지주사 전환이 3월께 이사회 개최와 동시에 본격화 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지주사 전환은 은행의 목표였던 만큼 준비할 부분이 많다"며 "금융당국의 허가를 받기 위해 최대한 제대로 준비를 갖춰 지주사 전환에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태승 우리은행장(왼쪽),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오른쪽) <사진출처=연합뉴스>

하지만 미래에셋은 지주사 전환에 반대 입장을 내고 있다.

미래에셋그룹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지배구조개선 요구를 받으며 지주사 전환 위기에 처했다.

공정위는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미래에셋컨설팅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을 통해 미래에셋캐피탈을 지배하고 미래에셋캐피탈이 미래에셋대우와 미래에셋생명 등 나머지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를 지적했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공정위의 지적에 대해 지주사로 전환하면 투자계획이나 자회사 설립 등에 제약이 걸려 지주사 전환에 드는 비용보다 실익이 적다고 말했다.

그는 "그룹 입장에서는 지주사 전환에 드는 비용으로 해외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 판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3분기 미래에셋캐피탈은 미래에셋대우의 지분을 1조102억원 보유했다. 베트남 현지법인까지 더하면 미래에셋캐피탈의 계열사 지분가치는 1조235억원이다.

이는 같은 기간 미래에셋캐피탈의 총자산인 1조9912억원 대비 51.4%이다.

금융지주회사법 상 금융계열사의 지분가액이 모회사 자산총계의 50%를 초과하면 금융지주사로 강제 전환 된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미래에셋캐피탈은 금융지주로 전환해야 했지만, 미래에셋캐피탈의 덩치를 불려 규제를 벗어나는데 성공했다.

지난해 말 미래에셋캐피탈은 자회사 지분가치 보유를 자산의 46%로 줄이는데 성공했다. 여신 고유업무로 영업자산을 7000억원 정도 늘렸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이 지주사로 전환하지 않으려는 이유는 필요성이 낮기 때문이다.

미래에셋 한 관계자는 "기존 재벌그룹이 지주사로 전환하는 것은 승계과정에서 편법이 이뤄지지 않도록 하거나 오랫동안 만들어진 복잡한 순환출자구조를 해결하기 위함이나 미래에셋그룹은 어떤 사례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피력했다.

이어 "지주사로의 전환이 당국의 관리·감독 필요성 때문이지만 다음해 '금융그룹통합감독제' 도입이 예고된 만큼 굳이 지주사로 전환하지 않아도 관리·감독의 효과는 똑같을 것"이라며 "지주사 전환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공정위 지주회사과 관계자는 "미래에셋이 금융지주회사가 돼야 한다는 전제하에서 전환의 1차적 요건인 50%를 맞추지 못하면 지주사 전환 의무가 없다"고 말하며 전환이 어렵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하지만 미래에셋의 지주사 전환 이슈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공정위가 미래에셋대우와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컨설팅 등 미래에셋그룹 계열사 내부거래 조사를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특히 미래에셋컨설팅은 박 회장 일가가 91.86%의 지분을 보유한 회사로 미래에셋자산운용 등이 사모펀드를 통해 소유한 골프장이나 호텔의 운영권을 맡고 있다. 하지만 3년간 영업손실이 240억원에 달한다.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라 지주사 전환 이슈는 언제든지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이 금융권 전문가의 분석이다.이에 금융지주사 전환이라는 현실을 다르게 받아들이고 있는 두 금융사의 추후 움직임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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