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흰 모자)이 지난 1월 3일 새해 첫 외부 일정으로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를 방문해 관계자들과 함께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제공=청와대>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STX조선과 성동조선에 대한 산업통상자원부 주도 구조조정이 임박한 가운데, "어떤 결정이 나오든 국책은행은 경영에서 손을 떼고 매각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6일 삼정KPMG는 STX조선해양과 성동조선해양의 최종 컨설팅 의견서가 산업부측에 제출했다. 이 보고서는 STX조선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성동조선 대주주 수출입은행을 비롯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에 전달돼 이달 중 처리 방안이 결정될 방침이다. 

이날 보고서 내용에 대해 산업부측은 "일반 공개 대상이 아니"라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백운규 장관이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최고경영자(CEO) 조찬에서 "호황이 올 경우를 대비해 경쟁력이 없는 조선소도 다른 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고 언급, 사실상 두 회사 모두 살리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백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연이어 수주 소식을 전하고 있는 대형조선 3사와 달리 중형조선소의 경우 정부 지원 없이는 '줄도산'이 우려된다는 각계의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작 조선업계에서는 '두 회사 모두 살리자'는 쪽과 '청산가치가 3배나 큰 성동조선은 포기하자'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청산론자들이 국책은행을 통해 또다시 국민 혈세가 투입될 수 있다는 강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어, "산업부가 어떤 결정을 내리던지 산은과 수은은 경영에서 손을 떼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번 삼정KPMG 조사에 자문역으로 참여한 한 관계자는 "성동조선과 STX조선 두 회사 모두 각자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어 두 조선소 모두 살리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며 "자신의 사업 능력을 특화 할 수 있다면 존속 가능하다는 의견을 전했다"고 말했다.

기술력이 상대적으로 높은 STX조선은 LNG벙커링, OSV(Offshore Support Vessel)에 특화시키는 한편, 성동조선은 수에즈막스형 VLCC 등 저부가가치 선박을 반복 건조로 사업전환이 가능하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국책은행은 이제 경영에서 빠지고 매각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정근 건국대 교수도 "정부가 구조조정을 제대로 수행하기는 불가능하다"며 "부실이 발견되면 그 부분만 골라 즉시 조치를 취하는 오너 경영과는 구조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우조선이 10조원의 혈세 먹는 적폐창고가 된 것도 정치권의 온갖 부탁을 거절할 수 없는 구조적 특성에 기인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산업은행 관리를 받아 온 대우조선은 지금까지 정치권 낙하산 사외이사 논란으로 몸살을 겪어왔다. 언론과의 유착도 심해 대우조선에 유리한 칼럼과 사설을 써 주는 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송희영 조선일보 전 주필이 지난달 징역 4년을 구형받기도 했다.

이 때문에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거제 조선소를 방문이 산은과 수은을 앞세운 정부의 경영개입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새해 첫 현장 방문 차원으로 이뤄진 문 대통령의 거제 조선소행에는 청와대 참모진과 함께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동행해 현안을 논의했다.

클락슨리서치에 최근 조사에 따르면 성동조선해양의 수주잔량은 2016년 말 28척, 70만8000CGT에서 지난해 12월말 5척, 13만CGT로 급감했다.

반면 STX조선해양은 그리스 판테온 선주사로부터 탱커 옵션분 2척에 대한 계약을 체결하면서 2월 현재 19척의 수주 잔량을 확보하면서 사정이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구조조정을 더이상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김우일 전 대우그룹 구조조정 본부장은 "근원적인 부실을 정리하지 않고서는 아무리 큰 회사라도 한순간에 곪아 사라지는 것은 일도 아닐 것"이라며 "건전 자산부문과 부실자산을 인적분할하고 50%에 가까운 인력을 감축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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