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들어 한전이 최악의 재정난을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뉴스투데이 유준상 기자] 전력그룹사를 견인하는 기관차, 한국전력공사가 사상 최대 적자난에 시달릴 것이란 전망이 고개를 든다.

사장의 공석으로 구심점이 모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신재생으로의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는 정부의 정책 운영이 한전의 재정 위기를 부추기는 핵심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먼저 한전이 적자를 입고 있는 직접적인 이슈로 전기료를 든다.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부를 비롯한 전력당국과 한전 등 전력그룹사가 최근 비공개 회의를 개최해 올해 적용 정산조정계수안과 산정기준 적용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쟁점은 전년보다 유난히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전기료 원가 인상분을 누가 떠안을 것인가를 놓고 전력당국과 한전, 발전자회사 간 신경전이 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 자리에서 한전은 조정계수와 적용기준 등에 당국안에 대해 개선을 요구했지만 시간 제약 상 상세한 검토는 힘들다는 이유로 원안 가결됐다고 전해졌다.

한 전력업계 전문가는 “정부가 전력 정책상 전기요금을 오를 여건은 많이 만들어 놓았는데 정작 전기료 인상은 미미할 것이라고 안심시키고 있는 게 아이러니하다. 문제는 정부와 국민 사이 줄다리기 사이에서 한전의 고통이 가중될 것인 점”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해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를 실시한 점도 한전의 적자난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누진제는 전기 사용량에 따라 전기요금 단가를 높이는 제도로, 고유가 상황에서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기 위해 1974년 12월(당시 3단계 누진제) 처음 실시됐다.

전기료는 전기를 사용하는 용도에 따라 주택‧일반‧교육‧산업용 등으로 구분해 차등 적용하고 있는데, 기존에는 주택용 전기 요금에만 누진제가 적용돼 형평성 논란이 일었다. 주택용 누진제는 2004년 이후 6단계에 걸쳐 11.7배까지 누진이 시행됐다. 구체적으로 1단계(사용량 100㎾h 이하), 2단계(101~200㎾h), 3단계(201~300㎾h), 4단계(301~400㎾h), 5단계(401~500㎾h), 6단계(501㎾h 이상) 등으로 나뉘었다.
  
국민들의 불만이 커지자 정부는 2016년 12월 주택용 누진제를 6단계에서 3단계로 축소했다. 100㎾h 단위로 세분돼 있던 6단계 누진구간을 필수사용 구간인 0∼200㎾h(1단계), 평균사용 구간인 201∼400㎾h(2단계), 다소비 구간인 401㎾h 이상 등 3단계로 감축했다. 구간별 요율은 1단계 ㎾h당 93.3원, 2단계 187.9원, 3단계 280.6원을 적용해 요금 단가 차이를 11.7배에서 3배로 획기적으로 축소한 것이다.
 
누진제 완화는 전기료 변동을 피부로 체감하는 국민에게는 호재로 작용하지만 전기 공급 주체인 한전에게는 정 반대의 효과를 불러왔다. 전기 사용량이 증가하면서 전기료 공급으로 얻는 수입이 그만큼 덜 들어오는 것이다. 실제로 에너지전문가들은 지난해 누진제 완화 시행으로 인해 한전의 적자가 한 해당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외적 요인으로 인한 석탄과 석유, LNG 가격의 상승도 변수로 작용한다.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으로부터 공급받던 전기를 가격이 급등하는 석탄과 석유, 액화천연가스(LNG)로 대체하면 요금 급상승과 함께 에너지안보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제유가는 지난 24일 사흘째 강세를 이어가며 큰 폭으로 상승했다. 지난해 6월부터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국제유가는 배럴당 65달러를 돌파, 2014년 12월 이후 전고점을 찍었다. LNG 가격 역시 3년 최고치를 경신했다.

같은 날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1.8%(1.14달러) 오른 65.6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2014년 12월 이후 3년여 만에 최고 수준이다. 영국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3월물도 배럴당 0.81%(0.57달러) 상승한 70.53달러에 장을 마쳤다. WTI와 브렌트유 모두 장중에는 지난 2014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유관 업계에 따르면 국제유가의 상승은 미국의 원유재고의 감소에 영향을 받았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의 원유재고는 110만배럴 감소해 4억1160만배럴을 기록했으며 2015년 2월 이후 최저치다. 10주 연속 감소세를 탄 것으로 EIA가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장 기간이다.

한전 적자와 관련해 윤한홍 자유한국당 의원은 “원전 발전비율 3.5%p 하락하고 석탄과 LNG 연료비가 각각 36%, 7.2% 상승하면서 한전은 2조원 이상 영업이익이 감소했을 것으로 추산된다”라며 “문제는 이미 2004년~2011년 사이 석탄 225.23%, 석유 314.1%로 급등했다는 사실이다. 앞으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적자 위기를 부추기는 일등공신은 정부의 탈 원전과 신재생 전환 정책이다. 최근 원전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원전을 돌려 만든 전기를 한전에 공급하는 한국수력원자력의 실적이 낮아지고 있다. 실제 지난해 3분기 원전 가동률이 2016년 대비 6%포인트 이상 하락하자, 지난해 1~3분기 영업이익(1조4070억원)은 전년 동기(3조446억원) 대비 반토막이 났다.

문제는 한수원은 100% 한전 출자 구조라 한수원이 본 적자를 한전이 메꿔줘야 한다는 점이다. 2013년 원전 부품 시험성적서 위조 사태로 한수원이 일시적으로 일부 원전 가동을 중단했을 때 한전이 입은 손실이 9600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현재 원전 24기 중 11기가 가동이 중단된 상황에 약 2조원 손해가 났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신재생에너지 전환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에너지 시설ㆍ설비의 설치가 이뤄지면서 피해가 가중된다. 정부가 전기료 인상은 미미할 것이라 일축한 가운데 신재생에너지를 정착화시키는 비용이 예상치를 훨씬 웃돌 것이란 전망이 나와서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신재생에너지는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아 블랙아웃이 잦고 전기공급이 들쭉날쭉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전기료와 관리운영비 인상을 부추기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정부는 신재생 연구를 통해 신재생에너지 공급가격을 화석, 원자력 수준으로 충분히 떨어뜨리지 않고 당장 눈앞에 성과를 내기 위해 신재생 설비 설치만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가 전기값 인상 안하겠다고 공언했으니 결국 보조금(세금)을 인상하지 않을까 전망한다. 이대로 가다간 정부와 국민 사이에 끼인 한전만 피해가 가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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