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로 결제가 가능한 서울 이태원 소재 한 레스토랑. <사진=이태구 기자>

[이뉴스투데이 김채린 기자] 가상화폐가 세간의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비트코인을 이용해 물건을 사거나, 음식을 먹고, 유흥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16일과 17일 양일에 걸쳐 방문한 본지 기자.

기자가 방문할 곳으로 택한 곳은 강남 일대 의류 쇼핑처부터, 카페, 당구장, 이태원 소재 레스토랑 등이다.

16일 오후 서울 강남 고속터미널역 일대 고투몰 지하상가. <사진=김채린 기자>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고투몰(GOTOMALL). 지난해 말 HTS코인과 서울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역 지하상가 '고투몰'은 '비트코인 결제시스템'을 구축하고 계약을 맺었다.

고투몰에 위치한 지하상가 상점들 입구에 하나씩 붙어 있는 'HTS cotn 한국블록체인거래소' 스티커. <사진=김채린 기자>

현장에 도착하니 620여개에 달하는 상점이 펼쳐진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620여개 달하는 상점 입구에는 약속이라도 한듯 'HTS coin 한국블록체인거래소'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스티커에는 '비트코인 간편결제'라는 문구도 담겼다.

그러나 정작 물건 구매를 위해 상점에 들어가 계산을 하려고 하자 대다수는 "비트코인은 받지 않는다"는 답변을 내놨다.

그들은 "정부 규제 때문에 받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의류 매장에서 근무 중인 A씨(20대, 여)는 비트코인 결제 유무를 묻는 질문에 화들짝 놀라면서 "안 받고 있다. 향후에도 받을지 말지는 아직 미정인 상태"라고 답했다.

620여개 상점 가운데 대다수가 비트코인 결제가 불가능하다고 말한 반면, 극소수의 상점은 입구에 "비트코인 결제 환영합니다"라는 문구를 크게 걸어뒀다. 

고투몰 내 비트코인 결제가 가능한 한 상점. <사진=김채린 기자>

하지만 극소수 상점 가운데도 단 한 곳만이 "비트코인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상점의 주인인 B씨(50대, 여)는 "HTS 어플을 깔아, 본인인증 과정 등을 거치면 비트코인으로 옷들을 구매할 수 있다"면서 몇 가지 상품을 추천했다. 다만 그는 매장 입구에 비트코인 결제가 가능함을 크게 명시한 것과는 달리 비트코인과 관련된 것들을 설명할 때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또 다른 상점주인 C씨(40대, 여)는 "비트코인 결제를 할 수 있다고는 하는데 일단 받지 않고 있다"면서 "어플을 이용해 하면 된다는데 잘 할 줄을 모르고 개인적으로 좀 복잡해 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점 입구에 비트코인 결제가 가능함을 명시해 둔 것에 대해 묻자 "붙이긴 했는데 일단 사용할 줄을 모른다"고 말했다.

지하상가 상인들이 비트코인 결제 가능 여부와 관련해 '정부 규제'를 꼽으면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과 달리, 음식점 등의 사장들은 비트코인 결제 가능 여부에 보다 개방적인 태도를 보였다.

구의동에서 T치킨 집을 운영 중인 D씨(60대, 남)는 "작년 7월부터 비트코인을 받기 시작했다"면서 "비트코인을 받는 게 매출에 딱히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비트코인 가격에 초반보다 높아져서 그런지 결제 비율이 낮아지긴 했다"면서 "향후에도 비트코인 결제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태원에 위치한 J레스토랑(30대, 여) 사장은 "작년 10월까지는 비트코인으로 결제하는 고객들이 많았는데 그 이후부터는 한 달에 한 번 꼴로 비트코인으로 결제하는 고객들이 있다"면서 "비트코인을 비롯, 이더리움, 리풀 등 다양한 가상화폐를 취급 중"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비트코인으로 유흥을 즐길 수 있는 곳도 있었다. 강남에 위치한 H당구장 등이다.

한편, 일반 식당가와 고투몰 내 상점들의 비트코인 결제 방식에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고투몰과 연계된 고속터미널 내 지하상가들은 HTS 어플을 꼭 깔아야 한다는 아쉬움이 있었기 때문. 고투몰의 한 관계자는 "현재 비트코인 결제 상점을 늘려나가는 추세인데, 어플을 깔아야 한다는 점 때문에 다소 불편함을 호소하는 분들이 있다"면서 "현재 QR코드를 발급받은 10여개 정도의 식당, 신발, 의류 매장 등에서 비트코인 결제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16일 서울 이태원 소재 한 레스토랑에서 손님이 QR코드를 스캔해 결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이태구 기자>

일반 식당가 상점들은 고객 본인이 사용중인 거래소 어플을 실행한 뒤, 가게 내 위치한 QR코드를 스캔해 결제하면 된다. 결제시 소요되는 시간은 1초 남짓.

비트코인으로 결제가 가능하다는 소식을 접하고 최초 신기함 반, 호기심 반으로 서울 일대를 돌아다니기 시작한 것과 달리, 1시간이 지나자 드는 생각은 '정말 결제 가능한 매장이 있긴 한건가'였다. 우선 결제가 가능하다고 알려진 매장이 없어진 곳도 있었고, 결제 가능하다고 표시는 돼있지만 실제로는 결제가 불가능한 곳도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고투몰에서 4시간 만에 620여개 매장 가운데 비트코인 결제 가능 매장을 찾았을 땐 오아시스를 만난 기분이었다.

다소 아쉬웠던 점은 가상화폐가 불법으로 규정된 것도 아닌데, 상인들이 '쉬쉬'하면서 가상화폐와 관련해 몸을 사리는 태도를 보였던 점이다.

가상화폐가 분명 현재 확립된 제도권 밖 독특한 형태의 상품으로 자리 잡은 것은 맞다. 다만 가상화폐와 관련된 얘기를 꺼내는 것 자체가 어려움으로 인식되는 건 뭔가 잘못된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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