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국제유가가 70달러 가까이 치솟으며 정유업계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고유가=호황'이라는 게임 룰이 뒤바뀌면서 급격한 가격 변동이 실적 악화로 이어질 우려 때문이다.

16일 대한석유협회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저유가 기조를 유지하던 국제유가가 배럴당 70달러에 육박하면서 최근 3년 사이 최고치를 찍었다. 

1월 둘째주 브렌트유 선물 가격이 배럴당 69.2달러까지 상승했으며,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선물과 두바이 현물 가격도 배럴당 63달러, 66달러 선을 각각 넘어섰다.

이번 유가 급등은 산유국들의 정세 불안에 따른 것으로, 이란에서는 반정부 시위가 일고 있으며 미국의 최대 원유 수입국 베네수엘라는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대신증권 한 관계자는 “이란과 베네수엘라의 리스크는 단기간 내에 해소되기 어려운 성격”이라며 “위험이 완화되지 않을 경우 국제유가는 배럴당 70달러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국내 정유사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활용되는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도 배럴당 5.9달러까지 떨어졌다. 이에 지난 2015년 이후 흑자 행진을 기록해온 정유업계에서는 업황이 한 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정제마진은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료인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 비용을 뺀 금액이다. 

통상 1달러 하락하면 영업이익이 분기당 2000억원 가량 줄어들며 유가가 상승하면 오르는 것으로 알려져 왔지만, 2010년 셰일의 등장과 함께 ‘고유가=호황’이라는 게임의 룰이 변했다.

원유를 전량 해외에서 수입하는 국내 정유사들은 통상 30일치의 재고물량을 확보하기 때문에 국제유가가 오르면 비싼 가격에 재고를 팔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하지만 2010년 이후 셰일이 본격적으로 생산되기 시작하며 ‘비싼 가격에 사서 싼 가격에 제품을 팔아야’ 하는 정반대 상황이 벌어지면서 2014년 사상 최대의 적자를 봤다.

대한석유협회 한 관계자는 “이제는 유가가 오르거나 내린다고 이익을 볼 수 있는 시대는 갔다”며 "안정적 기조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투기자본이 옮겨 붙는 현상을 예의주시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국제 금융시장의 투기 자본이 중동 위기를 상수로 판단하게 되면 석유, 원자재, 곡물 등을 이익실현의 수단으로 볼 가능성이 커 치고 빠지기로 인한 손실이 우려된다는 얘기다.

반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계속 상향조정되고 있는 만큼 국제유가가 배럴당 70~80달러로 오른다고 해도 석유수요가 줄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충재 KTB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가 올라도 석유 수요가 많은 만큼 정제마진이 줄지 않는 데다 재고평가이익까지 보면서 실적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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