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수출입은행장 <사진제공=한국수출입은행>

[이뉴스투데이 김민석 기자]"은성수 은행장은 국내외 금융시장과 국회·정부 등 유관기관과의 긴밀한 소통으로 해운·조선 구조조정, 수출금융 활성화, 내부 경영혁신 등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판단했다"

지난해 9월 7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은성수 전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을 한국수출입은행장으로 선택한 이유는 명료했다.

당시 수은은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지원을 위해 산업은행에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주식을 현물출자 받은 상황에서 터진 '방산비리 사태'에 곤욕을 치르고 있었다.

수은은 대우, 성동, 대선 조선 등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여파로 부실채권비율 4.06%로 은행 가운데 가장 높이 기록된 불명예스러운 전력도 갖고 있었다.

이에 수은은 조선·해양업을 비롯한 산업계의 구조조정 적임자를 물색했고, 공직에 발 들인 이후 경제·금융계에서 근무한 '경제통' 은성수 행장을 선택했다.

기재부가 은성수 은행장을 구조조정의 적격 인물로 판단한 이유는 무엇일까.

은 행장은 27회 행시 출신으로 재무부 투자진흥과 사무관으로 1983년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재무부 외환정책과, 행정관리, 국세심판소, 총무처 등으로 적을 옮겨 경제 관련 업무를 몸에 익혔다.

그는 1998년 대통령비서실 경제구조조정기획단에서 금융담당 과장을 맡았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국제연합무역개발협의회(UNCTAD)로 2002년까지 파견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재정경제부 부총리 비서관, 대통령비서실 선임행정관 등 국내 관직을 역임했고, 2014년부터 2016년까지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상임이사를 맡았다.

특히 그는 유럽재정위기와 신흥국 외환위기가 발생했을 때, 기재부 국제관리업무관 등을 역임하며 과감한 시장안정조치를 실시해 국내 외환·금융시장 안정에 큰 기여를 했다.

기재부는 이러한 경력과 경험을 배경으로 은 행장을 구조조정의 적격자라고 판단했다.

은 행장도 같은 생각으로 취임사에서 구조조정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조선 등 주요산업의 구조조정을 정책금융기관이 주도해야 한다"며 "시장 친화적 구조조정 시스템을 원활히 작동시키되 일자리를 최대한 유지해 국민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일자리 유지를 강조한 것이다.

구조조정은 쉽지 않았다. 수출입은행이 81.25%의 지분을 보유한 성동조선에 투입한 돈은 약 3조원이다. 뿐만 아니라 대우조선해양, 현대상선, STX조선, 대선조선 등에 대출과 보증으로 12조원이 들어갔다.

지난해 국감에 제출된 수출입은행의 조선업 여신규모는 20조원에 달했다. 하지만 성동조선 매각은 컨설팅 과정에 표류해있고, 여타 업체도 뚜렷한 이야기가 없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의원이 "수출입은행은 금융회사인데 은행에 조선 구조조정을 할 만한 전문가가 있느냐"는 발언이 나온 배경이다.

구조조정 기조는 해를 넘겨서도 계속됐다. 은 은행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자본시장 역할 강화를 위해 정부나 유관기관과의 협력, 개별기업과 산업 경쟁력의 강화에 책임을 쏟겠다고 밝혔다.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여전한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괄목할만한 성과 없이 구조조정이 해를 넘기고 말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심지어 정부가 '국책 은행이 아니라 시장 중심'을 기치로 건 '신 기업구조조정 추진 방향'을 설정했을 정도다. 또 대선조선을 매각할 때 일었던 잡음도 은 행장의 한계를 드러냈다.

4일 은 행장은 4명의 임원인사로 본격적인 '은성수 호' 출항에 박차를 가하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추가로 4명의 새 본부장 인사가 예정된 부분도 그의 의지를 드러내는 단면이다.

또 김경자씨 수출입은행 심사평가단장에, 서수진씨를 여신제도팀장에 임명하는 등 유리천장을 깨어 진보된 기업 문화 일조에도 여념이 없다.

중소·중견 기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한다는 계획도 고무적이다. 그는 "중소기업은 경제 근간으로 우리나라 사업체수 99%와 고용 88%를 차지한다"며 "수출과 해외진출을 원하는 중소·중견기업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성장단계별로 금융서비스를 수출입은행이 제공하겠다"고 주장했다.

수출입은행장의 임기는 3년인 만큼 이제 첫 발을 뗀 은 은행장은 앞으로 갈 길이 더 멀다. 그의 앞에는 난제가 산적해있다. 그가 어떻게 그 난제를 풀어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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