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이 패스트푸드 전문점에서 무인결제시스템을 사용해 주문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오만학 기자>

[이뉴스투데이 유경아․오만학 기자] 국내 패스트푸드 업계에 분 ‘디지털’ 바람이 소비자들에게는 ‘불편한 바람’으로 와 닿고 있다.

4차 산업혁명 흐름에 올라타며 매장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자 마련한 방안이지만 소비자들은 기기 사용에 애를 먹는 등 오히려 불편해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중·장년층과 청년층 등 연령대를 구분하지 않고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어 오히려 고객 편의성은 ‘뒷전’이라는 지적이다.

13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현재 ▲롯데리아 ▲맥도날드 ▲버거킹 ▲KFC 등 주요 패스트푸드 전문점은 디지털화 된 ‘미래형 매장’ 등을 지향하며 전국 매장에 키오스크를 도입하는 추세다.

지난 8~11일 기자가 서울 시내 주요 패스트푸드점을 돌아본 결과 소비자들이 무인 주문 시스템 사용을 힘들어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의 유형으로 압축됐다.

▲결제용 카드가 잘 읽히지 않는지 카드를 넣었다 뺐다 몇 번 반복하는 소비자 ▲할인쿠폰 바코드 인식을 포기하고 직접 번호를 입력하는 소비자 ▲심지어 키오스크에 나타나는 메뉴가 너무 복잡해 한참을 헤매다 줄 맨 끝으로 가 다시 순서를 기다리는 소비자 등이다.

점심시간대 서울 강남역 인근 패스트푸드점들은 식사를 위해 나온 소비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매장 내 200여석의 자리가 마련된 맥도날드 강남 2호점은 만석이었다. 4대의 키오스크 뒤로는 주문을 하려는 소비자들의 줄이 장사진을 이뤘다. 이 매장은 점심시간에는 주문을 오로지 키오스크에서만 받는다.

‘키오스크(KIOSK·무인화 주문 시스템)를 사용해보니 어떻냐’는 기자의 물음에 직장인 강모(53·남) 씨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소비자들이 패스트푸드 전문점에서 무인결제시스템을 사용해 주문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오만학 기자>

강 씨는 “카운터에서 주문할 때는 원하는 메뉴를 말만 하면 됐는데, 이건(키오스크) ‘메뉴 추가·변경’ 등 절차가 복잡해 너무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어 “점심시간 같은 경우 사람들이 붐비는데 카운터에선 주문을 일절 받지 않고 몇 개 없는 기계로만 주문하라고 한다”고 지적했다.

인근 버거킹 강남대로점에서 만난 윤경진(28·남)씨도 “메뉴를 어딜 어떻게 눌러야 할지 잘 모르겠고, 바코드 등이 잘 읽히지 않을 때가 많아 불편하다”고 말했다. 윤씨는 키오스크에서 메뉴 주문을 시도한 지 1분 만에 키오스크 주문을 포기하고 카운터에서 주문했다.

입시학원이 몰려 있는 서울 종로 지역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롯데리아 종각역점에서 만난 소비자들은 카드를 긁어서 결제해야 하는지 기계에 꽂아서 결제해야 하는지 헷갈려했다.

키오스크 옆 이용방법 안내판이 세워져 있었지만 ‘주문하기’ → ‘제품 받기’ 등 두 단계로만 설명이 이뤄져 무인결제가 익숙지 않은 소비자들이 이해하기란 쉽지 않아 보였다. 소비자들은 매장 직원을 호출하기 일쑤였다.

학생 송 모(27·여) 씨는 “차라리 무인결제 기계가 없었을 때가 편했다”면서 “일일이 눌러야 해 번거롭고 메뉴도 한눈에 들어오지 않아 굳이 필요하지 않은 메뉴도 선택할 때가 간혹 있다”고 전했다.

인근 KFC 청계천점에서 만난 직장인 제 모(34·여) 씨 역시 “아무래도 말로 주문할 때보다 확실히 불편하다”면서 “회사들은 ‘편의성’을 위해 내놓았겠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아직 무인결제시스템에 익숙지 않은 분들도 많고 별로”라고 말했다. “뒤에 줄이 길면 괜히 눈치가 보인다”고 덧붙이기도 했다.실제로 업체들은 키오스크 도입으로 매출 증대 효과를 보고 있다. 롯데리아는 전국 1350개 매장 중 약 50%에 해당하는 640개 매장에 키오스크를 설치했다. 가맹점의 경우 도입 의사가 있는 경우에만 설치하는데 우선적인 목표는 ‘매출 증대’다.

롯데리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직영점엔 거의 다 있다고 보면 된다. 매출 증대 효과는 확실히 나왔다. 인건비는 사실 변동비 영역이라 큰 차이는 없지만 무인 결제 시스템을 썼을 대 인력 활용 효율성도 있고 도입 전보다 10%가량 매출이 뛰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패스트푸드 전문점에서 무인결제시스템을 사용해 주문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오만학 기자>

지난해 8월부터 KFC 홍대점에서 키오스크 시범운영을 시작했는데 연내 전체 매장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KFC 역시 고객들이 주문 후 제품을 받을 수 있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도입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키오스크 결제가 카운터 결제보다 주문 시간이 더 걸린다고 입을 모은다. 기계가 카드 정보를 인식하지 못할 때가 종종 있고, 직원에게 원하는 메뉴를 말만 하면 됐을 때보다 주문 완료까지 이르는 절차도 까다롭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자가 소비자들의 무인결제시스템을 활용한 평균 주문시간을 관찰한 결과, 소비자들이 별다른 장애 없이 주문을 완료하는 데까지 평균 1분 10초가 소요됐다.

만약 카드 인식 오류 등 문제가 일어난다면 시간은 더 늘어난다. 반면 카운터에서 주문 시 30초도 걸리지 않았다. 키오스크 결제보다 절반 이상이 더 단축되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건비 절감보다도 소비자들의 디지털 경험을 강화하기 위해서 도입한 측면이 크다”면서 “소비자들이 기기 사용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면 매장 직원에게 직접 주문을 해도 된다. 아니면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안내를 받으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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