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흰 모자)이 지난 3일 새해 첫 외부 일정으로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를 방문해 관계자들과 함께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제공=청와대>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정부 지원을 받는 현대상선과 자력으로는 신조발주가 어려운 SM상선이 교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이 신규 선박을 도입할 예정인 반면 SM상선은 발주 계획이 없다. 특히 지난 12월 SM상선의 미주노선 공동운항 제안을 현대가 받아들이지 않아 두 원양국적선사 간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SM상선측은 "민간기업인 SM은 산업은행 지휘를 받는 현대와는 다르기 때문에 올해는 시장에서 살아 남기 위한 효율 경영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상선은 올해 2만TEU급 이상 초대형 선박 20척을 발주할 계획으로 여기에는 선박신조펀드가 활용될 전망이다. 정부는 고효율 선박확보를 지원하기 위해 24억달러 규모의 선박펀드를 조성할 계획이지만 "현재 체계에서는 선박금융이 발달한 그리스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것보다 나을 것이 없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보조금을 떠나 선박 발주에서 가장 먼저 고려되는 것이 금리"라면서 "민간업체들은 산업은행이 출혈을 감수할 수 있는 현대상선과는 사정이 다르다"고 말했다.  또 민간은행이 저리를 감당해야하는 신조펀드에 참여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이다.

정부가 구상중인 선박펀드는 민간은행이 60%를 선순위로 투자하며 무역보험공사가 보험을 제공할 예정이다. 또 산업은행, 수출은행, 캠코 등 정책금융기관 중심으로 후순위펀드(40%)로 자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반면 선박금융이 선진화된 그리스 금융에 참여하고 있는 은행은 31개사로 전체의 76%를 차지할 정도로 월등한 규모다. 따라서 "같은 이자율이라면 그리스 금융시스템을 활용하는 것이 편하다"는 반응이다.

일본은 지난 5년 '저리 융자'를 통한 발주를 늘려 올해 2200만GT 신조를 계획하고 있으며, 정부가 신조가의 약 10%를 보조금으로 지급해오는 중국의 저가 정책은 유명하다.

이 같은 집중 지원은 "타국에 부정적 효과가 없으면 WTO 보조금협정과 무관하다"는 국제법 해석으로 가능한 것이지만, 한국의 금융당국은 WTO의 눈치를 보는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박문학 국제변호사는 "다른 회원국에 부정적 효과(adverse effects)를 초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허용되는 보조금이라면 제작금융, RG 프로그램, 채권단의 조선소 워크아웃 등 어떤 형태로든지의 지원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박분야의 전세계 WTO사건수는 그 간 총 3건에 불과한 실정"이라며 "지난 2002년 대우조선, 삼호(한라)조선, 대동(STX)조선 관련 EU의 WTO제소 건에서도 한국이 승소해 종료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1997년 금융위기 이후 조선분야에서의 우리 정부의 정책금융(제작금융, RG) 및 기업부문 구조조정 조치를 원칙적으로 보조금으로 볼 수 없다는 사실이 확정되면서 WTO제소 소지가 봉쇄됐다"고 말했다.

정책금융을 활용한 국내조선소 지원이 WTO 보조금 해당 리스크가 있다는 사실은 무시할 수 없으나 심각한 수준의 리스크는 아니라는 해석이다.

또 신설 공사의 지배구조, 관련 법령, 운영 매뉴얼, 시장 기준의 원칙 등을 주의해 중소조선소 RG의 긍정요소를 고려한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국내에서 대응논리를 개발하는 곳은 부산발전연구원이 유일하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 금융기관, 조선·해운 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더 효율적인 해결방안을 찾아야 하는 시점"이라며 "조선업을 둘러싼 시중은행과 해운업계의 해묵은 갈등을 넘어 근본적인 산업정책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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