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금융감독원 전경<사진=김채린 기자>

[이뉴스투데이 유제원 기자]채용비리와 방만경영으로 지적을 받은 금융감독원이 기능이 중첩된 팀과 부서를 통·폐합하는 등 그간 비효율적으로 운영된 조직을 대대적으로 정비한다.

지난 5일 금융감독원은 금융위원회의 경영평가에서 역대 최하 성적인 'C등급'을 받았다. 이에 따라 임직원 성과급이 전년보다 30% 깎이게 됐다.

금융위는 2009년부터 외부전문가 5명으로 구성된 별도의 위원회를 통해 금감원에 대한 경영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등급은 높은 순부터 S·A·B·C·D·E 등 총 6개 등급으로 나뉘며 각 등급에 따라 성과급이 차등 지급된다.

금감원은 그동안 B등급을 한 번 받은 것을 제외하고 줄곧 A등급을 받아왔다. 그러나 이번에 C등급을 받으면서 경영평가 이래 최악의 성적표를 받게 됐다.

이번 경영평가 결과를 두고 일각에서는 잇단 채용비리와 방만경영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금감원은 2014년 변호사 채용비리에 이어 지난해 신입직원 채용비리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감사원 감사에서는 방만경영 문제가 지적되기도 했다.

C등급을 받게 됨에 따라 금감원 임직원의 성과급은 A등급에 비해 30% 줄게 된다. 임원의 경우 A등급이면 연간 기본급의 81%가 성과급으로 지급되지만 C등급은 54%로 떨어진다. 직원은 A등급일 경우 기준봉급(월급)의 180%, C등급은 140%가 성과급으로 지급된다.

금융위는 내년도 금감원 예산을 대폭 삭감한다는 방침도 내놨다. 금감원은 올해 3666억원 대비 약 10% 증액된 약 4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금융위에 제출한 상태다.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금감원은 자구책으로 14일 '2018년 조직개편 방향'을 발표했다. 지난 2개월간 전문기관의 조직진단과 내·외부 의견수렴 등을 거친 결과다.

우선 부서·팀의 통·폐합을 통해 조직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로 했다.

앞서 지난 9월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금감원 전체 312개 팀 중에서 팀원 수가 4명 이하인 팀은 239개(76.6%)에 달했다. 3명 이하인 팀도 148개로 전체의 47.7%를 차지했다.

감사원은 "관리직원 수에 비해 직위 수가 매우 과다한 실정인데도 금감원은 이를 시정하지 않고 있다"며 "그 결과 조직의 업무 효율이 저하되고, 인건비 상승 등으로 감독분담금이 증가해 금융회사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금감원은 금융혁신국, 금융상황분석실 등 기능이 중복되는 부서를 폐지하고, 팀 단위 조직을 통·폐합해 점진적으로 대(大)팀제로 전환키로 했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1월 9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인사-조직문화 혁신 TF의 쇄신' 권고안 관련 브리핑에 앞서 채용비리 사건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특히 현재 IT·금융정보보호단 정보금융팀, 저축은행감독국 P2P대출감독대응반, 핀테크현장자문단 등 각 부서로 흩어져있는 핀테크 관련 조직은 통합해 '핀테크지원실'을 만들기로 했다.

비효율적인 조직을 정비하는 한편 금융감독 수요에 부응한 조직은 확충한다. 금융그룹 리스크 전이 예방을 위한 '금융그룹감독실'과 자금세탁방지 업무를 위한 '자금세탁방지실' 등을 신설한다.

감독업무는 기존 은행·증권·보험 등 권역별 조직을 유지하되 '건전성'과 '영업행위'로 목적을 나눴다.

금감원은 "현행 조직구조는 건전성 감독에 중점을 두고,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영업행위 감독은 건전성 감독의 하위 개념으로 보고 있다"며 "이를 균형 있게 추진하고자 조직을 보완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건전성 감독은 소관업무 중 관련 비중이 높은 은행·중소서민금융 담당 부원장이, 영업행위 감독은 시장 담당 부원장이 통할한다.건전성과 영업행위 부원장의 업무를 보좌하는 팀 단위 조직은 부원장 직속으로 설치한다.

다만 금융사의 수검부담 완화를 위해 건전성·준법성·영업점 검사는 기관별 검사국이 일괄 수행한다.

전체 조직 차원의 종합적인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도 대폭 강화한다.

소비자 보호가 민원·분쟁을 담당하는 금융소비자보호처(금소처)에 국한된 업무로 강조되면서 감독·검사 부서의 소비자 보호가 소홀, 소비자 권익 침해를 종합적으로 감독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에 각 감독·검사 부서는 영업행위 감독·검사 기능을 확대해 사전적·적극적으로 소비자를 보호한다. 금소처는 민원·분쟁 처리 등 신속한 피해구제에 집중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달 말까지 세부 조직개편안을 확정할 계획"이라며 "이후 부서장 인사 등과 함께 조직개편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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