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SK에너지 울산정유공장 전경.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민간 정유4사가 흑자 행진과 함께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는 반면, 공기업인 한국석유공사는 해외투자 실패, 경영부실로 자본잠식까지 우려되는 존폐 위기를 맞고 있다.

14일 산업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4사가 올해 거둬들인 총 영업이익이 10조원을 넘어서면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의 영업이익만 8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오일뱅크도 올해 1~3분기 8590억원의 누적 영업이익을 올렸고, GS칼텍스 역시 지난 8월 변전소 화재 사고에도 불구하고 1조3734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특히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 실적은 지난해 4조8000원 영업이익과 비교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나 국내 정유4사가 단일 정유공장 기준 세계 5위권에 포함될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경제개발 계획 단계에서부터 정제에서 제품생산까지 단일공정이 가능한 산업단지가 조성됐고, 각 사가 기술고도화를 꾸준히 지속해온 결과"라며 "이제는 윤활유 등 고부가가치 제품은 물론 정유플랜트 수출의 기반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한국 정유사들의 고도화 공정에는 산유국들도 관심을 보여 이달 초 방한한 빠블로 깜바나 싸엔스 에콰도르 국제통상부 장관이 200억달러 상당의 태평양정유소 프로젝트 투자유치를 정부에 직접 제안하기도 했다. 

에콰도르 태평양정유소 프로젝트는 매일 최대 30만 배럴의 원유를 정제·가공할 플랜트를 건설하는 것으로 현재 현대건설과 GS건설과 SK건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우건설도 앞서 지난 8월 오만 석유공사로부터 27억5000만달러 상당의 수주계약을 따냈으며 삼성엔지니어링도 영국 페트로팩사와 50대50 공동으로 1조1260억원 상당의 플랜트 공사를 수주했다.

정유업계는 이 같은 국내 산업의 기술 수출은 정제 시설 고도화와 사업다각화 등으로 준비된 것이라는 반응이다.

지난해 국내 정유사별 시설총계는 SK에너지(1039), GS칼텍스(1059),  에쓰오일(728), 현대오일뱅크(390) 순으로 집계됐다. 고도화율은 현대오일뱅크 (39.10%), GS칼텍스(25.5%), 에쓰오일(25.5%), SK에너지(23.7%) 순이었다. 

고도화율이 높은 가장 현대오일뱅크는 시설 규모는 가장 작지만 지난해 단일 정유공장 기준 세계 순위도 22위에서 11위로 수직 상승했으며 올해는 5위권을 바라보고 있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윤활유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해 40%를 수출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유가의 큰 변동폭이 없는한 호실적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울산혁신도시에 위치한 한국석유공사 신사옥 전경

반면 정부가 운영 중인 한국석유공사는 자원외교 실패에 따른 부실, 구조조정 부진으로 인한 자본잠식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79년 출범한 대한석유공사의 주요 사업은 석유자원의 탐사 및 개발, 원유 및 석유제품의 수출입·비축·수송·대여 및 판매, 석유비축시설의 건설·관리·운영 및 대여, 석유의 유통구조 개선 등이다. 하지만 현재의 수익원은 알뜰주유소 운영에 그치고 있을 뿐이다.

지난해 말 석유공사의 부채비율은 529%로 정유 업체 중 가장 높다. 11조원에 육박했던 자본규모도 올해 상반기 3조4000억으로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순손실이 무려 1조1000억원에 달한다. 

또 문재인 대통령이 인선에 속도를 내며 대부분의 기관이 공모를 마쳤거나 절차 진행 중에 있지만 임원추천위원회 구성조차 못했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하베스트 자원 외교를 진행할 당시 2021년 영업이익 1조원을 바라봤지만 이제는 존폐의 위기에 처했다"며 "석유공사 1000여명의 직원들이 하는 일이라곤 정유4사로부터 받은 자료를 토대로 시장점유율을 조사하는 등 통계 작업에 머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사업 종목만 봐도 충분히 민간이 할 수 있는 일들"이라며 "국민세금까지 끌어다 쓰는 석유공사가 해온 일이 무엇인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 석유공사의 자본 확충을 위해 164억원을 편성했다. 유전 개발사업 출자 명목으로 자원개발 사업 청산 없이는 매년 혈세가 나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용원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간사는 "문제 사업들에 대한 정밀감사와 조사를 통해 사업 진행과정의 문제점 등을 명확하게 밝혀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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