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뉴스투데이 유제원 기자]거침없는 상승세를 보였던 국내 증시에 브레이크가 걸린 채 조정장에 들어간 모습이다.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지난달 말부터 상승 동력이 확 꺾인 뒤 지지부진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조정장세가 얼마나 이어질지도 관심이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 지수는 2480.550에 장을 마치며 지난 10월11일(2458.16) 이후 두 달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지난달 3일 종가 기준 최고치(2557.97)까지 올랐던 코스피는 같은달 24일(2544.33)을 기점으로 약세에 접어들었다. 이후 전날까지 12거래일 동안 3.27% 가량 하락한 상태다.

한때 장중 800선을 돌파하며 기세를 올리던 코스닥도 지난달 27일(792.80)을 마지막으로 상승세가 꺾이며 전날(772.22)까지 3.64% 떨어졌다.

우선 수급 측면에서 코스피와 코스닥의 동반 부진은 국내 증시의 큰 손 외국인들의 '셀 코리아'에 기인한 바가 크다.

코스피에서 외국인의 매도세가 시작된 것은 지난달 23일부터로 전날까지 14거래일 중 단 2거래일을 제외한 12거래일 동안 '팔자'에 들어갔다. 그 결과 이 기간 동안의 순매도 금액은 2조7551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개인도 817억원을 순매도했지만 외국인의 순매도 물량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기관은 2조2789억원을 순매수했다.

코스닥의 상황도 비슷하다. 코스닥에서 외국인의 매도가 본격화된 것은 지난달 24일부터로 전날까지 1178억원을 순매도해 기관(-1098억원)의 순매도 물량보다 많았다. 개인만 4251억원을 순매수하며 외국인과 기관이 떠나는 시장에 뛰어드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업종의 경우 코스피는 정보기술(IT)주, 코스닥에서는 바이오주의 약세가 전체 지수를 끌어내리는 역할을 했다.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가 내년 반도체 업황에 부정적인 의견을 낸 지난달 27일부터 하락세다. 코스피 시가총액의 4분의 1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이 기간 6.05%, 8.58%씩 빠졌다.

코스닥 상승을 견인해 온 제약·바이오주가 속해 있는 제약업종 지수는 이달 들어 4.51% 하락했다.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신라젠, 티슈진, 바이로메드, 코미팜 등 코스닥의 대표적인 바이오 종목들도 11월 중순이나 말께 고점에 도달한 뒤 하향 추세다.

결과적으로 외국인들은 반도체 업황에 대한 부정적 전망과 거품 우려가 제기될 정도로 급등한 주가에 부담을 느껴 IT주와 바이오주를 내던졌고 이것이 코스피와 코스닥의 동반 약세로 이어진 셈이다.

김예은 IBK투자중권 연구원은 "한국의 금리인상 이슈로 원화가 빠르게 강세를 보이자 외국인은 환율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을 것"이라며 "원화 강세는 외국인에게 환차익을 가져다 주지만 한국 및 미국의 금리인상이 예정된 만큼 원화 강세 흐름은 일시적으로 둔화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따라서 외국인이 차익실현을 고민하던 시점에 모건스탠리가 내년 반도체 업황에 대해 부정적인 보고서를 발간했는데 이는 올해 증시의 상승세를 주도한 IT 업종을 중심으로 매물을 출회하게끔 하는 도화선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이에 더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면서 촉발된 중동 분쟁 우려로 외국인들의 투자 심리가 위축된 것도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한국 증시의 부진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여의도 증권가 전경<이뉴스투데이 DB>

최광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은 중동 지역 분쟁에 대한 우려에 화룡정점을 찍었다. 안 그래도 긴장감이 고조되던 중동에서 각자 자신의 편을 확실히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정책이 됐기 때문"이라며 "글로벌 변동성의 확대는 분명히 존재하고 종교보다 해결 어려운 일이 없다는 점에서 단기적으로 끝나기도 쉽지 않은 이슈"라고 지적했다.

이밖에 삼성중공업의 올해 및 내년도 영업적자 전망과 유상증자 계획으로 촉발된 조선업 쇼크도 투자심리 악화에 한 몫한 것으로 풀이된다. 코스닥에서는 당초 이달 중 발표될 예정이던 코스닥 시장 활성화 방안이 내년 1월로 연기된 게 부정적 영향을 줬다.

다만 전문가들은 국내와 글로벌 경기가 여전히 양호하고 증시의 펀더멘탈에도 이상이 없는 만큼 조정장세가 장기화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김 연구원은 "기업의 실적 개선세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며 최근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가 소폭 조정되기는 했으나 전망에 대한 기대감도 지속되고 있다"면서 "시장을 짓누르는 이벤트가 종료된다면 현재와 같은 지지부진한 모습은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이며 투자심리 역시 조금씩 살아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변준호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10~11월 수출이 호조를 보인 것을 감안하면 현재 수출을 주도하고 있는 반도체 수출이 여전히 양호할 것임을 시사하고 있고 IT 업황에 중요한 미국 경기도 현재 순항 중"이라며 "연말로 갈수록 외국인의 매도 압력이 점차 약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국내 자금의 매수 유입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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