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은 지난 3월 29일 그랜드하얏트인천에서 양사 간 태평양 노선 조인트 벤처 운영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사진은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맨 왼쪽)과 스티브 시어 델타항공 국제선 사장 및 글로벌 세일즈 전무(맨 오른쪽),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왼쪽에서 두번째), 에드 바스티안(Ed Bastian) 델타항공 최고경영자(오른쪽에서 두번째). <사진제공=대한항공>

[이뉴스투데이 이세정 기자] 대한항공과 미국 델타항공의 태평양 노선 조인트 벤처(합작투자회사) 설립이 가시화되면서 국내 항공업계에 묘한 긴장감이 형성되고 있다.

조인트 벤처가 대한항공의 독과점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와 시장 논리에 근거할 때 문제될 부분이 전혀 없다는 입장으로 나뉘고 있다.

2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 17일(현지시각) 미국 교통부로부터 델타항공과의 조인트 벤처 설립에 대한 최종 승인을 받았다.

대한항공은 현재 마지막 관문인 국토교통부의 인가를 기다리고 있다.

대한항공은 조인트 벤처가 확정되면 미주 내 290여개 도시와 아시아 80여개 등 370여개 아시아-태평양 노선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갖게 된다.

조인트 벤처는 공동 영업을 통해 수익과 비용을 공유하는 가장 높은 수준의 협력 단계다. 공동운항(코드셰어)보다 끈끈한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다.

대한항공은 조인트 벤처를 통해 태평양 노선에서의 경쟁력 강화와 아시아-미국 시장 공동 판매 및 마케팅 확대, 수하물 연결 등 일원화된 서비스 제공 등 효과를 누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마일리지 서비스 혜택 강화와 태평양 노선의 항공 화물 협력 강화 등을 통한 고객 혜택 향상 역시 기대되는 부분이다.

또 대한항공은 인천공항을 동북아 핵심 허브공항으로 성장시켜 환승 수요 확대와 대한민국의 항공산업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국내 항공업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조인트 벤처에 따라 대한항공의 미주노선 점유율이 60%로 확대돼 사실상 독과점 양상을 띠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국적 항공사들은 "호놀룰루와 댈러스, 샌프란시스코 노선을 제외한 나머지 노선을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이 독점 운항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대한항공-델타항공 간의 가격 조정으로 미주노선의 경쟁을 축소시켜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됐다. 실제 2011년 발행된 미국 법무부의 경제분석보고서에는 대서양 직항노선에서 운항하는 항공사가 줄어들수록 운임이 높아진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미국 본토로 향하는 노선을 보유한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는 아직 없지만, 향후 시장 진입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를 잇따라 내놨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중장거리 노선이 없는 LCC의 경우 당장 피해는 없겠지만,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다만 대한항공과 노선이 겹치는 아시아나항공의 심기가 불편할 것"이라고 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조인트 벤처는 경쟁 업체나 후발주자의 성장 기회를 빼앗는 것"이라며 "대한항공은 이미 높은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신중히 검토해야 할 사안이다"고 말했다.

또 그는 "미국 교통부가 한국에서 조인트 벤처 관련 논란이 발생할 경우 재검토하겠다는 전제조건을 내건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미 불공정하다는 여론이 형성된 만큼, 승인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한~미 노선이 '항공 자유화' 시장이기 때문에 조인트 벤처가 타 항공사의 진입을 제한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최근 하와이안항공과 제트블루항공이 미국 교통부에 두 기업의 조인트 벤처 설립이 '반독점 위반'이라는 의견서를 제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이 문제가 없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은 2002년 미국 교통부로부터 반독점 면제 권한을 부여받았다. 반독점 면제 권한은 기업간의 협정이 공공의 이익에 반하지 않고, 실질적으로 경쟁을 저해하지 않을 때 면제해 주는 제도다. 반독점 면제 승인을 받으면 타 경쟁업체들의 법적 제소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전문가들 역시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의 조인트 벤처 설립에 문제될 부분이 없다고 보고 있다. 글로벌 항공 시장에서 조인트 벤처는 강력한 형태의 경쟁 전략이고 이미 전 세계에서 보편화됐기 때문이다.

허희영 항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협력 체제를 구축한다고 해서 세계 모바일 시장을 독점한다고 비판할 수 없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며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의 조인트 벤처로 소비자 편익이 향상되고 국내 항공 시장의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국토부는 공정거래위원회와 협의해 조인트 벤처 인가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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