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

[이뉴스투데이 유제원 기자]최근 현저한 원화강세가 이어지면서 외환당국의 개입 여부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환율 하락 속도가 상당히 빨라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과 함께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우려 등으로 개입해선 안 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외환당국은 1100원선이 붕괴된 지난 17일 "하락 속도가 빨라 쏠림현상이 일시적인 것인지 지속적인 것인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097.5원으로 마감했다. 본격적으로 하락을 시작한 14일로부터 나흘만에 20원 넘게 내린 수치다. 당국의 구두개입성 언급에도 좀처럼 하락세가 잡히지 않는 셈이다.

하지만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압력을 의식한다면 우리 외환당국의 인위적인 개입은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는 3가지 요건은 ▲200억 달러를 초과하는 현저한 대미 무역흑자 ▲연간 GDP 대비 3%를 초과하는 상당한 경상수지 흑자 ▲GDP 대비 외환 순매수 비중 2%를 초과하는 환율시장의 일방향 개입여부 등이다.

한국은 지난달 17일(현지시간)에는 위의 요건 3개 중 앞의 2개에만 해당돼 환율조작국 지정을 피했다.

그러나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려는 미국의 압박이 상존해 환율조작국 지정 우려가 완전히 걷힌 건 아니다. 환율조작국을 지정하는 미국의 환율보고서는 내년 4월에 또 나온다. 미국이 벼르고 있어 이번 가파른 원화 강세 속도에도 당국이 쉽사리 손을 대지 못하는 이유다.

미국은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 국가에 투자한 자국기업에 금융지원을 금지한다. 또 그 국가의 기업이 미국 연방정부 조달시장에 진입하는 것도 막는다. 이 때문에 우리 당국도 그간 미국의 환율보고서에 촉각을 세워왔다.

반면 원·달러 환율의 하락속도가 과하게 빠른데도 당국이 손 놓고 있어선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환율조작국 지정 우려로 적극적인 개입은 어렵더라도 앞으로 몇차례의 구두개입이나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으로 속도조절에 나서는 정도는 괜찮다는 이야기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자기 통화 가치를 방어하거나 관련 이슈를 챙기는 것은 중앙은행이나 정부의 고유권한"이라며 "미국의 압박이 있어 조심은 해야하나 그렇다고 우리가 해야할 일을 놓칠 필요까지는 없다"고 조언했다.

한편 원·달러 환율이 1100원 이하로 떨어진 이후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주식시장에 미칠 영향에도 본격적인 관심이 쏠린다.

23일 증권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2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6.7원 내린 1089.1원에 마감하며 1080선을 무너트렸다. 종가 기준 연저점을 재차 경신한 것으로 지난 2015년 5월19일 1088.1원을 기록한 후 2년 6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환율이 하락하면 원화 가치가 상승해 한국 기업이 수출하는 제품의 경쟁력이 낮아진다. 이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실적 측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그러나 동시에 국내 주식을 보유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환차익을 노려 주식을 대량 매수할 가능성이 크다. 경험적으로도 환율과 주가는 역의 상관관계를 보여왔다.

변준호 현대차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원·달러 환율이 상승할 때보다 하락할 때 증시 상승 확률이 높았다"며 "금융위기 이후 환율과 주가 간의 음의 상관성은 과거보다 확대 중"이라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원화 강세 국면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변 팀장은 "올해 회복 기조는 미국 중심이 아니라 유럽 및 신흥국을 동반하고 있으며 이는 내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원·달러 환율은 1050원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성현 삼성증권 연구원도 "미국 주도 경기 회복의 온기가 세계 전반으로 퍼지면서 나타난'약달러' 현상에 의해 환율 세 자릿 수 시대를 넘보게 됐다"며 "한국의 주요 수지가 개선되고 통화정책 또한 정상화 단계 진입을 앞두고 있어 당분간 저환율 환경이 예상된다"고전망했다.

이에 환율 하락에 따른 수혜 업종을 중심으로 한 투자전략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공통적으로 금융과 음식료를 꼽았다.

변 팀장은 "과거 저환율 환경에서는 경기민감형 중형주가 성과가 좋았다"며 금융, 음식료, 제약·바이오, 경기 소비재 등의 업종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박 연구원도 "음식료와 금융, 호텔·레저 업종은 내수 소비 진작 환경의 대표적인 수혜주들"이라고 봤다. 그는 이외에도 운송, 항공 업종 등을 추천했다.

그는 "저환율 환경은 원화 강세 수혜주들의 빠른 주가 반등을 견인할 것이며 이는 이미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지난 17일 기준 코스피200 기업 중 당일 수익률이 높은 10개 종목에 대상(음식료), 팬오션(운송), 대한항공(항공), 동원F&B(운송), 오뚜기(음식료) 등이 포함된 것을 들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그 동안 한국 주식 시장에서 원화 강세기에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돼 경기 민감주에 대한 투자를 늘려왔다"며 "수익률 관점에서 원화가 강세를 보일때 시장보다 투자 성과가 좋았던 업종들은 에너지, 소재, 산업재, 금융, 정보통신기술(IT)"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이익 전망이 불안한 업종들을 민감도에만 의지해 투자하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럽다"며 이익 모멘텀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비철금속, IT소프트웨어, 증권 등의 이익 흐름이 양호하며 운송 주는 이익 흐름이 좋지 못해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원화 강세에 따라 수출 기업들에게 갈 타격은 크지 않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마주옥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환율보다는 글로벌 수요"라며 "수출 경쟁력 약화나 수출 기업의 실적 부진 등에 따른 코스피 조정 요인은 일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연구원도 "원화의 '나 홀로 강세'나 주요 수출 경쟁국인 일본 엔화의 '나 홀로 약세'가나타난다면 한국 수출 산업의 가격 경쟁력이 훼손될 여지가 있으나 지금처럼 평가 절상이동조화되는 움직임이라면 수출주에 대한 경계심을 지나치게 가져갈 필요가 없다"며 "수출기업들이 과거에 비해 환위험에 대한 관리가 강화됐고 생산기지와 수출국 분산 등을 통해환율에 대한 실적 민감도가 많이 떨어진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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