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서정근 기자] 지난 6월 접속장애와 회원 개인정보 유출, 고객예치 자산 도난 등으로 논란을 샀던 빗썸거래소의 접속 장애가 재발, 이로 인해 피해를 본 이용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최근 비트코인과 비트코인캐시의 가격 급등락과 맞물려 이용자들의 매매가 급증하는 타이밍에 서버 장애가 발생, 거래가 중단됐다 재개됐는데, 거래 중단 직전보다 크게 낮은 가격으로 매매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이후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거래에 투자금이 집중되고 주요 가상화폐의 시세가 급등락을 반복하는 등 이상 과열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데,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투자자들의 자산을 보호하고 안정적인 거래가 가능한 기술적 안전장치를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가상화폐 거래 자체의 '실체'를 인정치 않고 있어, 관련한 피해보상이나 대책 마련, 이용자 보호장치 구축 등에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14일 '빗썸 서버다운 집단 소송 모집’ 인터넷 카페에 따르면 서버다운으로 인해 원하는 시기에 매매를 하지 못해 손해를 입은 빗썸거래소 회원들이 집단소송을 위해 소송 참여자와 피해 증거를 모집하고 있다. 이들을 대리하는 법무법인은 "서버 중단 직전의 가격과 서버 재개 직후의 가격 사이의 차액을 청구금액으로 민사상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기준 카페 회원 500여명이 집단소송에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빗썸거래소를 통해 거래되는 가상화폐 ‘비트코인 캐시’는 12일 새벽 기준 140만원대의 가격을 유지하다 오후 3시를 넘어서며 가격이 300만원에 육박하는 폭등세를 보였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900만원에 육박하는 폭등세를 보이다 조정국면에 접어들자 비토코인 캐시로 매수세가 몰린 것이다.

그러나 오후 4시부터 서버 접속장애가 발생, 이용자들의 거래가 제한됐다. 거래가 재개된 오후 6시경 거래 가격은 168만원으로 급락했다.

지난 13일 오전 부터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한 ‘빗썸’ 본사에는 거래 중단으로 제 때 거래를 못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투자자들이 몰려들어 항의에 나섰다. 이들 중 일부는 접속 장애가 일어난 12일 밤부터 고객센터 앞에서 밤을 새며 회사 측의 입장 표명을 기다려왔다.

빗썸 측은 “동시 접속자 수가 평균 대비 1700% 가량 폭증했다”면서 “서버 증설을 통해 이용자 급증과 거래량 폭주에도 대응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을 진행하고 있으며, 인원 충원과 외부 컨설팅을 통해 시스템 최적화 작업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회원들에 대한 보상을 진행하기 위해 법무법인을 포함, 고객자산보호센터 등을 통해 논의 중에 있으며, 이번 사안에 대한 법률적·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빗썸 측이 어떠한 피해보상 방안을 마련할 지 알 수 없으나, 피해자들이 원하는 수준의 보상책을 내놓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관련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 입장에서 안정적인 거래가 이뤄지지 못한 만큼 피해를 보상받아야 하는 점은 맞다"면서도 "주식거래와 비교하면 거래가 중단됐다 재개되는 과정에서, 매수-매도 대기자 간의 거래 희망 가격이 형성되는 동시호가가 낮게 형성된 셈인데, 거래 중단 직전의 종가와 재개 직후의 시가가 갭이 있다고 이를 기준으로 보상을 요구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빗썸거래소를 이용하고 있는 한 회원은 "24시간 연중 무휴로 거래소를 운영하는 것이 영업방침이라면 중단 없이 거래가 이뤄져야 하는데, 시설 미비로 인한 피해로 거래가 멈췄고 이 과정에서의 가격이 괴리가 있다면 보상을 하는 것이 맞다"며 "일간 기준 특정 시간 동안 거래소를 운영하고, 거래 재개 시점에서 동시호가가 형성되는 주식 거래와 동등하게 판단할 일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빗썸거래소는 지난 5월에도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의 가격이 급락, 투자자들의 매도 주문이 이어졌으나 서버 과부하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불편을 겪은 바 있다. 6월 25일 전후에도 서비스 장애가 이어졌는데, 이 과정에서 일부 회원들의 이메일, 휴대전화 번호 등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빗썸 측은 당시 개인정보 인증 등 사이트내 보안을 강화하는 등 사후대책을 내놓았으나 해킹 피해자들 중 일부가 "빗썸에 예치해둔 가상화폐가 도난당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전에 돌입하는 등 후유증이 적지 않았다.

가상화폐 거래소의 허술한 전산 관리로 투자자 피해가 커지자 투자자 보호 의무 장치 마련을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정부 당국은 가상화폐는 제도권 금융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 만큼 시장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정부에서는 가상화폐를 제도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고 가상화폐 투자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투자자 스스로가 인지하고 투자를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며 “가상화폐 거래소가 자율적으로 투자자 보호 방안을 마련하고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무조정실,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법무부, 방송통신위원회, 국세청, 경찰청,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한국인터넷진흥원 등 관계기관은 합동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가상화폐로 인한 소비자 피해 대책 마련에 착수한 바 있다. 가상화폐 투자 열풍으로 시장이 과열되고 있고, 이를 악용한 불법거래나 유사수신 다단계 등 사기 범죄가 발생할 조짐을 보였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은 가상화폐 거래 자체를 불법화하는 등의 규제 도입은 유예했으나 국내 시장에서 신규 가상화폐를 등록해 거래하도록 주선하는 ICO(initial coin offering)는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 6월 빗썸거래소 회원 정보 유출 논란이 일자 관련한 조사를 진행했던 방통위도 "개인정보 유출 등의 피해가 없는 한 접속장애로 인한 소비자 피해는 우리가 관여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고 밝혔다.  방통위 관계자는 "지난 6월 개인정보 유출건의 경우 조사를 마무리 짓고 빗썸 측의 소명을 듣고 있는 단계"라며 "12월 중 관련한 제제조치를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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