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서정근 기자]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에 이어 김장겸 MBC 사장마저 13일 해임됨에 따라 '공영방송 정상화'를 둘러싼 줄다리기가 종착역으로 치닫는 가운데 공영방송의 정치 권력 종속을 막는 방송법 개정안의 입법 성사 여부와 그 시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고대영 KBS 사장이 "방송법 개정이 이뤄지면 남은 임기에 연연하지 않고 물러나겠다"고 버티고 있는 상황인데, 고대영 사장 주장의 정당성과 별개로 공영방송이 정치권력에 종속되는 것을 막는 입법의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정권을 잡은 더불어민주당이 '기득권'을 내려놓을지, 독자적인 방송법 개정안을 내놓은 자유한국당이 여-야 합의를 통한 방송법 개정안 처리에 '순순히' 협조할지 여부가 관심을 모은다. 김장겸 사장의 후임으로 어떠한 인사가 선임되느냐에 따라 여-야간의 대립이 한층 더 격화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야당 시절이던 지난해 7월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는데, 이 법안은 현재 여야 추천 이사진 비율이 각각 7대4와 6대3인 KBS,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사진 구성을 여야 7대6으로 바꾸고 사장 선임방식도 현행 다수결에서 재적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바꿔 야당이 반대할 경우 사장을 선임할 수 없도록 했다. 야당이 된 자유한국당도 이에 반대할 이유가 없어, 당초 이 법안의 입법이 순조롭게 이뤄질 것으로 점쳐졌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 직후 "기계적 중립이나 유지할 사람을 공영방송 수장으로 앉히는 게 적절한지 모르겠다"고 발언하자 더불어민주당이 법안 처리에 소극적으로 돌아섰다. 자유한국당도 김용수 전 방통위 상임위원이 사퇴한 후 과기정통부 2차관으로 선임되며 방통위 상임위원단이 '여대야소'로 바뀌자 '강공'에 나서며 '민주당표 방송법'에 거부감을 보였다.

캐스팅 보트를 쥔 국민의당은 방문진 이사장과 KBS, MBC 사장 교체에는 더불어민주당과 보조를 함께 하면서도 방송법 개정안은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김경진 국민의당 원내대변인은 "기본적으로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 공영방송 장악을 위해 무리수를 뒀고 그로 인한 적폐가 심대했던 만큼 일련의 개혁작업은 불가피하다"고 전제한 후 "그러나 정부 여당이 기존 방송법 개정안을 처리하지 않을 경우 현 정부도 방송 장악의 의도를 가진 것이라는 오해를 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방송법 개정안 처리에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이 합의하며 야3당이 보조를 함께 하는 양상을 보였으나 최근 자유한국당이 별도의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그 향배를 예상키 어렵게 됐다.

이 개정안은 방송통신위원회가 추천하는 KBS 이사를 지방정부 추천 4인, 사회단체 추천 9인으로 구성하고 사장 추천 시 지방정부 추천 17인, 사회단체 추천 19인, 전임 KBS 사장(현재 11명) 등으로 구성된 별도의 사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했다. 사장추천위원회의 사장 추천과 KBS 이사회의 사장 임면 제청시 각각 위원회·이사회의 3분의 2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했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강효상 의원은 "공영방송 이사 선임에 있어서 여야 정치권이 독식해온 기득권을 내려놓아, 공영방송의 정치 종속을 원천 차단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MBC 노조는 13일 방문진 이사회가 김장겸 사장 해임을 결정하자 "이를 환영하며 파업을 14일로 종료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KBS 새노조는 "김장겸은 고대영의 미래라며 "고대영 사장이 물러날 때 까지 파업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KBS1노조는 고대영 사장이 "방송법이 처리되면 물러나겠다"고 입장을 밝히자 지난 10일부터 파업을 잠정 중단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측은 야당으로부터 방송법 개정안 처리가 필요하다는 공세를 받자 "자유한국당이 입장을 바꾼 이유부터 설명해야 하며 공영방송 개혁과 방송법 개정안은 별개의 것인 만큼 이를 연계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대영 사장이 '조건부 퇴진론'을 들고 나오고 자유한국당이 별도의 개정안을 발의한 것 자체가 '시간끌기'라는 것이다.

김장겸 사장을 해임한 방송문화진흥회는 오는 16일 이사회를 열고 차기 사장 선임 절차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방송문화진흥회가 MBC 사장을 해임한 것은 1988년 방송문화진흥회 설립 이후 두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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