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한 노동자가 생산라인을 관리하고 있다.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정부가 하도급법 개정을 통해 전속거래 전면 금지를 추진하고 있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0일 관계 기관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대기업의 '전속거래'를 형사처벌로 다스리기 위해 올해 안에 입법을 완료할 예정이지만, 기업 생태계에 타격이 되는 성급한 입법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공정위는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이 전속협력업체로 갈수록 낮아지기 때문에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경영효율성 등 외부 요인이 이 같은 차이의 원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지금도 공정거래법상 전속거래 처벌 조항이 존재하며 해당 기업이 상대방에 대해 거래상 우월한 지위에 있을 경우 적용돼 왔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에서는 우월적 지위 관련 없이 모든 전속거래를 '갑질'로 규정해 처벌할 전망이다.

또 법의 억지력을 높이기 위해 10년 내 발생한 전속거래를 조사 및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소급 입법까지 검토하는 중이나 재계는 "대중소기업간 영업이익률 차이는 외부 요인이 더 많다"며 반발하고 있다.

중기중앙회 최근 발표에 따르면 자동차산업의 최근 3년간(2014~2016년)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완성차업체 6~9%대, 완성차업체 계열사 7%대, 전속협력업체 3%대로 나타났다.

산업연구원이 3대 주력산업 전속거래업체를 대상으로 전속거래로 어려움을 겪은 사례를 조사한 결과, 가장 많이 꼽은 사례는 '납기일 단축요구(25%)', '무리한 품질수준 요구(16%)', '납품대금 지급 지연(6%)' 순이었다. '기타'라고 응답한 비율이 40%에 달했다. 

중소기업 한 관계자는 "하청업체들은 경기 침체에 따른 리스크 전가에 대한 부담이 크다"며 "전속거래가 중소협력사에는 진입장벽을 만들어줘 안정적인 거래 관계를 유지하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즉 전속거래가 중소기업 보호 차원에서 필요하며, 대중소기업간 영업이익률 차이는 기술력과 연구개발 등 많은 요인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이다.

전자산업의 최근 3년간(2013~2015년) 영업이익률도 대기업은 9~13%대, 전속협력업체는 3%대로 조립·생산을 담당하는 중소기업들이 기술력을 보유한 대기업보다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대자동차의 영업이익률이 2011년 10.3%, 2012년 10.0%, 2013년 9.5%, 2014년 8.5%, 2015년 6.9%, 2016년 5.5%  해마다 감소하는 상황에서 전속업체와의 영업이익률 차이는 원가 부담만을 높일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재계 한 관계자는 "실제 영업이익률 차이는 산업별로 다르게 나타나며 이는 하도급 구조가 일부 영향을 미치지만 주된 이유는 생산성과 업무효율성의 차이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 관계자는 "납품단가 계약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영업이익이 결정되는 측면이 있지만 무리한 시설투자 차입금 부담 등 중소기업 오너의 경영 능력이 미치는 요인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기술력의 차이로 인해 평균적인 영업이익률이 하청으로 갈 수록 낮아질 수 있지만 오너의 능력에 따라 경영성과는 천차만별"이라며 "기존의 법으로도 처벌할 수 있는 우월적 지위 남용의 문제를 전면적으로 도입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전자업계의 경우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계열사들은 평균 13%의 영업이익률을 올리고, 협력업체들은 4~6%대의 낮은 수익률을 올린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것은 말 그대로 일반 통계적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반도체 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오염 물질을 수거하거나 수처리(반도체 공정에 사용되는 물을 정화하는 과정) 관련 기업들은 영업이익률이 15%대를 넘는 경우도 많다”고 분석했다. 

협력업체의 종사 분야가 무엇이냐에 따라 성과가 다를 수 있고, 경영 능력에 따른 차별화 가능성도 충분히 있는데 무조건 대기업이 협력업체를 쥐어 짠다는 근거로 활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설명이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영업이익률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편을 갈라 가격이나 재무구조를 건드리는 것은 특정일방을 보호하기 위한 시장배분적 규제에 불과하다"며 "건강한 경제 생태계를 조성해야 할 책무가 있는 공정이위가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4대그룹 한 핵심 관계자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기 전에 선진국에서는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를 검토해보야한다"며 "독창적인 아이디어도 때로는 전혀 예상치 못한 문제를 불러일으키고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을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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