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씨의 G80 차량이 지난달 22일 차량기술법인 H&T에서 정밀 검사를 받고 있다.

[이뉴스투데이 이세정 기자] 경기도 화성시에 거주하고 있는 김모 씨(남)는 지난해 구입한 제네시스 대형 세단 G80의 결함 문제를 놓고 현대자동차와 1년 째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심한 차체 떨림 현상이 발생하자 김 씨는 현대차 측에 원인 규명을 요구했다. 하지만 회사는 문제가 될 만한 부품을 교체해줬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는 주장이다.

참다 못 한 김 씨가 사비로 차량기술법인 H&T의 정밀 검사를 진행, '결함이 의심된다'는 감정서를 받아든 이후에야 회사 측은 "남양연구소에 입고시켜 조사해 보겠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김 씨는 제네시스 브랜드가 내세운 '프리미엄'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의 형편 없는 대응이라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지난해 11월 G80 3.3 모델을 6350만원을 주고 구입한 김 씨는 차를 인수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상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600~800km 주행한 시점부터 시끄러운 소음과 함께 차체가 심하게 흔들리는 느낌을 받은 것. 특히 시속 40km가 넘어가면 떨림 현상은 더욱 심각해졌다.

김 씨는 "일반적인 진동과는 다르다"면서 "평평한 도로를 달릴 때에도 노면이 굉장히 거친 험로를 주행할 때처럼 귀를 때리는 소음과 함께 차가 심하게 떨리며 튀어나가려 한다. 운전대를 잡을 때마다 불안감이 엄습한다"고 설명했다.

결함을 의심하게 된 김 씨는 서비스센터를 찾아 수차례 수리를 받았다. 하지만 떨림 현상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원인 규명을 위해 그는 엔진을 제외한 거의 모든 동력계 관련 부품을 교체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김 씨의 자동차 점검·정비 명세서는 7장에 달한다. 핀과 볼트, 샤프트 어셈블리, 베어링 브라켓트, 너트-캐슬, 인젝터, 트랜스미션 및 토크 컨버터 어셈블리, 로드 어셈블리, 에어필터, 라디에이터 마운팅, 로어 인슐레이터 등 전방위적인 부품 교체 작업이 이뤄졌다.

김 씨는 "차체 떨림 증상을 유발할 수 있는 모든 부품을 교체했지만 원인을 찾지 못했다"며 "현대차는 이미 부품 교환을 해줬으니 그냥 타라는 식의 안일한 대응으로 일관했다"고 지적했다.

김 씨의 G80 차량에 대한 정밀 검사서.

이에 김 씨는 직접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사비를 들여 차량기술법인 H&T에서 정밀 검사를 받았다. 차량기술법인은 김 씨 차량의 진동 발생량을 도로운행, 무부하테스트의 운행 조건에서 각각 측정했다.

도로운행 테스트에서 대상 차량(김 씨의 G80)과 비교 차량의 진동량 차이는 약 30m/s2, 무부하테스트에서는 약 45m/s2 으로 조사됐다.

차량기술법인은 "차량의 실내에서 체감할 수 있는 진동 발생 정도, 소음의 크기 등은 운전자와 탑승자의 신체적 민감도에 따라 다소 차이를 느낄 수 있는 감성적인 부분"이라면서도 "하지만 전문 장비를 이용해 측정한 수치를 근거로 볼 때 대상 차량의 진동 상태는 비정상적인 것으로 보인다"는 감정 결과를 내렸다.

특히 감정서에는 김 씨는 현대차 서비스센터에서 진동 발생 원인으로 추정되는 부품을 교환한 것으로 확인되지만, 센터 측에서 정확한 원인을 알아내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적혀있다.

이와 함께 "교환 품목이 정상적인 품질 상태임을 전제로 하고 대상 차량의 진동량 발생 정도를 무부하 상태에서 측정한 결과, 수치가 비교 차량과 차이가 큰 것으로 볼 때 대상 차량의 엔진에서 진동 발생 원인을 찾아볼 필요성이 있는 것으로 사료된다"고 문제 가능성을 제기했다.

김 씨는 "현대차 측에 감정 내용을 공유하며 명백한 불량임을 주장했지만, 결함은 절대 인정할 수 없다고 한다"면서 "차량기술법인의 감정 결과에 대한 피드백을 강력하게 요구한 결과, 11월 1일 차량을 남양연구소로 입고해 조사하기로 했다. 하지만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릴지, 어떤 조사를 실시할지는 알 수 없다"고 우려했다.

문제는 이 같은 증상이 김 씨의 G80 차량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김 씨가 동호회를 통해 자체적으로 파악한 결과, 김 씨와 동일한 떨림 증상을 호소한 G80 차량 소유주만 5명이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A씨는 심각한 차체 떨림 현상 때문에 서비스센터에서 타이어와 리어 드라이브 샤프트 어셈블리(양쪽), 프런트 허브 베어링, 리어 크로스멤버 컴플리트 등을 교환했다. 전라도에 거주하는 또 다른 G80 소유자인 B씨 역시 인슐레이터, 컴프레서 어셈블리, 트랜스퍼 어셈블리, 인젝터, 휠 어셈블리, 레터럴 암 어셈블리, 베어링 브라켓트 등 20여차례 가까이 수리·교환을 받았다. 하지만 차체 떨림 현상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차체 떨림 현상을 호소하는 또다른 차주 2명의 수리 내역서. 여전히 차주들은 떨림 현상을 호소하고 있다.

김 씨는 "엔진 교환 작업을 받은 차주도 있지만, 떨림 현상이 다소 개선됐을 뿐 없어지지 않는다고 한다"면서 "일부 차주의 경우, 안전을 위협받는다는 이유로 G80을 처분하기도 했다"고 했다.

이어 그는 "현재 해당 문제를 소비자원에 고발한 상태"라며 "동일 결함을 호소하는 피해 차주들과 함께 현수막 제작과 시위 등의 활동을 전개해 억울함을 알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밀 검사를 담당한 H&T 관계자는 "해당 차량을 시운전 해보니 일정 조건에서 떨림이 발생했지만, 개개인의 민감도에 따라 체감이 다를 수 있어 정밀 검사를 진행했다"며 "김 씨의 G80을 리프트 위에 올려 지면 충격이 없는 환경을 만든 후 고주파 센서가 부착된 진단기로 진동량을 측정했다. 차량에 공진이 과도하게 발생한 것으로 미뤄볼 때, 엔진이나 프레임(차체)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김 씨의 G80 차량을 두 차례 시승해 본 박병일 자동차 명장은 "차량 무게에 비해 서스펜션 내 링크와 로암 등이 상당히 약하게 제작돼 있다"며 "수입차 업체의 경우 단단한 서스펜션을 위해 알루미늄 주물로 타이어를 꽉 잡아주는 작업을 진행한다. 하지만 해당 차량의 경우 철판이 약하게 제작돼 고속 주행이나 바람이 불 때 차량 뒷부분이 흔들린다"고 설명했다.

특히 박 명장은 "현대차가 G80의 차체만 키웠을 뿐, 무게와 속도를 뒷받침할 수 있는 강도의 서스펜션을 개발하지 못한 것"이라며 "구조적인 문제인 만큼 개선 가능성이 낮다. 이 차를 구매하는 고객들은 차체 떨림 현상을 그냥 받아드리는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논란과 관련해 "아직까지 G80 차량 차체 떨림 현상에 대해 전달받은 내용이 없다"면서 "남양연구소 조사 결과 문제가 확인될 경우에 공식 입장을 내놓을 수 있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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