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 진행시에 위치한 STX조선해양 조선소 전경.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최근 법정관리를 종결한 STX조선해양이 적극적인 수주전을 통해 부활을 꾀해왔으나 금융당국의 RG 발급 지연으로 최대 위기에 처했다. 

31일 KDB산업은행과 조선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STX조선이 이날 선수금환급보증(RG)을 받지 못하면 중소조선업체의 줄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용어인 RG란 선주가 은행에서 지급보증을 받아 조선소 계약 미이행시 선수금을 돌려주는 제도로, 지난 7월 그리스 선사로부터 9900만달러 상당의 MR탱커 3척에 대한 건조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선사는 통상 RG발급까지 최대 2개월의 기한을 주지만, 이번 계약건은 지난 8월 20일 진해조선소 폭발사고를 감안해 1개월 연장된 것으로, 3개월째 되는 이날 RG발급 여부가 다른 중소조선업체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산업은행과의 협상 결과 이번 MR탱커 RG발급 기간은 내달 23일까지로 연기됐으나, 24일까지 RG발급 기한이 도래하는 4척의 선박이 있어 STX노사가 한달동안 발급을 요청했지만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산업은행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법정관리를 겪어야 했던 채권자의 입장도 감안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오늘도 RG발급 여부에 대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고 말했다.

올해 7월 법정관리를 종결한 STX조선해양은 현재 총 8100억원의 회생채무가 남아있으며, 대주주는 산업은행(지분율 43.91%)이다. 

하지만 STX조선이 선박을 만들면 1.5%~5.1% 손실이 난다는 것이 RG발급 지연의 이유로 알려지며, 정부가 조선업계의 생존을 위한 몸무림을 당장의 손익분기점으로 재단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김강수 전 STX조선 사장은 "중국 정부는 발주사에 선박 건조를 보증해주거나 건조 비용 일부를 대출해주는 방식으로 금융지원을 하고 있다"며 "한국 해운사조차도 중국에 발주하고 있는 것까지 고려한다면 더욱 참담한 심정이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적극적인 금융지원 정책을 펼쳐 지난해 7월 초대형 LPG운반선과, 올해 8월 초대형 컨테이너선 수주전에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에 연승을 거듭하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채권단 승인 없이는 수주 계약을 체결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계약을 체결하더라도 금융당국이 장부까지 맞춰주는 한국의 현실에 조선업계에서는 "도크를 비우고 수많은 인력을 감축하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 노력은 무엇이냐"며 한숨을 내밷고 있다.

중소조선소 한 관계자는 "STX조선에 대한 RG미발급이 중소조선소 줄도산과 도미노현상으로 이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며 RG 미발급 건은 핑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내 선사까지 자국내 조선소에 등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강요받았으나, 정부가 보상은커녕 진단과 처방을 내리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고 토로했다.

대한해운은 최근 1억달러 상당의 캄사막스 벌크선 4척을, 팬오션은 6만6000DWt급 오픈해치 일반 화물선 5척을 중국 조선소에 맡긴 바 있으며, 장금상선 에이치라인해운 역시 발주를 검토 중에 있다.

즉 대형조선소가 아닌 중소기자재업체 중심으로 해양 강국의 지위를 지키고 있는 독일과 일본처럼 대형조선소에 비해 출발한 중형조선소를 살리는 방향으로 경쟁력을 키워야 할 때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정미경 독일정치경제연구소 소장은 "대형조선소가 먼저 성장한 한국은 중형 조선소가 이제 막 자리를 잡아가려는 중에 있다"며 "미래의 조선해양산업의 튼튼한 허리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직접 나서 담보용 RG기금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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