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삼성전자 경영일선에서 퇴진할 뜻을 밝힌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워싱턴 경제클럽'에 참석해 "이재용 부회장의 공백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회사 경영에 장애물이 된다"고 진단했다.

[이뉴스투데이 서정근 기자] 우리 경제의 상징으로 꼽히는 '거함' 삼성전자의 항로가 어떠한 뱡향으로 전개될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의 와병, 이재용 부회장 수감으로 인한 오너십 공백으로 장기적 안목의 투자 및 사업 전략 결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최지성 미래전략실장에 이어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마저 퇴진함에 따라 최고위 경영진 쇄신과 임원 인사 단행 등 묵혀둔 사업 현안의 조속한 처리가 불가피해졌다.

표면적인 실적은 '반도체 울트라 슈퍼 사이클'에 힘입어 역대 최고 호황을 기록하고 있으나 '4차산업혁명 전야'의 글로벌 신기술, 신사업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컨트롤 타워 부재 상황이 지속하는 것 자체가 리스크라는 지적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옥중경영'을 통해 최고위 경영진 쇄신을 포함한 큰 틀의 인사를 단행하고, 이를 통해 구성된 새로운 임원진들이 신성장 동력 발굴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돈다. 이재용 부회장의 결단이 어떠한 형태로 이뤄질지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워싱턴 경제클럽'에 참석해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수감은 비극"이라며 "공백이 장기화하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회사 경영에 장애물이 된다"고 밝혔다.

권 부회장은 "삼성은 매년 단기 계획과 장기 계획을 짜는데, 실적에서 보듯 현재로선 사업이 잘 진행되고 있다"며 "그러나 장기적 관점에서 본다면 우리는 더욱 많은 조언이 필요할 수 있는데 그런 면에서 장애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한국 격언에 '가장 정상에 있을 때 내려오라'는 말이 있는데, 삼성이 '넘버 원'이 된 지금이 내가 떠날 때
"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DS(반도체·디스플레이), CE(소비자 가전), IM(정보기술·모바일), Harman(하만, 전장산업) 등 4개 부문으로 나뉘어 운영하고 있다. 개별 부문 하나하나가 어지간한 대기업의 기업 규모를 능가할 만큼 그 규모가 크다.산하 종속기업이 276개에 달하고 삼성전자와 삼성전자 우선주의 시가총액을 합산하면 400조원에 육박한다.

권 부회장은 이같은 거대기업의 공식 의사결정 기구를 이끄는 수장인데, 당장 내년 3월부터 권 부회장의 퇴임으로 지휘체계에 일대 변화가 불가피하다.

이건희 회장의 와병 이후 권 부회장 중심의 삼성전자 이사회는 이 부회장으로의 경영승계가 완료되기 까지의 '과도기' 성격이 컸다.  이 부회장이 지난해 80억 달러에 하만을 인수하는 '빅딜'을 성사시키고 등기임원 선임을 통해 이사회에 합류하자, 이 부장이 2018년 3월에 이사회 의장으로 취임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연초부터 이재용 부회장과 최지성 실장이 국정농단 파문에 연루되면서 미래전략실과 수요사장단 회의가 폐지됐고, 각 계열사를 통합 관리하는 컨트롤 타워가 부재한 상황이 됐다. 때문에 권오현 부회장의 '과도기 리더십' 수명이 보다 더 연장될 것이라는 관측도 대두됐다.

권 부회장의 퇴진에 따라 그 자리를 누가 메울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윤부근 사장의 경우 CE 부문의 상대적인 부진이, 신종균 사장은 지난해 터진 갤럭시노트7 발화 파문이 각각 약점으로 꼽힌다. 삼성 내부 사정에 밝은 소식통은 "연장자이자 인화 등의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윤 사장(1953년생)이 다음 바통을 이어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1952년생인 권 부회장의 퇴진이 '세대교체'에 뜻을 둔 것이라면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도 엿보인다"고 내다봤다. 권 부회장의 뒤를 이어 DS 부문을 총괄할 것으로 예측되는 김기남 반도체총괄 사장, CE 부문의 김현석 사장, IM부문의 고동진 사장 차세대 임원들의 거취에도 자연스레 눈길이 쏠린다. 일각에선 "사장단이 50대 차세대 인사로 물갈이되는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조심스레 점치고 있다.

이 부회장은 부친의 와병으로 인사권을 쥔 2014년 이후 '중폭'의 임원인사를 단행해 왔는데, 국정농단 파문에 휘말린 2016년 연말에는 별도의 임원인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인사 적체와 최 전 실장, 권 부회장의 퇴진으로 '새 판 짜기'가 불가피해진 만큼 올해 인사는 중폭 이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고, 시기 또한 11월로 앞당겨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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