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케미칼 MX공장 <사진 제공=현대오일뱅크>

[이뉴스투데이 정상명 기자] 속칭 '기름집'으로 불리는 정유사들이 휘발유·경유 등을 팔아서 얻는 수익보다 석유화학, 윤활유에서 더 많은 돈을 벌어들였다.

18일 <이뉴스투데이>가 국내 정유4사의 2분기 사업부문별 영업이익을 분석한 결과, 비(非)정유부문(석유화학, 윤활유 등) 마진이 정유부문을 뛰어넘은 것으로 조사됐다.

정유4사(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는 올해 2분기 정유부문에서 91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작년 2분기에 1조9305억에 비하면 무려 95.26% 급감한 수치다.

국제 유가하락이 직격탄으로 작용했다. 대부분 영업이익이 작년에 비해 90% 이상 감소했고, 적자전환한 곳도 있었다. 

국내 정유사는 두바이유 수입 비중이 가장 높다. 즉 두바이유 가격변동이 정유사 실적과 직결된다는 의미다. 올해 1분기 배럴 당 50달러 초반 선을 유지하던 두바이유는 2분기 들어서면서 하락했다. 특히 6월에는 배럴 당 46.5달러까지 급락했다.

<자료=이뉴스투데이 취합>

일반적으로 유가가 오를수록 정유사 실적도 동반개선된다. 정제마진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정제마진은 원유 가격과 원유를 정제해 생산한 석유제품(휘발유, 경유, 나프다 등)가격 간 차이다. 유가가 오르면 정제마진률도 함께 상승하면서 정유사 수익이 늘어나게 된다.

반대로 유가가 하락하면 정제마진이 감소해 실적이 악화된다. 또한 기존 재고를 제값에 팔지 못하고 낮아진 시장가에 팔게돼, 재고평가손실이라는 악재까지 겹치게 된다. 

이밖에 환율 변동, 주변국 공장 가동 상황도 실적에 영향을 주지만 일반적으로 유가 변동이 정유사 실적과 가장 밀접한 연관이 있다. 이에 따라 과거 정유사들은 단기간 유가가 급락하면 어닝쇼크에 빠지곤 했다.

배럴/달러 <자료=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

하지만 최근 들어 사업다각화를 통해 위험 분산 효과를 누리고 있다. 석유화학과 윤활유 부문이 유가와 관계없이 안정적 수익창출을 하면서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특히 사업포트폴리오 다각화 효과는 업황이 좋지 못할 때 빛을 발한다. 정유사들은 2분기 유가하락 악재가 발생했지만 비정유부문에서 1조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올리며 리스크를 상쇄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정유사들이 정유업만으로 먹고살기 힘들겠다는 위기감에서 비정유부문을 강화했다"며 "특히 김준 총괄사장이 취임하면서부터 사업다각화가 구체화됐다"고 말했다.

석유화학·윤활유 사업의 수익성은 수요공급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글로벌 경기 회복과 중국 등 신흥국의 수요 증가로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다.

비정유 사업은 마진률도 높다. 에쓰오일의 경우 1분기 정유부문에서 매출액 4조440억원, 영업이익 1097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석유화학부문에서 매출액 7714억원, 영업이익 1396억원을 달성했다. 

단순 매출액 규모로만 보면 정유부문이 월등히 높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석유화학이 높은 상황이다. 영업이익률도 정유 2.71%, 석유화학 18.09%로 집계됐다. 그만큼 고부가가치 사업이라는 의미다.

아직 실적 발표를 하지 않았지만 3분기 상황도 긍정적이란 평가다. 7월 연중 최저점을 기록한 두바이유가 개선세를 보이며 이달초 배럴 당 55달러 선까지 다가섰기 때문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3분기 들어 유가가 상승과 함께 허리케인 하비의 영향으로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도 강세가 이어지면서 실적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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