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태구 기자>

[이뉴스투데이 이세정 기자] "Adieu MPV, Bonjour SUV(아듀 MPV, 봉주르 SUV)."

프랑스 자동차 브랜드 푸조가 2세대 신형 3008을 선보이며 새롭게 내건 슬로건이다. 다목적 차량(MPV)으로서 3008의 역사는 막을 내리지만,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재탄생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사실 2009년 출시된 1세대 3008은 많은 짐을 실거나 사람을 태울 수 있는 MPV에 가까웠다. 푸조의 고향이 실용성을 중시하는 유럽인 만큼,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특히 3008의 정체성을 두고 많은 말이 오갔다. 준중형 해치백 308을 기반으로 탄생한 덕분일까. 보는 사람에 따라 왜건일수도, 미니밴일수도, 심지어 SUV일수도 있었다.

푸조는 개의치 않았다. 차종이 어떻든간에 3008은 그동안 소형차 시장에서만 입지를 다져오던 푸조의 새로운 도전이라는데 의미가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2세대 3008을 개발하는 동안 푸조는 결단을 내려야 했다. SUV가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새로운 대세로 부상했고, MPV를 찾는 수요는 꾸준히 줄어갔다. 애매한 포지셔닝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었다.

이에 푸조는 완전한 SUV로 변신한 2세대 3008을 탄생시켰다. 국내에서는 지난 4월 출시됐다. 뉴 푸조 3008은 초도 물량이 완판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특히 푸조는 올해 7월 '프리미엄 고성능 SUV'를 표방하는 '뉴 푸조 3008 GT'를 추가로 선보이며 화력을 더하고 있다.

<사진=이태구 기자>

기자는 이달 11일 서울 성수동 한불모터스 본사에서 경기 파주시 임직각 평화누리공원까지 왕복 약 161km 구간에서 뉴 푸조 3008 GT를 시승했다.

푸조의 최상위 트림인 GT는 그란 투리스모(Gran Turismo)의 약자로, 사전적 의미는 '장거리·고속 주행용의 고성능 자동차'를 뜻한다.

중형 SUV인 뉴 푸조 3008의 차체 크기를 살펴보면, 전장과 전폭, 전고, 휠베이스가 각각 4450mm, 1840mm, 1625mm, 2675mm다. 경쟁 모델보다 콤팩트한 사이즈지만, 기존 3008 대비 커졌다.

<사진=이태구 기자>

우선 푸조의 '펠린룩(Feline Look)'을 업그레이드 시킨 점이 눈길을 끈다. 고양이과 동물의 얼굴을 닮았다는 뜻의 펠린룩은 치켜올라간 커다란 헤드램프와 직선이 강조된 라디에이터 그릴이 대표적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2010년 초반까지 약 10년간 푸조의 디자인 철학으로 자리 잡아왔다.

하지만 뉴 푸조 3008 GT의 디자인은 좀 더 세련되고 감각적이다. 여전히 헤드램프는 쭉 찢어져 사선으로 올라가 있지만, 샤프하게 디자인됐다. 또 LED(발광다이오드)가 헤드램프 상단부에 촘촘히 박혀있어 고급스러움을 배가시킨다. 

은색의 푸조 엠블럼이 박힌 라디에이터 그릴의 경우 상단부 양 쪽 끝단을 위로 끌어당겨 입체적이고 공격적인 인상을 준다. 또 단조롭던 이전 세대와 달리, 그릴 자체에 패턴을 적용하는 센스도 발휘했다.

앞범퍼 하단에 덧댄 스키드 플레이트는 SUV의 DNA를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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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하면서도 날렵한 측면부를 지나면 무심한 듯 시크한 후면부가 나온다. 푸조의 상징인 사자가 발톱으로 할퀸 듯한 형상의 3D LED 리어 램프가 자리잡고 있다. 블랙과 레드의 색상 조합은 강렬하면서도 독특하다.

또 후면부 우측에 자리잡은 'GT' 엠블럼과 하단부 양 쪽에 각각 위치한 두 개의 머플러는 질주 본능을 자극한다.

19인치의 휠은 고성능 모델임을 알려주는 동시에, 스포티한 감성을 구현한다.

푸조만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계승하면서도 색다른 감성을 추구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

<사진=이태구 기자>

항공기 조종석을 형상화한 실내 인테리어는 독창적인 푸조의 브랜드 성격을 잘 대변해 준다.

우레탄 소재의 대시보드는 단 한 개의 피스(piece)로 제작돼 안정감을 더해준다. 고급 소재인 알칸타라 가죽은 시트와 대시보드, 도어트림 패널 등 곳곳에 활용돼 프리미엄 감성을 자아낸다.

운전자 중심의 '아이콕핏' 시스템은 2세대로 진화했다. 스티어링 휠 크기를 줄여 운전자가 계기반을 쉽게 볼 수 있도록 설계했고, 기존 계기반 대신 풀 LED 타입의 디스플레이를 장착했다.

<사진=이태구 기자>

스티어링 휠은 독특하다. 일반적으로 스티어링 휠의 밑면을 직선으로 제작하는 'D컷'보다 한 단계 나아가 윗면과 아랫면을 모두 직선으로 디자인했다. 또 덩치에 비해 작게 디자인돼 귀여운 느낌이 들지만, 그립감은 우수하다. 다만 시트 포지션에 따라 12.3인치의 계기반이 핸들에 가려진다는 단점이 있다.

8인치의 인포테인먼트 터치 스크린은 대시보드 상단에 위치하며 중심을 잡는다. 초반에는 조작에 애를 먹기도 하지만, 금새 익숙해 진다.

실내 기능에는 향수 디퓨저가 포함됐다. 3가지 자연향 중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카트리지는 조수석 글로브박스 좌측에 위치해 있다.

1열 2개 시트는 마사지 기능이 탑재됐다. 특히 운전석은 5가지 마사지 타입의 8 포켓 마사지 시트를 적용해 편의성을 높였다.

아울러 액티브 세이프티 브레이크를 비롯해 차선이탈방지 시스템, 운전자 주의 알람 시스템, 하이빔 어시스트, 액티브 블라인드 스팟 디텍션 시스템, 크루즈 컨트롤 등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을 기본 적용했다.

<사진=이태구 기자>

뉴 푸조 3008 GT는 블루HDi 2.0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가 맞물려 최대출력 180마력, 최대 토크 40.82 kg.m의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무엇보다 EAT6 아이신 6단 자동 변속기의 장착은 큰 변화 중 하나다. 그동안 푸조는 반자동변속기 기반의 MCP 변속기를 사용해 왔다.

MCP 변속기는 수동 기반의 변속기를 자동처럼 다룰 수 있는 것으로, 동력 손실은 적고 연비 효율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변속 과정에서 발생하는 특유의 꿀렁거림 때문에 호불호가 심하게 갈렸다.

푸조 3008 GT를 주행하는 동안 기어가 바뀌는 속도가 다소 느리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매끄러운 가속과 부드러운 주행이 가능했다.

디젤 특유의 소음은 약간 있었지만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다. 시속 100km 전후의 속도까지는 노면에서 올라오는 소리도 크지 않다.

푸조 3008 GT는 컴포트(일반) 모드와 다이내믹 모드 2가지로 즐길 수 있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위치한 '스포츠 버튼'을 꾹 눌러 다이내믹 모드를 활성화시켰다. 엔진 소리가 확실히 달라졌다. 페달과 스티어링 휠 조작에도 신속하게 응답했다.

스포츠 카를 연상시킬 만한 폭발적인 스피드는 없었지만, 충분히 역동적이다. 액티브 사운드 시스템은 스포티함을 더욱 고조시켰다.

배가량이 늘어난 만큼, 고속 주행에서 느껴지는 출력의 부족함은 없었다.

잘 다져진 서스펜션은 코너링 구간에서는 높은 접지력을 발휘했다. 몸의 쏠림은 극히 적었다. 급정지 시에도 밀림과 흔들림이 없었다. '괜히 GT가 아니구나'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이세정 기자>

시승을 마치고 확인한 연비는 17.8㎞/ℓ. 복합연비 기준 13 km/ℓ(도심 12 km/ℓ, 고속 14.3 km/ℓ)를 훌쩍 뛰어넘었다. '최강 연비왕'이라는 푸조의 명성을 또 한번 체감할 수 있었다.

뉴 푸조 3008 GT의 가격은 499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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