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신형 CR-V

[이뉴스투데이 이세정 기자] 신차에서 녹(錄)이 발생했다는 논란에 휩싸이면서 내수 판매량이 반토막 났던 혼다코리아가 반등에 성공했다. 최대 500만원의 파격적인 할인 프로모션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16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와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혼다코리아는 지난달 내수 시장에서 전월(541대) 대비 88.9% 증가한 1022대를 판매했다. 8월 불거진 '녹 사태'가 무색할 정도로 많이 팔려나간 것.

그동안 국내 수입차 시장 중위권에 머물던 혼다코리아는 올해 판매 목표를 1만2000대로 설정하고 재기를 꿈꿨다. 이는 한국 진출 이래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던 2008년(1만2356대)와 비슷한 수준이다.

혼다코리아는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발생하기 전까지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꾸준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엔고 현상이 발생하자 국내로 수입해 오는 차량의 가격을 대폭 인상할 수밖에 없었다. 경쟁차보다 턱없이 높은 가격은 판매 급감을 불러왔고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

이에 혼다코리아는 올해 신차와 볼륨 모델을 대대적으로 앞세워 과거 영광을 되찾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지난 4월 월드 베스트셀링카인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CR-V'의 5세대 완전변경(풀체인지) 모델을 선보였고 전통적인 볼륨 모델인 중형 세단 '어코드'의 물량을 원활하게 공급시켰다.  

신차효과와 볼륨 모델들의 판매 호조에 탄력을 받은 혼다코리아는 6월에는 올해 최다 월 판매량이자, 2016년 1월 이후 최고치인 1750대를 판매하며 국내 수입차 시장 톱 3위에 안착하기도 했다.

하지만 8월 혼다코리아의 질주에 급제동이 걸렸다. 최근 출고된 신형 CR-V와 어코드에서 녹이 대량으로 발생했다는 소비자 제보가 잇따른 것이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녹 결함 조사에 돌입했고 시민단체인 YMCA 자동차안전센터는 혼다코리아를 자동차관리법 위반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또 경제정의실천을위한시민연합(경실련)는 성명서를 통해 혼다코리아를 공식 비판했다.

이 여파로 혼다코리아의 8월 내수 실적은 541대에 그쳤다. 전월 1001대보다 46%나 쪼그라든 것이다.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자 혼다코리아는 '할인 카드'를 꺼내들었다. 논란이 된 CR-V와 어코드(하이브리드 포함)는 물론, 시빅 등 다양한 차종에 최소 100만원부터 최대 500만원의 할인 혜택을 적용했다. 특히 할인 프로모션은 현재 남아있는 물량이 모두 소진될 때까지 지속될 것으로 알려졌다.

본사 측은 "딜러사 차원의 프로모션일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할인 전략은 잘 먹혀들어갔다. 실제 9월 내수 판매량은 8월과 비교할 때 무려 2배나 껑충 뛰어올랐다. 또 가장 높은 할인율이 적용된 어코드의 경우 지난달 내수에서 8월(202대) 대비 3배 늘어난 719대가 판매되며 수입 베스트셀링카 5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편에서는 수입차 업체들이 '할인 정책'을 잘못된 해결책으로 남용할 수 있다며 문제를 제기한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디젤게이트가 터진 직후 파격 할인 행사를 통해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한 사례가 있다"면서 "혼다코리아도 이와 유사하다. 수입차 업체들이 강도가 센 할인 프로모션을 통해 결함 등의 논란을 무마하려할까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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