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서정근 기자]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전격 퇴진을 선언함에 따라 용퇴 배경과 함께 삼성전자와 그룹 향방에 관심이 집중됐다

'오너' 이건희 회장 와병 이후 그룹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온 최지성 전 부회장과 '승계 예정자' 이재용 부회장이 국정농단 파문으로 전열에서 이탈한 후 삼성은 구심점 없이 계열사 별 전문경영인 책임체제로 운영돼 왔다.
권오현 부회장은 비상 체제에서 '삼성 그 자체'로 꼽히는 삼성전자 수장으로 회사를 이끌어왔다. 내년 3월 등기임원 임기 종료가 예정돼 있는데, 오너십 부재가 장기화 하는 상황에서 전문경영인 그룹의 수장이 임기만료를 6개월이나 앞두고 퇴진을 결정했다는 점에서 '의외성'이 상당하다.

권 부회장은 1985년 미국 삼성반도체연구소에 연구원으로 입사한 후 반도체 부문 외길을 걸으며 승승장구해 온 인사다. 2008년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사장을 거쳐 2011년 7월부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부문을 총괄하는 DS 총괄 사장직을 역임했다. 2012년 3월부터 등기임원으로 삼성전자 이사회에 참여했고 그 해 6월 최지성 대표 뒤를 이어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취임했다.

삼성전자 위상이 '국가경제 중추'로 격상된 만큼 삼성전자를 총괄하는 전문경영인 위상도 드높다. IMF 관리체제 위기를 혁신으로 돌파하며 삼성전자를 글로벌 기업으로 이끈 윤종용 전 부회장, '애니콜 신화'로 유명세를 쌓은 이기태 부회장, '황의 법칙'을 정립한 황창규 전 사장 등 스타급 CEO들이 즐비했다.

권 부회장은 2012년 3월 이래 67개월째 등기임원으로 재직했다. 재임 기간 삼성전자는 승승장구를 거듭했다. 올해도 3분기 매출 62조원, 영업이익 14조 500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되는 등 사상 최고 분기 실적 기록 갱신을 예고했다.

권 부회장이 삼성 '반도체 신화'에 기여한 공로가 지대하고 삼성전자를 글로벌 1류로 도약시키는데 공헌했다는 평가다. 권 부회장이 수령하는 급여는 연간 140억원에 육박한다. 오너십이 없는 기업인 가운데 가장 높은 성취를 이뤘고 그에 걸맞은 보상도 받고 있다.

삼성전자와 삼성전자 우선주 시가총액을 합산하면 400조원에 육박한다. 이는 필리핀 GDP(373조8798억원, 세계 34위)를 넘어서는 규모다. '삼성전자 노믹스' 위상이 기업 수준을 벗어나 국가 단위 수준에 이른 상황이다.

이런 정황을 감안하면 삼성전자 안팎에서 권 부회장 퇴진이 '문책'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는 많지 않다. 재임 기간 '태평성대'로 불릴 만한 실적을 냈고, 갤럭시노트7 발화 파문이 있었지만 잘 극복해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은 "이재용 부회장이 국정농단 파문에 연루되기 직전인 지난해 하반기에 삼성전자 이사회에 등기임원으로 참여한 점, 1952년생(64세)인 권 부회장에게 세 번 째 임기를 보장하면 2021년까지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을 맡기게 되는 점 등을 감안하면 삼성 오너 일가의 당초 계획은 2018년 3월에 권 부회장이 퇴진하고 이재용 부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는 시나리오 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 소식통은 "이 부회장의 복귀 시점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권 부회장이 '자진 퇴진'의 형태로, 그것도 DS 부문 총괄역 후임 또한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만둔 것은 의외로 받아들여질 만하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소식통은 "문책이나 내부 역학 등의 문제를 떠나 권 부회장이 역할을 다하고 자리를 내놓는 '순리'의 결과로 바라볼 만하다"며 "어떤 측면에서 보면 전문경영인의 '한계'로 불 수 있는 사안"이라고 평가했다.

권 부회장은 고별사에서 "지금 회사는 엄중한 상황에 처해 있다"면서 "다행히 최고의 실적을 내고는 있지만 이는 과거에 이뤄진 결단과 투자의 결실일 뿐, 미래 흐름을 읽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일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를 담았다.

이병철 선대 회장의 '혜안'으로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고, 이건희 회장의 '뚝심'으로 반도체 부문에 집행한 막대한 투자로 '반도체 치킨게임'의 승자가 됐고, 이로 인해 삼성이 '반도체 슈퍼울트라 사이클'의 수혜자가 됐다는 것이다.

임직원들이 해당 부문에서 혁혁한 성과를 거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오너십 결단 없이는 불가능했다. 삼성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또 한 번의 통큰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권 부회장 퇴진은 임직원들에게 당장의 호실적에 도취해 안주하면 4차 산업혁명 전야에서 도태된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자연스레 삼성전자 최고위 경영진 '물갈이'가 이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 총괄역을 두고 윤부근 사장과 신종균 사장의 '경합'이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고, 수장이 떠한 DS 부문을 누가 맡게 될지도 관심사다.

이재용 부회장 항소심 결과에 대한 주목도도 더욱 높아졌다. 6년 가까운 기간 삼성전자 이사회를 이끌어온 수장이 떠난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경영복귀가 가능할지, 가능하다면 그 시기가 언제일지 초미의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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