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서정근·오복음 기자] 이재용 부회장 재판 항소심 첫 공판을 맞아 특검과 변호인단이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특검은 "원심 재판부가 인정하지 않은 '부정한 명시적 청탁'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 사이에 있었고, 미르재단과 K스포츠 재단 출연금도 '부정한 명시적 청탁'이 있었던 이후 제공된 만큼 뇌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에게 적용한 공소 사실 100%를 유죄로 인정받아 항소심에서 중형 선고를 이끌어 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변호인단은 "해당 사건이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으로 사회적으로 인식되며 증거주의에 입각한 형사재판의 원칙이 실종됐다"며 "승계를 위한 구체적인 작업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삼성 승계와 관련한 '말씀자료'나 안종범 수석의 수첩 등 박 전 대통령이 삼성 경영승계 지원에 '관심'을 둔 것으로 보이게끔 하는 자료에 대해선 증거능력을 인정치 않았고 "설령 박 대통령이 그런 생각을 가졌다 한들 이 부회장이 이에 호응해 '거래'를 한 것이 아니다"는 입장을 보였다.

12일 서울고법 형사13부(정형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2심 1차 공판에서 특검 측은 "원심은 포괄적 현안(경영승계 작업)과 개별 현안(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금융지주회사 전환 등)에 대해 (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 간) 명시적인 청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재단지원금 204억원에 대해서 제3자 뇌물죄의 구성 요건인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고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무죄로 판결했다"고 전제한 후 "그러나 이같은 판단에 동의할 수 없다"고 항소 이유를 밝혔다.

특검은 "대통령의 단독면담 말씀자료, 안종범 수첩에 삼성 관련 개별현안이 기재돼 있고 이재용 피고인과 대통령 단독 면담 이후 삼성은 금융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금융지주회사 전환을 강하게 추진했다"며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개별 현안에 대해 명시적 청탁을 한 사실이 인정되며, 개별 현안에 명시적 청탁이 인정되면 개별 현안의 종합인 포괄현안인 경영권 승계 문제에도 명시적 청탁이 인정되는 것이 논리적이고 필연적인 귀결"이라고 주장했다.

또 "원심에서 명시적 청탁이 인정되지 않아 재단 출연금이 무죄가 됐으나 개별현안에 대해 (단독면담에서) 명시적 청탁이 인정되기 때문에 항소심에선 이점이 바로 잡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심은 큰 틀에서 삼성의 승계 작업이 실제했고, 삼성이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제안을 받고 이를 뿌리치지 않고) 비정상적인 방밥으로 최서원(최순실) 일가를 거액을 들여 지원한 만큼 이 부회장이 '승계 작업에 도움을 얻을 수 있겠다'는 기대감을 안고 '암묵적 청탁'을 한 것으로 판단한 바 있다. 다만 재단 출연금에 대해선 '다른 기업들도 지원 요청을 받고 실제 응한점, 비정상적인 지원인지 여부를 확신하기 어려운 점'을 들어 무죄를 선고했다.

특검팀은 "설령 명시적 청탁이 인정되지 않는다 해도 2014년 9월 이재용과 박근혜 대통령 면담에서 경영권 승계를 지원하는 대가로 정유라에 대한 승마지원 약속이 이뤄졌고 이런 상황에서 재단 지원 요구를 받은 만큼 피고인들은 최서원(최순실)의 사적유용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이라며, 재단 출연금이 뇌물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이 사건을 국정농단의 본체이자 정경유착 근절의 본보기가 될 사건으로 보고 형사재판 본연의 틀을 벗어나 증거재판 우선주의 원칙이 밀려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피고인들은 대통령의 적극적인 지원 요구에 수동적으로 임했고 피고인들이나 삼성그룹이 유리한 성과를 얻었다는 사실이 확인되진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원심은 개별현안에 대한 명시적 또는 묵시적 청탁을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승계과정에 대한 묵시적 부정한 청탁을 인정했는데, 그 현안에 대해 묵시적 청탁이 성립할 정도라면 관계인들 사이에서는 말하지 않아도 알아차릴 정도의 공통된 인식과 양해가 있어야 한다"고 전제한 후 "수사기관이 영장을 청구할 단계에서부터 쉽게 확인할 수 없었던 기교적인 현안을 무슨 재주로 대통령과 이재용 피고인이 묵시적인 양해로 (정경유착에 이르는)양해를 공유할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피고인 박상진이 김종에게 정유라 지원계획에 대해 언급했다고 사실 인정을 한 것을 두고선 "2015년 7월까지 지원을 하지 않았어도 대통령으로부터 질책을 받은 것도 없었고 정유라 본인의 진술을 감안하면 합리적 의심이 배재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형사재판에서의 유죄 인정 기준인 '합리적 의심을 배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은 사실 인정을 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측은 안종범 수첩의 증거능력, 안종범 수첩 외에 이 부회장의 혐의를 입증할 수단이 있는지를 두고도 공방을 벌였다.

변호인단은 "안종범의 수첩은 대통령 등을 원진술자로 해서 타인 입장에서 적은 기술서기 때문에 증거능력이 없다"고 주장했고 특검은 "이 부회장의 위증을 입증할 증거가 안종범 수첩 외엔 없다고 하지만 원심에서 위증 사실이 이미 입증됐다"고 맞섰다.

변호인단은 "특검이 주장한 것 처럼 2014년 9월에 이미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면 왜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 추진 당시 국민연금공단이 왜 브레이크를 걸었겠느냐"며 "안종범 수첩 어디에도 합병이라는 단어를 찾아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변호인단은 "삼성은 (이 부회장으로의) 승계를 예정됐지만 관련 작업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전제한 후 "기업집단 경영권 승계작업이 인정되려면 필요성과 최종 목표, 진행 과정이 명료하게 드러나야 하나 관련한 증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대통령이 (삼성의 승계 작업을 돕겠다는) 인식이 있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며 "피고인이 (대통령의 도움을 받아 승계과정에서 도움을 얻겠다는) 동일한 인식을 갖고 있지 않으면 묵시적인 (청탁에 따른 정경유착의) 합의가 이뤄진 것이라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승계작업의 개념 자체가 모호하고 대가관계 자체가 없었고, (승마지원과 재단 지원이) 사실상 거절할 수 없는 대통령의 요청에 따른 사회공헌 활동인 만큼 무죄라는 주장이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진행한 첫 공판은 오후 6시 무렵에 종료됐다. 이재용 부회장 등 피고인들은 법정에 출석했으나 양측의 공방이 오가는 동안 어떠한 진술도 하지 않았다. 오는 19일에 열릴 두번째 공판에선 특검측이 주장하는 삼성의 승마지원과 관련해 명마 살시도 뇌물지원 합의 여부, 차량구입 등에 대한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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