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8년 피렌체 지방에 흑사병이 덮치자 병마를 피해 일곱 명의 여자와 세 명의 남자가 피에졸레 언덕으로 모여듭니다. 그들은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열 사람이 돌아가며 열흘간 100개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보카치오의 데카메론 이야기입니다. 오늘부터 시작되는 장장 열흘의 연휴를 맞아 이뉴스투데이는 <추석 연휴 데카메론-문재인 정부 10대 뉴스>를 준비했습니 다. ‘이 이야기 속에는 옛날 것도 있고 지금 것도 있습니다만…(중략)거기서 피해야 할 점이라든가, 따라야 할일 같은 것도 알 수 있게 되실 것 입니다…’(데카메론 서문에서 발췌) <편집자주>
국내 두번째 인터넷 은행인 카카오뱅크가 출범한 지난 7월 27일 서울 서초구 세빛섬에서 열린 카카오뱅크 출범 행사에서 참석 내빈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신성환 한국금융연구원장, 하영구 은행연합회장, 유의동 바른정당 의원, 윤호영 카카오뱅크 공동대표, 김주원 카카오뱅크 이사회 의장, 이진복 국회 정무위원장, 최종구 금융위원장, 이용우 카카오뱅크 공동대표,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 박세춘 금융감독원 부원장

[이뉴스투데이 유제원 기자]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하기 전까지만 해도 성공을 낙관하는 은행들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성장 속도는 놀라울 정도였다.

6일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지난 4월 출범한 케이뱅크는 현재까지 44만명의 고객을 끌어들였고, 카카오뱅크는 지난달 26일 자정 기준 수신은 3조1200억원을 기록했으며 계좌개설 수는 390만개를 넘어섰다. 체크카드 발급 신청 건수는 280만장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은행에서는 경험할 수 없었던 인터넷은행 만의 편리한 서비스가 이용자들의 폭발적인 수요를 만들어낸 것으로 보인다. 공인인증서 보안카드가 없어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금융거래가 가능한 점은 기존 은행 고객들에겐 '신세계'나 다름없었다.

더욱이 0.01%p의 우대금리를 더 받기 위해 기존 은행들처럼 번거로운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낮은 대출금리에 높은 예금금리를 주니 금상첨화였던 것이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4200만명이 가입된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를 내세워 친근한 이미지를 준 점도 흥행 비결로 꼽힌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한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도입 초기에 케이뱅크나 카카오뱅크와 같은 실적을 기록한 인터넷은행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인터넷 은행들이 공언한대로 3년안에 수익을 낼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엇갈린다. 선진국에서는 최소 5년 이상 걸렸고, 그마저도 쉽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인터넷은행은 1995년 이후부터 2000년대 초중반 사이들어 미국이나 일본, 독일 등 금융 선진국에서 우후죽순 생겨났다.

이들 은행도 출범 초기에는 낮은 대출금리와 수수료 우대 등의 전략으로 고객들을 끌어모으며 흥행몰이에 대부분 성공했다.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서고 시장에 안정적으로 자리잡기까지는 통상 5년 정도가 소요됐다.

최근 예금보험공사가 발간한 '해외 주요 인터넷전문은행 성공사례 및 시사점' 자료를 보면 일본 최초의 인터넷전문은행인 '재팬넷은행'은 지난 2000년 출범한 이후 5년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의 대표적인 인터넷은행인 '피도르뱅크'도 2009년 영업을 개시한 이후 적자를 내다 5년 뒤인 2014년 8.4%의 자기자본순이익률을 달성했다. 일본의 '지분뱅크'도 출범 4년 만인 2012년에 처음으로 흑자를 냈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경우에는 실질적인 수익을 내기까지 3년 정도가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예대마진이나 관리비용 추정치에 따라 편차는 있지만 금융권 내에서는 손익분기점 달성까지 필요한 대출자산 규모를 케이뱅크는 3~4조원, 카카오뱅크는 3조5000억원~6조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3년 내에 이들 은행이 수익을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스마트폰뱅킹 가입자만 7700만명(올 1분기 기준)에 달할 만큼 모바일 금융 거래에 익숙한 우리나라의 시장 환경에서 현재 증가속도라면 인터넷은행들이 빨리 흑자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이와 달리 가격 경쟁력을 뛰어넘는 영업 모델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건전성 관리에 실패하면 수익을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결국 안정적인 비즈니스 모델 구축과 리스크 관리가 인터넷은행의 성패를 좌우할 전망이다. 해외 인터넷은행들도 리스크 관리와 비용 관리에 실패한 은행들은 얼마 못가 일찌감치 문을 닫았고, 특화된 서비스 전략을 취하는 은행들만 살아남았다.

독일 피도르뱅크는 한 계좌에서 P2P대출, 크라우드펀딩, 귀금속, 외환거래 등의 은행거래를 처리할 수 있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반면 1997년에 설립된 미국의 넷뱅크는 예금과 대출 등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였지만 2002년 모기지대출을 늘리는데에 급급하다 리스크 관리에 실패하고 2007년 결국 파산했다.

심성훈 케이뱅크 은행장이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케이뱅크 광화문 사옥에서 기자 설명회를 열고 지난 6개월간의 성과와 중장기 경영전략, 사업계획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금융연구원 한 관계자는 "해외 사례를 보면 차별화된 서비스없이 가격으로만 경쟁할 경우 대손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부실화되는 은행이 많았다"며 "인터넷 은행이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이 올해 안으로 제 3호 인터넷전문은행을 1개 이상 추가 선정하기로 결정하면서 이를 둘러싼 금융권의 행보가 주목된다.

최근 금융당국은 차기 인터넷전문은행을 추가로 선정하기로 결정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7월 17일 "핀테크 등 금융서비스 혁신을 가속화하고 인터넷전문은행간에도 경쟁과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케이뱅크, 카카오뱅크에 이은 제3·4의 플레이어 진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힌바 있다.

금융권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은행은 물론 저축은행·증권사·보험사 등 제2금융권이 적극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15년 예비인가에 도전했다 탈락한 인터파크 컨소시엄 소속기업도 유력 후보군으로 꼽힌다.

하나은행과 SK텔레콤이 만든 합작법인 '핀크'가 핀테크 분야 협력을 강화하고 있어 향후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동참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미 2500만명에 달하는 SK텔레콤 T멤버십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인터넷 은행시장에 뛰어들어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다 네이버와 신한은행이 소위 '네이버뱅크를 출범시키면 시장에 파급력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은행은 지난 2015년 네이버 라인의 간편결제 플랫폼 '라인페이'를 통한 송금·간편 결제서비스를 출시했고 현금입출금기(ATM)를 통해 원화로 출금할 수 있는 '라인페이 ATM 환전출금' 서비스도 내놓은 상태다.

신한금융그룹은 지난 4월 국내 인터넷은행 설계자로 알려진 조영서 전 베인앤드컴퍼니 금융부문 대표를 신한지주 디지털전략팀 본부장에 앉힌 것도 인터넷뱅크 준비를 위한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인터파크 등과 컴소시엄을 구성해 인터넷전문은행 본인가 후보군까지 올라갔다. 그러나 이후 본인가 취득에 실패했다. 또 국민은행은 카카오뱅크, 우리은행은 케이뱅크의 주주로 인터넷은행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어 기업은행이 보다 전투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점쳐진다.

웰컴저축은행과 교보생명도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에 참여한 바 있다. 웰컴저축은행은 인터파크 컨소시엄에 참여했고, 교보생명은 케이뱅크 컨소시엄에 참여했다가 신청 막바지에 참여를 취소를 결정했다.

미래에셋대우는 최근 네이버와 국내외 디지털 금융 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정하면서 인터넷전문은행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과거 케이뱅크 출범 당시 인터넷전문은행에 지분을 투자하려다가 실패했던 투자자들, 즉 경쟁사들이 몰릴 것”이라며 “특히 당시 투자를 하지 못했던 경쟁사들은 지속적으로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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