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8년 피렌체 지방에 흑사병이 덮치자 병마를 피해 일곱 명의 여자와 세 명의 남자가 피에졸레 언덕으로 모여듭니다. 그들은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열 사람이 돌아가며 열흘간 100개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보카치오의 데카메론 이야기입니다. 오늘부터 시작되는 장장 열흘의 연휴를 맞아 이뉴 스투데이는 <추석 연휴 데카메론-문재인 정부 10대 뉴스>를 준비했습니다. ‘이 이야기 속에는 옛날 것도 있고 지금 것도 있습니다만…(중략) 거기서 피해야 할 점이라든가, 따라야 할 일 같은 것도 알 수 있게 되실 것입니다…’(데카메론 서문에서 발췌) <편집자주>

 

[이뉴스투데이 이호영·이세정 기자] 올해 2월 말 사드 부지 맞교환 체결을 끝낸 유통사 롯데에 집중됐던 중국의 보복성 조치들은 이제 식품업계를 넘어 자동차업계 등 국내 산업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기업들은 가시화한 중국 현지 법인 매출 타격을 호소하고 있다. 중국 진출 한국 기업 피해 규모는 연말까지 8조5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 부지 제공 ‘롯데’ 보복 집중...면세점업계 ‘직격타’ 첫 폐업 업체 나와 

유통가 면세점업계는 3월 중순 중국의 한국행 관광 금지 조치로 매출 절벽에 직면,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업계 매출 80% 비중의 롯데와 신라 모두 상반기 영업익이 반토막 나거나 거의 증발해버렸다. 특히 업계 1위 롯데면세점 상황은 좀 더 심각하다. 

앞서 부지 맞교환 체결 직후까지만 하더라도 롯데면세점은 그룹 롯데마트와 온라인 몰 접속 차단이나 다운, '중국 철수'를 요구하는 댓글 등 중국내 거센 '반롯데' 기류 확대로 우려했던 정도다.  

그러던 것이 이제 롯데면세점은 인천공항 임대료 인하를 요구하며 철수 직전까지 와있다. 중국 관광객 매출 비중이 70% 가량이던 롯데면세점은 2분기 들어서면서 영업익은 적자 전환했다. 297억원 가량의 손실을 입은 것이다. 

상반기 영업익은 전년 동기 2325억7500만원에서 96.8% 급감한 74억원 가량이다. 전년 대비 3% 수준인 것이다. 매출도 전년에 비해 6.6% 줄어 2조5530억2800만원이다.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중국 철수는 없다"던 롯데마트도 9월 사드 추가 배치를 확정, 사태 장기화가 예상되자 끝내 입장을 선회했다. 골드만삭스를 매각주관사로 중국 현지 롯데슈퍼 매장 13개까지 모두 112개 매장 매각에 나선 것이다. 

이미 중국 롯데마트는 99개 현지 점포 중 영업정지 74곳, 자진 중단 13곳 87개 매장이 사실상 문을 닫은 상태다. 영업익도 아니고 매출이 10분의 9가 날아간 상태로 210억원이다. 2차까지 자금 7000억원이 지원된 상태다.

이와 맞물려 국내 관광객 급감으로 국내 롯데백화점도 타격을 입었다. 국내외 매출도 지난 2분기 대비 5.6% 줄어 2조80억원이다. 

이에 따라 롯데쇼핑 2분기 매출은 역신장했다. 전년 대비 1.4%가 줄어들어 7조401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익은 반토막 났다. 전년 대비 49% 급감한 873억원인 것이다. 당기순이익도 95% 줄어 40억원에 그쳤다. 

국내 면세점업계는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을 지나고 있다. 한화갤러리아는 그룹 1호 면세점인 제주공항점 특허를 자진반납하겠다고 했다가 임대료 조정으로 연말까지 영업을 하게 됐다. 해당 점포는 중국 관광객 매출 비중이 90% 가량이었다. 

중소·중견면세점에서는 평택 항만의 하나면세점이 30일 영업종료를 앞두고 있다. 첫 폐업 업체가 나온 것이다. 

유통가 식음료업계도 타격을 입고 있다. 올해 오리온 상반기 중국 법인 매출은 4764억원으로 전년 대비 42% 감소했다. 영업익은 64% 급감했다. 중국 현지 판촉사원 등 위주로 중국 법인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농심도 중국 법인 타격이 가시화됐다. 올해 상반기 중국사업 영업손실은 28억원이다.

◇ 현대·기아차 중국 판매량 ‘반토막’...현지 합자사도 ‘삐그덕’  

국내 자동차업계 역시 중국 사드 보복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특히 국내 대표 자동차기업인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피해가 두드러졌다.

현대차는 사드 보복 여파로 '중국 시장 위기론'에 휩싸였다. 중국 현지에서만 5개의 공장을 가동 중인 현대차의 지난 8월 중국 판매량은 5만3008대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4% 감소한 것이다.  

특히 올 들어 8월까지 중국 판매량은 40만4300대로, 전년 동월보다 40.09% 쪼그라들었다.

중국 사드 보복이 본격화한 올해 3월부터 현대차 중국 판매량은 반토막 나기 시작했다. 지난 3월 현대차는 중국 시장에서 5만6026대를 판매했다. 전년 10만549대에 비하면 44.3% 급감한 것이다. 

4월부터는 전년 대비 무려 60%씩 판매량이 빠져나갔다. 최근 들어 감소폭은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판매 회복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의 판매량 감소는 자금난으로 이어졌다. 현대차와 중국 베이징자동차(BAIC)의 합자회사인 '베이징현대'는 자금난에 시달리며 두 차례에 걸쳐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베이징현대의 협력업체들이 대금 지급이 연기되고 있다며 납품을 거부한 탓이다. 

베이징현대는 200여개에 달하는 한국과 중국 협력업체로부터 부품을 받고 있다. 이들 협력업체가 받지 못한 대금은 평균 3.5개월 어치였다.

중국 현지에서는 현대차와 BAIC의 합자 관계가 끝날 수 있다는 식의 언론 보도가 나왔고 위기감은 더욱 고조돼 갔다. 베이징현대는 지난달 중순부터 밀린 부품 대금을 지급하기 시작했고 '합작 결별설'은 일단락된 상태다. 

일단 위기의 파고는 넘은 셈이다. 이달 18일 '베이징현대 설립 15주년'을 기점으로 파트너십을 공고히 다져나간다는 입장이다.  

기아차의 상황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8월 기아차의 중국 판매량은 2만3002대에 그쳤다. 전년 동기보다 45.4% 줄었다. 올해 누적 판매량은 17만2674대를 기록했다. 전년 36만8686대 대비 53.2% 급감한 수치다. 사드 여파가 집중된 2분기 판매량은 5만2438대로, 전년 동기보다 무려 64% 감소했다.

기아차는 중국 현지의 둥펑자동차(DFM), 위에다자동차와 합작사 '둥펑위에다 기아'를 운영하고 있다. 베이징현대처럼 갈등이 수면 위로 부상하지는 않았지만 내부적으로는 불만 기류가 존재할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중국 현지 일각에서는 "이를 사드 보복이라고 한다면 시진핑 2기 출범과 맞물려 G2로서의 중국 압박은 이제 막 시작한 것일 뿐"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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