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세정 기자] 혼다코리아가 자사가 판매한 차량에서 녹이 발생했다는 문제가 제기된 지 50여일 만에 공식 사과문을 게재하며 뒤늦게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소비자 반응은 냉담하다 못해 싸늘하다.

피해 소비자들은 사과문이라기보단, 변명문에 가깝다고 분노하며 국토교통부의 결함 조사 결과를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혼다코리아는 27일 공식 홈페이지에 '혼다를 사랑해주시는 고객 여러분께'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해당 사과문에는 "혼다코리아가 지난 5월 출고한 CR-V 데쉬보드 내 행거 빔에 녹이 발생했다는 현상이 8월 7일 고객센터를 통해 최초 접수됐다"며 "최초 고객 접수 후 즉각적으로 현황파악에 착수했고 보유 재고 및 출고 차량에 대해 조사를 진행한 결과, 일부 차량에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부품의 제조공정 및 유통과정(협력업체), 혼다 미국 공장의 제조 공정, 미국내 내륙운송, 한국까지의 해상운송 등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 대한 현상 파악과 추적 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모든 과정을 면밀히 조사하기 위해선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혼다코리아는 차량의 안전성 여부를 면밀히 검토했지만, 녹 발생 현상이 차량의 안전운행, 성능 및 기능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음을 명확히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차량 실내 부품은 강한 염해 지역에서 10여년 이상에 해당하는 녹 발생 조건을 임의적으로 준 뒤 다양한 주행조건에서 차체에 발생하는 진동과 충격, 비틀림에도 해당 부품의 강도에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고 있다는 것.

이어 회사는 "녹이 있는 차량과 없는 차량의 실내공기로부터 부유물을 채취해 비교 분석한 결과 차이가 없음을 확인했다"며 "행거 빔의 녹으로 인해 실내 공기의 질이 악화되는 일은 없다"고 해명했다.

혼다코리아는 CR-V 뿐 아니라 녹이 발생한 어코드, 시빅을 포함해 3년 또는 10만km 이내 차량에 대해 행거 빔의 녹 제거 및 방청작업을 무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또 방청 작업 이후 녹이 재발할 경우 다시 무상 녹 제거 작업을 해주겠다고 강조했다.

<사진캡처=혼다코리아 공식 홈페이지>

하지만 혼다코리아의 사과문은 소비자들의 분노를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사과나 해명보다는 변명에 가까운 내용으로, 유야무야로 사태를 해결하려한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7월 혼다 CR-V를 구매한 녹 피해 소비자 A씨는 "달랑 한 장짜리 변명문에 허탈감만 커졌다"며 "이번 사과문은 녹 논란이 터진 직후에 내놨어야 하는 수준"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A씨는 "동호회 자체적으로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CR-V 차량에서 녹이 발생했다고 한다. '일부 차량'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저의가 궁금하다"면서 "차량 성능이나 안전상에 악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혼다코리아의 발표는 더욱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6월 CR-V 차량을 구매한 또 다른 오너 B씨 역시 헛웃음만 나온다고 이야기했다. B씨는 "사과문을 읽어보니 녹 발생 피해자들을 위한 내용이라고 볼 수 없다"면서 "판매량이 급격히 줄고 검찰에 고발 당하는 등 상황이 좋지 않으니 탈출구를 만드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또 그는 "혼다코리아는 녹으로 인해 실내 공기 질 악화에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사실이 아니다"면서 "시간이 흘러 녹이 발생한 부위가 넓어지고 부식으로까지 이어질 경우, 녹 성분이 에어컨이나 히터를 통해 차량 안에서 퍼지게 된다"고 분노했다.

5월 말 녹이 슨 어코드 챠량을 인도 받은 C씨는 "이번 사과문은 불난 집에 기름 붓는 격"이라며 "주유구나 엔진룸 등에 녹이 슨 것은 거론하지 않았고 안전에 밀접한 영향을 주는 행거 빔만 이야기했다. 이마저도 '성능에는 문제가 없으니 그냥 타라'는 식의 태도를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C씨는 "녹 피해 자주들은 혼다코리아가 녹이 슨 어코드를 500만원씩 할인 판매하는 것에 항의하기 위해 혼다 매장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면서 "하지만 매장 출입을 저지하는 등 우리들을 고객이 아닌, 업무 방해자로 취급했다. 혼다코리아의 행태에 항의하기 위해 민사소송 등 강도 높은 대응 조치를 강구해나갈 것이다"고 덧붙였다.

특히 피해 소비자들은 국토부의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인 만큼, 혼다코리아의 방청작업을 받지 않겠다는 데 뜻을 모았다. 앞선 지난달 9일 국토부는 혼다 녹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CR-V 부식과 관련된 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이와 관련, 국토부 관계자는 "혼다코리아 부식은 현재 국토부 산하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 조사 중인 사안으로, 연구원들이 현장으로 나가 실제 녹 발생 현상을 확인했다"며 "통상적으로 결함 조사는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정도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일반적인 시각으로는 신차에서 녹이 발생했다는 것은 결함이지만, 국토부는 안전 기준을 위반했는지와 안전 운행에 지장을 주는지 등에 따라 결함 여부를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결함 판정은 녹이 발생한 부위에 따라 좌우된다. 실제 최근 현대자동차 싼타페의 경우 후드 잠금 장치 케이블에서 부식이 발생해 안전 운행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확인됐고 시정조치(리콜)가 내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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