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서정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운명이 25일 1심 선고공판을 통해 결정된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2차 구속영장을 청구, 피의자 심문을 받은 2월 16일 이후 190일 만의 일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경영 승계에 도움을 받을 목적으로 현직 대통령과 그 비선 실세 일가에 뇌물을 제공했다는 혐의를 받고 구속수감돼 재판을 받고 있는데, 우리 경제에서 삼성이 차지하는 비중과 재계 1인자인 이 부회장의 위상 탓에 그 향배에 국내외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무죄 혹은 집행 유예가 선고될 경우 이 부회장은 190일 만에 석방돼 휴식을 취한 후 삼성전자 경영일선에 복귀할 전망이다. 반면 집행 유예 없는 실행이 선고되면 이 부회장은 구속 수감 상태에서 항소심에 임하게 된다. 이 경우 이 부회장의 경영참여가 불가능하고 이 부회장으로의 3세대 승계작업도 '멈춤' 상태가 된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 계열사들은 부문별 대표의 책임경영 체제로 운영되겠지만, 총수가 부재한 상태에서 대규모 M&A나 대규모 전략적 투자를 결정하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서울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는 25일 오후 2시 30분 417호 대법정에서 이 부회장과 삼성 전직 고위 임원 등 5명의 선고 공판을 연다.

이 부회장은 △ 뇌물공여 △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재산국외도피 △ 범죄수익은닉 규제법 위반 △ 국회에서의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 위반(위증) 등 총 5개의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부회장이 받는 혐의 중 국회에서의 위증을 제외한 4개의 혐의는 유죄로 인정될 경우 중형선고가 불가피한 것으로, 이중 하나라도 유죄가 선고되면 집행유예 자체가 불가능하다. 

지난 7일 결심공판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재용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에게 각 징역 10년,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이 부회장과 전직 삼성 임원들이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후 160일 동안 53회에 걸쳐 공판을 진행한 끝에 이같은 구형이 이뤄는데, 25일 재판부가 각 혐의에 대해 어떠한 판단을 내릴지 초미의 관심사다.

이 부회장이 재계 총수들 중 유일하게 기소돼 중형선고의 위기에 놓인 것은 이 부회장과 삼성이 다른 총수들과 달리 '불이익에 대한 우려' 때문이 아니라 '이익에 대한 기대'를 기반으로 박 전 대통령과 능동적으로 정경유착의 고리를 형성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3세대 경영승계 과정에서 도움을 얻기 위해 재단 출연과 별개로 현직 대통령의 비선실세인 최순실 씨와 그 딸 정유라 씨에게 맞춤형 지원을 단행했다는 것이 특검 측의 주장인데,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의 관계와 그 특수성을 언제 인지했는지, 정 씨에 대한 지원과 그 규모에 대해 사전 인지했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특검은 3차례에 걸친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독대에서 두 사람 사이에서 '경영승계 지원'과 '재단 출연- 승마 종목 지원'을 매개로 '합의'가 이뤄진 정황이 뚜렸하다고 시종 주장했다. 안종범 전 수석이 작성한 '말씀자료' 등이 주요한 근거다.

재단과 승마지원에 433억원 가량이 집행되거나 집행하기로 '약정'이 된 점, 제일모직과 삼성생명의 합병과정에서 국민연금이 당초 입장을 바꿔 찬성으로 선회한 점 등을 들어 재계 1인자와 현직 대통령간의 정경유착이 실행에 옮겨졌다고 주장한다.

반면 이 부회장과 삼성 측 변호인단은 '승계구도'를 매개로 한 정경유착이라는 '프레임' 자체가 허구라는 주장이다. 이건희 회장의 하나 뿐인 아들인 이 부회장으로의 경영승계는 당연한 사안이고, 그 자체가 정부의 허가나 도움이 필요치 않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 간의 독대에서 어떠한 이야기가 오고 갔는지를 '명확히' 확인할 길은 사실상 없다. 두 사람이 각각 재판을 받으며 특검의 논고와 다른 주장을 내놓았고, 특검이 이들의 주장을 뒤집을 '물증'이 없기 때문이다. 안종범 전 수석이 작성한 '말씀자료'도 간접증거로만 채택돼 그 증거능력을 온전히 인정받진 못한다.

이 부회장이 수백억원의 돈이 오가는 지원이 이뤄지기 전에 사전 보고를 받았는지,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의 '특수관계'에 대해 인지했는지 여부에 대한 실체적인 진실 규명도 간단치 않은 일이다.

이 부회장은 재판 과정에서 "아버님이 와병 중인 상황에서 삼성그룹 경영 전반의 일에 관여하지 않았고 최지성 당시 부회장이 전권을 쥐었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이 부회장의 주장이 사실로 받아들여질 경우 중형을 선고받을 최지성 전 부회장 등 삼성 전직 임원들도 동의하고 있는 일이다.

'승계 예정자'인 이 부회장의 위상과 역할에 대한 세간의 일반적인 인식은 이같은 삼성 측 주장에 의문을 표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부회장 등 피고인의 이러한 주장을 뒤집을 '결정적인 증거'가 재판과정에서 드러나진 않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 부회장은 특검의 구형 후 최후 진술에서 "도의적으로 저에게 책임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특검이 제기한 공소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항변했다.

삼성 측 변호인단은 "헌법 상의 가치인 무죄추정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며 "피고인의 주장이 진실이라고 전제한 다음 증거를 보았는지, 검사의 주장이 진실이라는 예단으로 증거를 보았는지를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7일 결심 공판 이후 지난 18일까지 특검과 삼성 측 변호인단은 재판부에 각각 17건의 의견서와 참고자료를 제출하며 '공소입증'과 '무죄입증'을 위해 총력을 다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가 25일 선고공판을 생중계할지 여부가 관심을 모았으나 "생중계를 원치 않는다"는 피고인 측의 입장을 받아들여 생중계를 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선고 공판에 앞서 일반 방청객을 대상으로 지난 22일 방청권 추첨을 진행한 결과 일반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30석 배정에 454명이 몰려 15.5대 1에 달하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 세간의 높은 관심을 입증했다.

25일 재판이 열릴 서울 서초동 법원인근에는 이 부회장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집회와 무죄석방을 요구하는 시위가 '맞불 집회'의 형태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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