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박재경 BNK금융지주 회장 직무대행, 정민주 BNK금융경영연구소 대표, 김지완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이뉴스투데이 김희일 기자] 자사 주가의 시세를 조종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 온 성세환(65) BNK금융지주 회장이 마침내 사의를 표명하면서 성세환 회장의 후임을 둘러싼 하마평만 무성하다.

16일 BNK금융이 성 회장이 지주 회장과 부산은행장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성회장의 후임을 둘러싼 각종 설들이 난무하고 있다.

성 회장은 지난 2012년 부산은행장을 거쳐 이듬해 8월 BNK금융지주의 전신인 BS금융지주 회장에 취임했다. 성 회장은 회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BNK금융을 국내 5대 금융지주사로 키우는 성과를 올렸다, 하지만 경남은행 인수를 위한 유상증자 과정에서 거래 기업에 자사 주식 매수를 유도한 혐의로 올해 4월 구속 기소되기에 이른다.

특히, 성회장의 후임을 뽑는 이번 BNK금융지주 회장 공모에 후보자가 난립하면서 화제가 됐다. 회장 지원자만 무려 8명에 달했다. 지주사 전환 후 가장 많은 이들이 지원한 것이다.

임원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는 8명의 차기 회장 후보군에서 개별 면접을 통해 3명으로 압축했다. 박재경 BNK금융지주 회장 직무대행, 정민주 BNK금융경영연구소 대표, 김지완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이 최종 면접 대상자로 선정 됐다.

이 중 강력한 눈길을 끄는 인물이 김지완 전 부회장이다. 박 대행과 정 대표는 BNK금융지주 내부 출신으로 수긍이 가지만 김 전 부회장이 BNK금융지주 회장 후보로 부상한데는 다소 의외라는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김 전 부회장의 경우 부국증권, 현대증권과 하나대투증권 대표를 거치고 하나금융지주 부회장까지 역임했다. 증권 분야에선 전문가로 인식되는 인물이다. 하지만, 은행업과는 사실상의 큰 업무 관계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BNK금융지주 회장 후보에 지원한 만큼 그 배경을 두고 온갖 소문이 돌고 있다. 그나마 부산상고, 부산대 출신이라는 점이 지역 연고라도 주장할 수 있는 유일한 이력이다. 특히, 면접 결과 3위 안에 들었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박재경 대행의 경우 임추위가 가동되기전부터 BNK금융지주 회장 자리를 차지할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다. 지난 4월 성 회장이 구속되면서 BNK금융 비상경영위원회가 꾸려진 후 회장 직무대행을 맡아 조직을 무난하게 이끌고 안정화에 힘썼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정민주 대표는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을 거쳐 2010년 부산은행에 입행해 부산은행 상임감사와 BNK금융지주 부사장 등을 거친 인물이다. 부산은행 노조는 정 대표를 두고 그래도 상당 기간 근무했으므로 내부 인사로 분류한다.

부산과 경남 지역은 물론 전국 금융권에서 BNK금융지주 회장 인선에 상당한 관심들을 보이고 있다. BNK금융그룹은 전통적으로 ‘부산은행, 동아대 출신’이 라인을 형성해 줄곧 요직을 차지해왔던 탓이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상황이 다르다. 최종 후보 면면만도 임추위가 순수 내부 인사(박재경), 외부에서 영입된 인사(정민주), 아예 외부 인사(김지완)를 최종 후보군으로 나눠 추렸다. 예전과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인 것이다. 

금융권 일각에선 내부 인사로 자연스럽게 승계되던 방식이 오히려 ‘고인 물’ 문화를 만들고 있다는 인식으로 변화의 바람이 부는 것으로 본다. 특히, 역대 지주 회장이 모두 불명예 퇴진 한 것도 이와 같은 인식에서 비롯됐다.

또 다른 업계 일각에선 “새 정부 출범 후 첫 금융권 인사인 만큼 정부도 지대한 관심을 갖고 보는 것 같다. 이런저런 후문이 돌아다니는 것도 그같은 관심 탓이다”고 보고있다.

3명의 후보군 압축 사실이 알려지면서 부산은행 노조는 ‘낙하산 인사에 반대한다’고 천막농성을 벌이는 등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노조가 집중적으로 반대하는 인사는 김지완 전 부회장이다. 김지완 전 부회장의 경우 현대증권, 하나대투증권 등 증권업계에서 오랜 기간 축적한 경력을 쌓은 장수 CEO로 손꼽혀 왔다. 하지만 70세가 넘는 나이가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노조측은 “김지완 전 부회장이 1946년생으로 타 금융지주로 치면 만 70세가 넘어 금융지주 회장에 지원자체가 불가능한 나이다. 특히, 은행에 대한 경험이 없고 지난 2013년 하나금융을 끝으로 수년간 현업을 떠난 인사다. 그런 사람이 갑자기 회장직에 지원하고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자마자 첫 금융기관 CEO 공모 결선까지 올라갔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고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나아가 김 전 부회장이 ‘지주사&계열사 간 협업을 강화하는 매트릭스 체제’를 기치로 내걸었다는 사실까지 알려지자, 노조측은 “김 전 부회장이 지주사 장악을 통해서 계열사를 지배하려는 야심을 드러냈다”며 더욱 경계 수위를 높였다.

일부 노조 인사는 “이사회로부터 노조는 최대한 목소리를 자제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하지만 ‘임추위의 의사결정을 존중하라는 의미인지 아니면 이미 회장이 낙점됐으니 입다물고 있으라는 의미인지 그 의중을 헤아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지완 전 부회장측은 “정치권 지원을 받았다는 이야기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노조가 반대하는 것을 잘 알지만 경영자가 투명하고 진심을 다해 경영을 한다면 이같은 문제들이 잘 해결될 것으로 본다”고 회장 자리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물론, 회사내에선 BNK금융지주 회장 인선관련, 내부 출신 인사에 대해서만 꼭 호감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일부 내부 직원들은 박재경 대행의 경우 최고경영진에 가장 근접해 있으면서도 금융수장 장기 공백 사태를 초래한 일말의 책임이 있다보니 곱지 않은 시각을 보이고 있다. 정민주 대표의 경우 금융정책 당국 출신으로 은행 실무 경험이 부족하고 직원과의 접촉 빈도도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을 들어 반대하고 있다.

금융권 일각에선 BNK금융지주가 차기 CEO승계 시스템을 제대로 갖춰놓지 않다보니 나타나는 부작용일 뿐이라며 이번 사태를 진단했다. 꼭 내부 인사가 돼야 한다는 원칙도 없지만 여러 갈등 상황을 낳을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 쟁점은 복수 지원 여부가 되고 있다. 임추위는 지주 회장과 별도로 부산은행장을 따로 분리해 공모하고 있다.

성 회장의 경우 BNK 회장과 부산은행장을 겸직하면서 BNK금융지주 조직을 ‘독주 체제’로 이끌어 왔다. 하지만 그에게 불미스러운 사태가 오자, 양쪽 법인 모두 대행 체제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왔다.

회장에 집중된 권력을 분산시키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번 선임 과정에서 회장 최종 후보에 오른 박재경 직무대행의 경우, 행장에도 지원해 면접 대상자로 올라 논란이 됐다. 빈대인 부산은행장 직무대행 역시 행장은 물론 회장에도 지원해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은행 내외부에선 “이는 임추위 의지에 반하는 행동으로 지금 이 사태가 왜 일어났는지 반성도 없다”고 꼬집고 있다.

BNK금융지주 회장 인선을 둘러싼 시선은 임추위에 쏠리고 있다. 차기 수장은 일단 부산·경남은행 간 해묵은 갈등을 해소시킬 탕평인사에 능한 인물이어야 한다는 게 내외부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그간 BNK금융지주는 덩치만 전국구 금융지주가 아닌 실질적 전국 진출은 물론 나아가 해외 진출까지 모색하고 있다. 이런 확장 전략에 맞는 인사가 최종 면접에서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으리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임추위가 이런 인물을 선택해야 한다는 게 노조는 물론 외부 여론이다.

한편, 임추위는 회장, 행장 후보 심층 면접 후 8월 17일 최종 후보를 선정할 방침이다.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